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동인 공통점은 광주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문학예술 단체이다. 십여 년 전 작은 시 창작 모임에서 출발해, 현재는 독립출판과 웹진, 문학전시 등 문학을 연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가고 있다. 이 단체의 첫 시작을 생각해 보면 잘 기억나질 않는다. 누군가 하자고 해서 그런 것 같은데, 그리고 얼떨결에 대표까지 맡은 것 같은데, 돌이켜보면 특별한 결심이나 명확한 목적이 있었던 건 아니었다. 다만 그때 우리는 계속 시를 쓰고 있었고 그 시들을 그냥 없던 일처럼 두고 싶지 않았을 뿐이었다.
공통점이라는 이름도 당시에는 썩 내키지 않았던 것 같다. 언젠가 더 멋진 이름이 생기면 그때 바꾸면 되겠지, 지금은 그냥 넘어가고 나중에 고민해 보자 생각했다. 그런데 우리는 그 이름으로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다. 이름 따라간 건지, 공통점이라는 말이 우리를 그렇게 만든 건지, 아니면 애초에 비슷한 성향의 사람들이 모였던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지금 와선 이 이름이 꽤 우리와 닮아 있다는 생각을 한다.
공통점이라는 이름에는 여러 가지 뜻이 담겨있다. ‘공통’이지만 ‘같음’과는 다르고, ‘통점’이지만 ‘아픔’은 제각기 다르다. 우리는 아픔을 치료하겠다 말하지 않는다. 다만 각자의 통증이 고립되지 않도록 문학이라는 언어를 통해 서로를 호출하겠다고 말할 뿐이다. 내가 너를 기억하고 네가 나를 기억하는 것, 공통점이 문학을 대하는 가장 솔직한 방식이다.
그저 문학과 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글을 읽고 쓰는 일로 시간을 보냈다. 힘에 부치면 잠깐 쉬기도 하며 모였다가 흩어지는 일이 반복되었다. 그 과정에서 몇 권의 책이 만들어졌고 작은 웹진도 생겨났다. 그리고 마침내 그 시간들을 엮어 작년 가을, 동인시집을 냈다.
동인시집의 제목은 『우리는 같은 통점이 된다』로 정했다. 공통점의 슬로건인 ‘우리는 문학을 통해 같은 통점이 된다’에서 따왔다. 동인시집을 준비하던 시간은 나에게 문학이 얼마나 현실적인 노동인지 다시 확인시켜 주었다. 내게 주어진 원고를 쓰며 느꼈던 건, 왜 이렇게 서로 다른 문장들이 지금 같은 자리에 놓이게 되었는지 끝내 설명할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시집에 실린 시들은 완성된 결과물이라기보다, 각자의 일기가 응축된 목소리에 가까웠다. 잘 쓰인 문장보다 끝내 버리지 못한 감정들이 더 많이 남아 있었다. 다시 생각해 보면 나는 계속 하나의 정답을 만들어 내려 했던 것 같다, 오히려 각자의 문장이 왜 끝내 겹쳐지지 않는지, 그 어긋남을 어긋난 대로 두는 마음도 필요했던 것이었다. 시 뒤에 짧은 산문을 덧붙인 것도 같은 이유였다. 시가 말하지 못한 자리, 문장이 태어난 맥락, 그리고 공통점이라는 공동체에 대해 느끼는 감정들을 숨기지 않고 남기고 싶었다. 시와 산문이 교차하는 구성은 정답을 건네기보다 같은 통점을 다른 방식으로 마주하게 하는 지점을 담고 싶었던 것 같다.
이 시집에서 우리는 서로의 개성이 드러나면서도 동시에 공통의 감각이 흐를 수 있도록 다섯 개의 주제를 설정했다. ‘공통점과 차이점’, ‘1990년대생으로서의 정체성과 경험’, ‘서로에게 부치는 시’, ‘비경험 세대로서 마주한 5·18’, 그리고 ‘기후 환경’에 대한 문제의식이다. 이 주제들은 우리 세대가 피할 수 없었던 질문이자, 지금 다시 되묻게 되는 통점이기도 했다.
이 중에서 재밌게 썼던 주제로는 ‘서로에게 부치는 시’였던 것 같다. ‘서로에게 부치는 시’는 동인이라는 관계 안에서만 가능한 언어에 주목했다. 특정한 한 사람을 향한 문장이면서도, 동시에 함께 시를 써온 시간과 태도를 기록하는 방식으로 쓰였다. 그동안의 공통점 멤버 한 사람 한 사람을 차분히 떠올려보는 시간이기도 했는데, 우리는 평소 ‘느슨한 연대’를 지향하며 각자의 거리를 존중해왔다. 서로에게 깊이 관여하지 않으면서도 필요할 때 곁에 머무는 방식은 편안했지만, 그만큼 감정을 직접적으로 드러낼 기회는 많지 않았다. 이번에 ‘서로에게 부치는 시’를 쓰며 우리는 그동안 말로 남기지 않았던 호감과 신뢰, 고마움을 문장으로 건네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비경험 세대로서 마주한 5·18’은 직접 겪지 않았기에 더욱 조심스럽게, 그러나 외면할 수 없기에 끝내 질문을 던지는 방식으로 접근했다. 기억의 부재, 전승된 언어, 교육과 미디어를 통해 학습된 경험으로 말해질 수밖에 없는 이 역사는, 어떻게든 감각해보려 하지만 끝내 실패하게 되는 이야기에 가까웠다. 나는 「있는 사람」이라는 시를 실었는데 이 시는 ‘남겨진 사람’의 뭔가 있어 보이는 감각에서 출발한다. 죽은 사람을 생각하면서도 살아 있는 쪽에 서 있다는 사실, 빈손에서 들리는 덜그럭 거리는 소리는, 무엇을 소유하거나 증명하려는 태도가 아닌 없음 자체를 인식하는 상태를 말하고자 했다. 이는 비경험 세대가 역사 앞에서 취할 수밖에 없는 어정쩡한 자세와 맞닿아 있다.
기본적으로 ‘광주’라는 지역을 토대로 출발했기에, 도시의 풍경과 기억, 장소성이 자연스럽게 배어든 작품들도 포함되어 있다. 우리는 5·18 이후 세대이지만 ‘광주’를 모티브로 한 시를 쓰며, 사건 자체보다 그 이후의 공기와 침묵, 남겨진 말들을 가져왔다. 또한 90년대생으로서 공감할 수 있는 시의적 장면들 불안정한 삶의 조건, 쉽게 소진되는 감정, 연대에 대한 망설임과 희망을 각자의 언어로 담아내며, 서로 다른 목소리가 하나의 감각으로 연결하고자 했다.
겨울에는 지역 도서관에서 소박하게나마 작가 전시회도 열었다. 크지 않은 공간이었지만, 공통점이라는 단체를 소개하고 그동안의 활동을 보여줄 수 있는 소중한 자리였다. 처음 만들었던 문예지부터 낭독회 영상까지, 공통점의 십여 년 시간을 한데 모았다. 공감할 수 있는 전시를 만들고 싶어 작품을 직접 필사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했다. 그곳에서 작품은 해설문이 아니라 손으로 옮겨 적고 머뭇거리며 머무는 시간으로, 작품의 순간순간을 다시 떠올리게 하는 공간이었다. 지금까지 만들어온 포스터와 엽서들, 그 흔적들이 곳곳에 놓여 있었다. 전시에 오는 사람들이 공통점과 같은 시간을 통과하는 경험을 주고 싶었다. 그때 나는 문학이 책장을 벗어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처음으로 실감했다.
공통점의 활동은 늘 ‘나’와 ‘우리’ 사이의 밀고 당김을 동반한다. 각자에게는 공통점 이전의 생활이 있고, 여전히 감당해야 할 생계와 현실이 있었다. 문학은 늘 삶의 가장자리에 놓여 있었고, 공통점 활동의 대부분은 수익과는 거리가 먼 일이었다. 그럼에도 우리는 느리더라도 함께하는 방식을 택했던 것 같다. 뒤처지면 기다리고, 넘어지면 다시 일어설 때까지 자리를 남겨두며 각자의 속도로 돌아올 수 있도록 했다. 함께 쓴다는 것은 결과를 서두르는 일이 아니라, 각자의 삶이 허락하는 시간만큼 문학을 포기하지 않는 태도에 가깝다.
공통점의 문학은 빠르게 소비되지 않는다. 성과를 증명하는 방식에도 익숙하지 않다. 대신 우리는 함께 걷는다. 도시를 통과하고, 사람을 만나고, 실패한 일들을 다시 들여다보며 같이 하고자 한다. 문학은 함께 일이라는 생각이 점점 분명해진다. 혼자 완성되는 작품이 아니라, 관계 속에서 변형되고 확장되는 문학. 고립된 개인의 방 안이 아니라, 현장과 몸을 통과하는 언어. 공통점은 그 가능성을 계속해서 실험하는 중이다.
나는 여전히 문학과는 별개로 현실을 살아간다. 하지만 현실을 살아가면서도 가끔 보이지 않는 바늘이 찌르는 것 같은 통증을 느끼기도 한다. 내가 어디에 찔리는지 알고 있다. 그리고 그 통점이 나만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도. 공통점은 나에게 문학을 계속하게 만드는 이유라기보다, 문학을 포기하지 않게 만드는 마지막 감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