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프로텍터로서 약속을 나온 거야

   

   

   

   어제 씨앗을 뿌렸는데

   오늘 아침 쪼끄마한 게 나온 거야

   흙을 뚫고

   인사하더라

   

   나는 그런 얘기를 듣고 싶은 게 아닌데

   오랜만에 본 너는 생기 있어 보이네

   

   아메리카노를 쪼릅 마시며

   얼음에 다다랐음을 직감한다

   

   다음엔 어딜 가지?

   너는?

   응?

   

   어떻게 지내냐고……

   

   아, 나는

   

   결국 오해도 없고 사과도 없고 보람도 없는 낮이

   은근슬쩍 넘어가는 것이다

   

   홈 프로텍터가 되면

   하루의 모든 게 안 좋아 보이네

   

   우리는 손을 흔들지 않고 헤어진다

   다음엔 어딜 가야 하지

   고민했는데 다행히도

   

   봄은

   한강 주변을 보며

   골치 아파 보였고

   

   볕은 제 머리카락을 잘도 늘어뜨리는군……

   

   얼마 안 가

   너의 연락이 미리보기로 뜬다

   직장인이면서 송금을 해달라니

   잠시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고 사람들을 보면

   

   우리나라 행복지수 낮다면서

   다 웃고 있는데요


홈 프로텍터로서 약속을 나온 거야


김병관


2026

시, 42행에 291자. 홈 프로텍터한테 송금을 해달라니.


   쥐도 새도 알게 오르네
  

 

  

   주식은

   남들은 다 오르는데 나는 하지 않았네

   지금이라도 해?

   하지만 내가 하면……

   

   머리는 아직 피지 않은 봉오리 같네

   다 적기라는데

   

   이익만 되면 뭐든 좋을 인간

   반성합시다

   

   오늘 밥은 먹었던가

   

   이 좋은 시간

   알고리즘께 조아리다……

   쇼츠가 지배하는 침대에서……

   웃다가 꾸벅꾸벅……

   

   아,

   얼굴에 핸드폰을 떨어뜨리고

   

   잠 깬 김에

   체크카드에 있는 10만 원을

   이거로라도……?

   홧김에

   

   이번 달 겨울 난방값이 너무 많이 나왔다

   집배원의 실수로

   그분이

   우편 수취함에 넣은 게 아니라

   어디 다른 곳에 두고 가신 건지……

   그것도 아니면

   다른 사람이 실수로? 그럴 리는 없겠지만

   아무튼 늦어서

   

   저번 달 연체가 되었고

   이번 달은 그 덕에 더 힘들고

   두 배로

   배신 같다

   

   유엔이 정말 세상에 도움 될까?

   물가는 언제 또 오른 걸까?

   축의금은 이제 얼마 내야 하나

   

   주식은 고공 비행

   아니 그걸 넘어

   하늘을 뚫고

   우주로 가는 로켓

   

   나는 로켓이 더 이상 보이지 않는

   하늘을 뒤늦게 바라보는 것인데

   

   말하기에는 조금 쪽팔린 것들

   

   힘들 때만 일기를 쓰게 된다


쥐도 새도 알게 오르네


김병관


2026

시, 55행에 375자. 그때 사둘 걸… 이라고 생각했을 때 사둘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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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관

이야기의 구조를 만들어가는 사람. 시를 쓸 땐 카프카의 문장을 주문처럼 떠올린다.
우리는 바벨탑 아래 굴을 판다.

Instagram : @melonanear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