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란
어쩌면 쭈뼛거리는 것은 나일 수도 있다
딸기를 심은 곳에서 딸기가 나길 바라는 것이 잘못일 수 있다
딸기를 심은 곳에 딸기가 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을
딸기를 심고 한참이나 기다린 후에 알게 되었다
낙뢰가 내렸다
맞은편 폐건물을 거쳐서
사선으로
사선으로
나는 창문으로 낙뢰를 지켜보고 있었다
눈부심….
그때 이후로 자주 번쩍이는 꿈을 꾼다
밤낮 상관없이
파도가 나를 겨울처럼 감싸고
나는 파도의 일렁이는 면을 지켜본다
그 위로 낙뢰가 내린다
어쩌면 그때부터일 수도 있다
비가 내린다고 했다
가뭄에 비라니
뉴스가 떠들썩했다
내가 바라보는 세상은 고요하지만
어디라도 떠들썩하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무언가 심어도 고요하다는 것
고요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
아무것도 아닌 게 아무것도 아닌 것의 전부라는 것
어쩌면 비가 내리지 않을 수도 있다
창문 앞에 서서 먹구름이 덮은 거리를 지켜본다
그림자가 드리운 낮은 건물과
서두르거나 서두르지 않는 사람
화단과 쓰레기통을 가리지 않고 코를 박아대는 개
감춰지는 좌판들
괜찮니?
아무렇지도 않게
안부 묻는 사람을 떠올리면
눈이 부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