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중릉을 향해 몸들이 석벽처럼 서 있었다
무덤이 방면하는 파도가 계절을 가늠하게 했다
악몽도 자신을 꾸는 자가 살아서
모두 꾸어 주길 바랐는지
냉장고에서 꺼내 온 심장이
여전히 따뜻했다
파절된 치아에 혀가 자주 머물듯이
떠나간 것들을 생각하다 보면
보호받는 기분이 들었다
기차를 타면 모든 풍경이
다 내 것인 것만 같다가도
차창 밖으로
잘 다녀오라며 흔들던 손을 따라
흔들었던 손이
그 손을 잡으려고
흔들렸던 적도 있었다
나에게 가장 먼 것은
늪지대에서 지저귀는 새도
악몽에 등장하는 귀신도 아니었다
내가 살아 보려 했던 한 계절을
바다에 다 빼앗긴 날이었다
지금 계절은 어느 방향으로
바람을 흘려보내고 있을까
석벽에 부딪히며 나는 소리는
늘 같은 계절의 방향인데
나는 말을 들으면서
동시에 말하는 습관이 생겼다
전송객을 싣고 가는 기차의 풍경에는
돌이 되어 본 몸이 아니라면
느낄 수 없는 계절로 충만했다
전송객
이기현
2025
시, 42행에 331자. 전송객을 싣고 가는 기차의 풍경 속에서.
나의 사랑 비올라, 우린 서로의 목소리에 대해서만 아련해지곤 했지. 마치 자신의 몸을 만지며 소스라치게 놀라는 순간이 있는 것처럼. 가스등에 불타 죽은 날벌레의 사체가 글을 쓰던 이의 팔목에 떨어져 매일 같이 의식하게 되는 활자의 일부분이 되어 가듯이 우리는 서로의 이름을 병명처럼 불렀어.
비올라 나의 사랑, 어떤 해무도 해변을 벗어나려고 일어나진 않았는지 습기가 얼굴 앞에서 조등처럼 조용히 펼쳐져 있을 때 우리가 서로를 부르던 목소리를 꺼내게 되면 해변에 껴 있던 해무가 활자의 형태를 띤 채 눈처럼 내리고 있었지.
사랑 나의 비올라, 우리는 여전히 살아가는 게 죽어가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여기고 있는지 우리가 어떤 병의 이름을 떠올리며 서로를 부르든지 모두 다 앓기로 다짐하면서 정주성 동물처럼 목소리로 서로에게 머물렀어.
나의 비올라 사랑, 그러나 우리가 눈처럼 쌓인 활자의 얇은 층을 맨발로 밟으며 서로에게 한 발씩 다가갈 때마다 눈꺼풀처럼 벗겨지는 축축한 지면에서 튀어 오르는 파열음들을 견딜 수 있을까. 우린 서로를 부르기 위해서만 태어난 존재들 같아서
어제 발병한 나의 몸에도 이름을 붙여 줄 수는 없을까.
서로를 부르는 목소리를 향한 얼굴과 얼굴 사이의 간격을 압축하면 무엇이 보일까.
비올라.
나의 사랑 비올라
이기현
2025
시, 12행에 465자. 비올라, 비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