노이즈 캔슬링
주머니가 모자라서 내가 주머니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열차 소리가 멀어지고 가수의 목소리가 등장합니다 나와 무관해지는 풍경이 꿈에서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어도
깨어나면 사진이 저장되어 있지 않은 앨범을 들여다보는 것 같습니다 나는 주머니 안에서 차창 밖으로 도심의 불빛들이 점점이 지나쳐 가고 그걸 바라보는 승객들 몇이 있는 장면을 상상해보고 있습니다
보이지 않는 가수는 달콤한 목소리를 가졌습니다 나는 맛볼 수 있을까 싶다가도 옆자리에서 일어나는 사람을 금방 잊어버리게 되는 것처럼
주머니가 모자라서 집으로 가져갈 수 없는 것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됩니다 소리는 무게가 없지만 소리를 듣고 있는 사람을 붙드는 힘은 있어서 소음들이 주머니 안을 떠돌고 있습니다
가수는 소음들에 개의치 않고 노래를 완벽하게 부르고 사라집니다 마지막 곡이었는지 목소리가 더는 들려오지 않고 나는 달콤한 꿈속의 막바지에서 자신을 사진으로 남기려고
셀프카메라를 찍어보는 일처럼 나와 무관한 사람이 되어갑니다
기침소리처럼 한 번쯤 들어본 적 있는 소음이 되어갑니다
주머니 안에서 나를 꺼내려던 손이
무엇을 잃어버렸는지 알 수 없어서
내가 사라진 풍경을 더듬어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