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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가장 사랑하는 자아


만난 사람: 이서영(작가, 시인, 영화 코디네이터)

묻는 사람: 공통점


‘월간 사람책’은 공통점 안팎으로 정독하고 싶은 ‘사람책’들을 만나서 나눈 대담 기록입니다. 물음과 응답 속에서 사람들이 지닌 공통점을 발견하고자 합니다. 첫 번째 만난 사람책으로, 시인이자 에세이스트, 전시 비평가, 영화 코디네이터 등 문학 주변의 다양한 자아로 활동을 넓혀가고 있는 이서영 작가와의 대화를 기록해보았습니다.


Q. 이서영 작가님, 안녕하세요. ‘월간 사람책’의 첫 번째 사람책으로 모시게 되어 영광입니다. 먼저 자기소개를 부탁드려요.

 

문학 텍스트를 기반으로 창작과 기획을 진행하고 있는 이서영이라고 합니다. 문학동인 공통점과는 2017년부터 함께하고 있고, 공통점이 발행한 동명의 문예지 『공통점』 창간호에 시를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어요. 광주에서 태어나 거주하고 있고, 개관 이후 100년이 다 되어가는 예술영화전용관인 광주극장에서 코디네이터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Q. 시인, 에세이 작가, 기획자, 극장 코디네이터 등 다양한 정체성을 지니고 계시는 듯해요. 그중 가장 애정하는 자아는 무얼지 궁금합니다.

 

아무래도 시를 쓰고 나서의 만족감이 가장 크기에 시인, 혹은 시인 비슷한 무엇인가가 좋은 것 같아요. 언젠가 “시를 쓰는 일은 완벽한 휴식”이라는 이수명 시인의 표현을 보았는데*, 어떻게 보면 그 문장이 지금까지 시를 써올 수 있게 만들어준 동력처럼 여겨져요. 사실 필요 이상으로 바쁘게 지내는 면이 있는데, 쓰고 싶은 말이 생겨나 책상에 앉게 될 때는 자연히 즐거워지거든요. 시를 쓰는 일 이외에 다른 기획이나 글쓰기, 협업들은 그 과정이 의미 있거나 즐거울 것으로 판단되면 기꺼이 받아서 하는 편입니다. 광주극장 안팎에서의 근무는 직장인 자아로 임하고 있고요. 다만 회사가 여러모로 독특한 곳이라서, 제 직장인 자아가 일반적인 방식으로 성립되어 가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어쨌든 간에 필요할 때마다 채널을 적절히 바꿔가며, 자신을 운용하려고 애쓰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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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영 작가, 광주의 한 카페에서.

Q. 여러 채널이 있다는 게 부럽고 대단하게 느껴져요. 작년 12월, 첫 책으로 시산문집 『네가 이 세상의 후렴이 될 때』를 냈죠. 이 책도 소개해줄 수 있나요?

 

『네가 이 세상의 후렴이 될 때』는 인간의 기억, 혹은 역사를 ‘한 권의 책’이라는 개념으로 상정하며, 그것이 고전과 일기 중에 어느 쪽에 가까워질 수 있는지 묻는 일종의 시뮬레이션입니다. 비선형적으로 배치된 일기, 픽션들, 각종 예술 장르에 대한 비평적 에세이 등 다양한 텍스트들을 담아내고자 시도해보았어요. 맨 처음 책의 구성을 기획할 당시, 초점을 둔 부분은 다음과 같아요. 첫째로 지역의 역사적 인물과 공간을 재해석한 내용을 담을 것, 그리고 ‘포에트리 인덱스(poetry index)’라는 문법적으로 우스꽝스러운 개념을 고안하여, 시라는 장르와 각주라는 형식의 구분을 모호하게 만들어 볼 것. 끝으로 한 권의 책으로 구성되는 텍스트의 누적을 일곱 편의 시가 가로지르길 원하며, 그것이 차분하게 뛰는 맥박처럼 감지되길 바라며 배치해 보았습니다.

 

Q. ‘포에트리 인덱스’라는 개념이 독특해요. 첫 책으로 내기에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일이었을 것 같은데, 이러한 형식의 책을 엮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요?

 

이 책은 광주문화재단의 청년예술인 창작지원사업 선정을 통해 엮게 되었는데, 지역 주관의 지원사업에 선정된 김에, 내가 감지하고 있는 바운더리에 대한 발화를 총동원해보고 싶다는 의지로부터 시작했어요. 그것이 한 권의 시집이라는 매끄러운 형식으로 구성되기보다는, 우둘투둘한 텍스트 집합체, 보고서, 심지어 한 개인의 포트폴리오처럼 보여도 좋다는 생각이었고요. 다만 서점에 입점할 때는 시산문집, 혹은 수필집 등의 카테고리로 분류해두긴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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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영 작가의 첫 시산문집이자 포에트리 인덱스 

『네가 이 세상의 후렴이 될 때』(유미주의, 2023)

Q. 올해 초에 열렸던 작가님의 첫 책 낭독회에서, 지난해 책을 쓰며 가장 치열하게 고민했던 키워드로 ‘인칭’과 ‘지역(로컬)’을 선정한 바 있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어요.

 

인칭은 시를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범주입니다. 인칭이라는 말로 아우를 수 있는 범위에 대해 생각해볼 때, 그것은 자연히 바운더리, 로컬, 경계, 지역이라는 키워드를 소환해요. 구분 짓고, 다시 그 구분을 무너뜨리고, 그 안에서 희미해졌다가 선명해지기를 반복하는 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요. 하나로는 성립할 수 없는 것, 최소 둘이 있어야 가능한 연결과 분리, 그리고 함께할 수 있음을 믿어보는 일에 대해서도요. 저는 꽤 많은 ‘함께’의 혜택을 누려왔으면서도, 20대 내내 기이할 정도로 그 말을 두려워해 왔어요. 아마 가족 관계나 우정, 사랑이라는 개념에 ‘실패’라는 말을 자주 접목하는 버릇 때문이겠죠. 사실 그것들은 실패하는 종류의 개념이 아니라, 삶 안에서 제각기 흘러가는 리듬임을 지금에서야 받아들이고 있어요. 그리고 시 쓰기는 무엇보다 근원적으로 용기를 내는 일이라는 것도요. 이런 마음들을 그 시기에 구체적인 물성으로 요약해보고 싶었습니다.

 

Q. 책에는 여러 동료들과 광주에 관한 이야기도 나와요. 특히, 앞서 말씀하셨듯이 광주극장에서 오랫동안 일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광주극장은 작가님께 어떤 공간인가요?

 

제게 어떤 핵심을 제공한 공간이에요. 어떻게 보면 ‘공간’이라는 개념 자체를 곱씹어보게 한 공간. 개관 이후로 1세기가 다 되어가는 극장이라는 장소성은 아주 미묘한 것으로 감지되어요. 또한 ‘광주극장’이라는 이름 자체의 명료함이 좋아요. 지극히 단순한 이름이기 때문에 그것이 놓이게 되는 맥락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다고 보거든요. 결국 이곳은 제게 지역과 역사, 문화적 가치의 교차로와 같은 곳으로 여겨져요. 이곳에서 얻은 힘을 나름의 방식으로 번안하여, 장르에 국한되지 않은 형태의 작업과 기획, 공공프로그램 등을 하나씩 시도해 보고자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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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극장에서 열린 시네토크에서 진행자로 나선 이서영 작가(우측부터 여섯 번째)와 게스트로 초청된 김민교 배우(우측부터 다섯 번째).

Q. 광주극장 코디네이터로서 15회 광주여성영화제 예선심사위원으로도 참여하셨다고요. 소개하고 싶은 영화가 있나요?


광주여성영화제에서는 매년 귄 당선작이라는 이름으로 단편 공모 본선에 최종적으로 진출하는 작품들을 소개하는데요. 이번 15회에서 제게 크게 와닿았던 영화는 이이다 감독님의 〈디-데이, 프라이데이〉였습니다. 개인의 서정과 역사를 함께 이야기하는 방식에 대해 고민이 많았는데, 바로 그 지점을 탁월하게 다뤄낸 작품이었습니다. 영화에서 나왔던 아름다운 문장을 옮겨 적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어떤 기억들은 존재했었다는 사실을 넘어 더 큰 것들을 남기기도 한 대요. 그러나 저는 궁금해집니다. 제 마음속에 있는 아지랑이가 온전히 저의 것인지요.” 어떤 리듬을 회복하거나 발견하고자 할 때 한 번씩 떠올리게 되는 문장이 되었습니다.


Q. 작가님이 시인, 작가라는 정체성을 띠고 작품 활동을 하게 된 시작점은 무엇인가요?

공통점. 시 쓰기가 용기의 과정이라는 것을 인지하기까지, 그 이름으로 함께 했던 친구들이 오랫동안 곁을 지켜주었거든요. 또 시를 처음으로 발표한 매체가 『공통점』1호였어요. 첫 발간이 2017년이었는데, 사실 그 해가 제 인생 그래프에서 매우 특수한 방점을 찍고 있었어요. 가족의 죽음을 겪게 되었던 해였고, 시베리아 횡단열차에서 밤을 지새우기도 했던 해였어요. 어쨌든 사는 일이라는 것이 정말로 예상할 수 없는 것임을 톡톡히 느끼던 시기였는데, 그 해에 공통점 창간호가 나왔어요. 따끈하게 인쇄된 책을 친구들과 처음으로 끌러보았을 때 (모호한 표현이지만) 100퍼센트로 기뻤습니다. 다른 감정의 여지가 섞여 있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순수하고 깨끗하게 기뻤어요.
영화 〈디-데이, 프라이데이〉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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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전주책쾌에서 문학동인 공통점의 판매 부스를 지키고 있는 이서영 작가.

Q. 들어보니 2017년이 여러모로 특별한 해였던 것 같습니다. 시베리아 횡단열차는 어떻게 타게 되었는지, 어떤 여행이었는지 궁금합니다.

 

고등학교 친구의 제안으로 함께 하게 되었는데, 여러모로 잊지 못할 여행이었어요. 아주 오랜 일이지만, 누군가로부터 받았던 메일에 “나는 지금 블라디보스토크에 있단다”라는 문장이 안부처럼 적혀져 있었는데, 그것이 굉장히 매력적인 시구처럼 다가온 기억이 있습니다. (어쩌면 그 영향으로 친구의 제안에 선뜻 응했던 것이 아닐까 싶어요.) 러시아 시 문학에 관한 흥미가 조금씩 생기던 차에 시도했던 여행인지라 당시 기억을 복기할 때면 자연히 마야코프스키, 안나 아흐마또바와 같은 시인들의 이름이 떠오르곤 합니다.


Q. 문학뿐만 아니라 시각예술에도 관심이 많다고요. 최근에 본 시각예술 작품 중에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으신가요?

각종 전시를 틈날 때마다 챙겨보려고 합니다만, 유독 어두운 일이 많았던 지난 연말에 가장 큰 힘으로 다가왔던 기획이 있었어요. 바로 국립현대미술관 본관에 마련된 《이강소: 風來垂面時 풍래수면시》전이었습니다. ‘풍래수면시’는 바람이 물에 스칠 때라는 뜻으로, 송나라의 옛 시에서 따온 문구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회화, 설치, 판화, 영상을 비롯하여 여러 매체를 활용하셨는데, 특히 집을 그려 넣은 평면 작업 앞에서 오래 서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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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소: 風來水面時 풍래수면시》 전시 전경

출처 :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MM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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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소: 風來水面時 풍래수면시》 전시 전경

출처 :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MMCA

Q. 문학과 시각예술, 각각의 장르에서 어떤 작업을 하고 싶으신가요?

 

일단 시 쓰기 그 자체에 관해 앞으로도 쭉 고민할 것 같습니다. 다른 텍스트 작업도 자유롭게 병행하고자 하고요. 훌륭한 소설을 읽고 있으면 소설이 쓰고 싶어지고, 구체적인 힘을 건네는 에세이를 읽고 있으면 에세이를 쓰고 싶어져요. 작년부터는 세상에 보탬이 될 수 있는 방식으로서의 글을 생각해보게 되어 서툴게나마 비평 연습을 하고 있어요. 특히 포기하지 않는 힘으로서의 비평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시각예술과도 연계하여 해보고 싶은 것들이 많아요. 서문이나 작가론을 쓰는 것도 즐겁지만, 실제 작품 안에서 역동적으로 기능할 수 있는 텍스트 구성을 좋아해요. 혹은 텍스트 원본을 시각적 현장으로 새롭게 번안하는 방식을 터득해보고자 하고요. 아무래도 전문성이 필요한 부분인 만큼 다른 동료들에게 배워갈 부분이겠습니다.

 

Q. 앞으로 작가님이 쓰실 여러 장르의 글을 어서 읽어보고 싶은 마음입니다. 최근에는 느린학습자 문예창작 프로젝트〈시작에 자격이 필요해?〉의 강사로 수강생 앞에 나섰어요. 느린학습자 학생들에게 시를 가르쳤는데 어떠한 경험이었을지 궁금합니다.

 

처음으로 시도해보는 일이었는데, 올해 진행했던 프로젝트 중에 가장 의미 있게 다가온 경험이었어요. 여름을 주제로 연상되는 단어들을 조합하는 ‘여름 단어 기차’도 함께 만들고, 각자의 기억들과 마음을 기꺼이 나누며 시를 써보기도 했습니다. 사실 내가 쥐고 간 것보다 선물처럼 돌아온 것들이 훨씬 더 많았던 시간이었어요. 무엇보다 거침없이 써나가는 모습들을 보며 기뻤고요. 그 3회차의 수업이 글쓰기에 대한 저의 해묵은 두려움을 거둬간 기분이었어요. 어떤 새벽에는 수강생분들께 제공할 낱말카드를 만들기 위해 큰 글자로 ‘아침’, ‘조약돌’, ‘옥수수’ 이런 말들을 써보는데 그 말들 하나하나가 놀라울 정도로 생경하게 다가와 뭉클했던 기억이 있어요. 이번 기회를 통해, 시는 이 세상에 내가 혼자 있지 않음을 깨닫게 하는 공동체의 예술임을 다시금 알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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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린학습자 문예창작 프로젝트 〈시작에 자격이 필요해?〉참여 시인들의 낭독회. 이서영 작가가 프로젝트의 강사 역할을 맡았다.

Q. 말씀을 들어보니, 가까운 곳에서 관계 맺는 이들과 꾸준히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받는 듯해요. 그렇다면, 문학을 하는 데 있어 영향을 많이 받은 책 혹은 작가도 소개해주세요.

 

학교에서 만난 스승들과 가까운 동료들을 제외하고 꼽아보자면, 카프카와 제발트, 리베카 솔닛의 문장을 좋아합니다. 작품을 구성하는 방식에서는 존 버거와 앤 카슨의 작업에서도 참조를 많이 하고요. 시인으로서 존경하는 이는 김혜순, 라이너 마리아 릴케입니다. 최근에는 배수연 시인의  『여름의 힌트와 거위들』을 한 편씩 아껴 읽고 있습니다.

 

Q. 작가님과 ‘공통점’을 지닌 것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가까운 사람들은 제게 참새, 펭귄, 무민과 닮았다고 말해요. 참새, 펭귄, 무민은 제각기 다르게 생겼는데 말이죠. 요즘은 그런 말들을 건네준 사람들 안에서 흘러가는 시간의 강을 봅니다. 그것을 함께 들여다보기, 마음에 길을 기꺼이 내어주기, 이런 것들을 다짐하고 있어요. 이런 생각을 해보기도 해요. 나와 닮아 있는 대상이 있다면, 두려움도 미움도 없이 마주하자고. 그리고 오래 살아남자고. 정반대에 있을 법한 대상들을 서로 잇거나, 닮았다는 믿음 안에서 연결하는 이유는 명백합니다. 다름 아니라 삶 그 자체를 유지하고자 하는 의욕에서입니다. 어떻게 보면 이것이야말로 시를 구성하는 첫 번째 원리입니다. 저는 그렇게 믿고자 해요.

Q.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활동 계획도 들어보고 싶어요.
 
슬픈 일들이 많을수록 시간성 그 자체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더불어 그 안에서 가장 구체적인 제 몫의 하루를 찾고자 합니다. 하루를 엮어볼 수 있는 단위로 텍스트를 선택한 것은 제 삶을 길어 올리는 일이라고도 믿고 있습니다. 가까운 계획을 전해보자면 그동안 써왔던 시편들을 모아보고자 해요. 또한 문학과 영화, 시각예술을 비롯하여 누구든지 다양한 형태의 작업물을 발표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보고자 하고요. 무엇보다 공통점의 이름 안에서 함께 할 수 있는 기획이 무엇일까 고민하며, 이 세상의 시간을 잘 마주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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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영 작가의 최애 아이템 손목시계. 요일이 표시되어 편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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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영 작가가 최근에 발견한 멋진 카페 ‘버터북’. 작가가 바라본 카페의 한편.

* 이수명, 『횡단』(문예중앙, 2011), 3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