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강습회
 

 
   보폭은 일정하게 해야 합니다
   달릴 때 보폭이 달라지면
   균일한 힘이 들어가지 않거든요

   이렇게 최선이었던 적
   처음이어서

   할 수만 있다면
   수많은 햇빛에 부딪쳤다

   땀에 젖은 채 운동장을 보았다
   멀리서 마주하는 축구골대와
   긴 타원으로 찍힌 발자국들
   그것은 하나의 역할 같다

   너의 뒤를 쫓는 나

   너는 계속해서 달리는데
   어쩌지, 더 이상 따라가다간
   신앙마저 잃어버리겠어

   나는 달리기를 그만하고
   자리에 주저앉아 한 바퀴
   기다리지만 너는
   무심히 나를 지나쳐 식수대로 향한다

   여름날의 강습회는 햇빛이 입속으로 마구 들어와 사람을 지치게 만들었습니다

   이제 나는 축구공처럼 남겨져 있고
   아쉬운 대로
   네가 남긴 발자국을 들춰 본다

   여전히 말라 있구나
   손바닥으로 쓸어보면
   쉽게 지워지는 발자국

   미안해
 
   네 발자국을 건드려버려서
   간단하게 반성 같은 걸 했다

   나는 뒷머리가 축축해지고
   너는 다시 달리기를 시작한다

   한 걸음 한 걸음 
   빛을 머금고
   발자국과 발자국 사이를 지우면서

여름 강습회

신헤아림

2019
시, 34행에 441자. 어떤 평온은 최선을 다해야 한다.

   열차 안에서
  
  
  
   열차가 터널을 지날 때
   방안은 환해졌다 어두워진다
   나는 이 영화를 조금 더 보기로 한다
   자막이 몇 초 느렸으므로

   깜빡이는 객실에서 그는 표정으로 말했다
   당신은 어느 역에서 내립니까?
   결국 그 역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이전 역에서 내렸습니다
 
   아직 해석되지 않은 세계에서 우리는 왜 열차를 타고 터널을 지나는가

   터널 밖은 영원히 눈이 내리고 있기 때문에
   어둠 속 깜빡이는 표정에 익숙하기 때문에
   너무 많은 대사가 자막에 갇혀 있기 때문에 
 
   그가 웃고 나서 몇 초 뒤에 따라 웃었다

   나는 그가 다음 역에서 내릴 것을 안다
   그는 그 역에서 다음 기차를 영영 기다리고
   우리는 같은 속도로 멀어지는 것이다
 
   열차는 터널을 지나고 있다
   아직 오지 않은 대사와 고요한 사실과 함께
   나의 울음이 나보다 먼저 태어난 세상과 함께

   흐린 풍경
   계속해서 앞질러 가고
   버려진 종이뭉치처럼 그는 잠시 잠든다

   자막이 지나가고
   우리는 생각만큼 이해된다

열차 안에서

신헤아림

2020
시, 24행에 436자. 깜빡이는 객실과 고요한 사실.

신헤아림

문학동인 공통점의 리더. 시를 중심으로 다양한 창작 활동을 하고 있다.

e-mail : shinheari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