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듣고 보니 저도 매일 머릿속으로 무형의 모형을 만들어왔다는 생각이 들어요. 글을 쓰고 퇴고하는 일도 모형의 일종이고요. 《뷔페뷔페》에는 작가님이 수집한 수많은 작가의 글과 작품도 함께 담겨 있는데요, 문학이 참 많더라고요. 평소에 어떤 책을 즐겨 읽으시나요?
평소에 좋은 글을 보면 너무 좋아서 계속 다시 꺼내 읽고, 옮겨 적기도 하고, 목소리를 내서 읽기도 하거든요. 아니면 좋아하는 친구 생일이라거나 무언가를 선물할 때 같이 써서 준다거나 하는 것들도 좋아하고요. 《뷔페뷔페》를 쓰던 때는 슬픔이 많은 시기였어요. 그래서 시가 너무나도 잘 읽혔어요. 물론 제가 시의 구조나 기법 같은 것들을 알아볼 수 있는 독자는 아니지만 그때는 아무튼 코에 바람만 스쳐도 내가 시를 쓸 수 있을 것만 같은 상태였달까요. 읽다가 마음에 닿은 것들을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더 좋아하려고 남기다 보니 점점 많아지더라고요. 요즘은 작업에 관련된 것 말고는 잘 읽지 않고 있다가 최근 친구와 둘이서 독서모임을 시작하면서 미뤄둔 고전들을 읽어 나가고 있어요. 모리스 블랑쇼의 『문학의 공간』과 알베르 까뮈의 『소송』을 읽고는 정신이 그만 아득해져서 세 번째는 제발 덜 어려운 책을 읽자는 결론에 도달해 존 버거의 『A가 X에게』를 읽었어요. 이야기를 세심하게 뜯어 먹으며 뭔가 마음이 채워지고 보돌보돌해지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Q. 작가님이 《뷔페뷔페》에 옮겨놓은 글들이 작가님의 작품과 닮아있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김복희 시인의 「잃기」나 안희연 시인의 「선잠」, 황인찬 시인의 「아무 해도 끼치지 않는 말차」 같은 것들이요. 어쩐지 쓸쓸한 이야기면서도 눈물 찔끔 나는 귀여운 구석이 있달까요. 외롭지만 가벼워서 둥둥 떠다니는 것 같은 느낌이요.
저도 언제나 조금은 가볍고, 귀여워지고 싶나 봐요. 실은 저는 빛바랜 것, 물 빠진 것, 낡게 해져서 부드러워진 것에 마음이 가요. 입던 옷을 입고 또 입으면 닳아서 가로와 세로로 엮인 직물의 모양이 드러나는 것처럼 들여다보면 있는 것들이요. 저 시들을 읽으면 요만큼을 표현해도 사실 그 안에는, 그 뒤에는 커다란 무언가가 있다는 게 느껴지잖아요. 쓸쓸함까지도요. 그래서 그런 것들이 아주 잘 담긴 시들을 보면 좋아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Q. 작가님의 전시 《구조로 쓴 시》를 보면 작게는 조각의 조합에서 크게는 작품의 배치를 아우르는 모든 것을 의도된 자리에 놓음으로써 정확한 표현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리고 이런 작업이 단어를 고르고 문장을 만들어 하나의 글을 쓰는 일과 다르지 않더라고요.
맞아요. 글을 쓰는 친구를 보면 발견한 단어나 재미난 문장 같은 것들을 메모장에 모아두더라고요. 시각적으로 풀어나가는 작업도 그렇거든요. 길을 걷다가, 책을 읽다가, 무언가를 보다가 인상적인 장면을 만나면 얼른 노트에 스케치해요. 형태적으로 확 끌림을 느끼는 덩어리를 우연히 만나게 되면 잊지 않도록 기록하는 거예요. 사진을 찍을 수도 있지만 사진은 너무 많은 부분이 정확하게 담기기 때문에 내가 어떤 부분에 매료되어 이걸 남기고 싶어 했는지 잊어버릴 때도 많더라고요.《구조로 쓴 시》는 실제로 시의 구조를 많이 떠올리며 한 전시예요. 하나의 작품에 여러 가지 조각들이 놓여있는데, 하나의 조각이 하나의 역할로만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각각 만들어 놓고 문장을 짜는 것처럼 배치했어요. 뾰족한 것 위에 둥근 것을 올리면 불안감이 만들어지고, 넓적한 것에 넓적한 것을 올리면 안정감이 생기잖아요. 긴장된 것과 느슨한 것을 배치하며 동시에 그 안에서 수직과 수평을 만든다거나 하면서요. 강약을 조절해 가면서 제가 의도한 장면을 만들었던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