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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고 블록을 쌓는 일


만난 사람: 김도경(시인, 출판편집자)

묻는 사람: 윤소현


‘월간 사람책’은 공통점 안팎으로 정독하고 싶은 ‘사람책’들을 만나는 대담 기록입니다. 물음과 응답 속에서 사람들이 지닌 공통점을 발견하고자 합니다. 다섯 번째 사람책으로, 모호함과 정확성 사이에서 시의 자리를 끊임없이 되묻고, 언어의 결을 다듬는 동시에 그 틈을 개성으로 품는 김도경 시인을 읽어보았습니다.


Q. 김도경 시인님, 안녕하세요! 공통점에서 오래 함께해 오셨지만, 이렇게 직접 독자분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시는 건 처음이시죠. 먼저 자기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2021년 심훈문학상으로 활동을 시작한 김도경입니다. 문학동인 공통점은 객원으로 시 합평을 같이 하다가, 2021년부터 본격적으로 함께 참여하게 됐습니다. 현재는 시 모임을 매달 진행하며 동인시집을 함께 준비하고 있어요. 또 출판사 편집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Q. 출판 편집자라니, 바쁘시겠어요. 요즘은 어떻게 지내세요? 기억에 남는 근황 있으신가요?

사실 요새 편집자 일에 꽂혀서요. 10년 동안 문장 공부만 했는데 지금도 문장에 서툴더라고요. 이직 후 지금 회사에서는 처음으로 책임편집 원고를 진행 중인데 이리저리 헤매다가 사수분에게 처음으로 칭찬을 받았어요. 이전보다 많이 나아졌고 고민하는 방식도 좋아졌다는 말을 들었어요. 저한테는 그게 제일 기억에 남는 일 같아요.시를 쓰다 보니, 그것도 제 고집대로 쓰다 보니 굳어진 문장 습관이 있더라고요. 요즘에는 평소 쓰는 문장 습관을 의식해서 지양하려고 애쓰는 중이에요. 사실 일하다 보니 지쳐서 아직 요행에 기댈 때가 있긴 하지만요. 그래도 문장이 조금이라도 정확해졌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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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경 시인의 첫 시집 『숨과 숲의 거리』(아시아, 2021).

Q. 자신의 글을 객관적으로 바라본다는 게 참 어려운 일인데 대단하세요. 다른 분들과 오랫동안 합평을 해온 것도 도움이 되었을까요? 어떤 문장을 지양하세요?

합평을 오래 해왔지만, 원래는 반복적으로 듣게 되는 문장의 단점을 의식하지 않으려 했어요. 창작자의 입장에서는 문장에 틈이 있는 게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거든요. 오히려 그 틈이 개성이라고도 생각하니까요. 근데 편집자 일을 하면서 조금 가치관이 달라졌어요. 사실 글에는 개성이 있고 호불호가 갈리는 게 당연하죠. 그렇지만 어느 정도의 층위에는 오르고 나서 개성의 유무와 취향의 차이로 갈리는 게 더 이상적이라고요. 만일 제 글이 누군가에게는 50점이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90점인 격차가 큰 원고라면 그건 오답이더라고요. 반면 평균적으로 80점인 원고이면서 오차 범위가 10~15점인 원고라면 호불호가 생기더라도 모두에게 어느 정도는 좋은 글이죠. 저는 부정확한 정황을 늘어놓는 문장을 지양하려 해요. 추상적인 순간을 담아내는 문장들도 분명 필요하지만 그 순간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더라고요. 원래는 추상적이고 모호한 순간을 좋아해 시로 많이 썼어요. 그렇지만 요새는 구체적인 이미지를 가져오려고 애를 쓰고 있어요. 모든 문장은 정확성에 기대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건 시도 마찬가지고요. 정확한 문장들 속에 추상적인 문장이 일부 섞여 있을 때 더 빛이 나는 거 같아요. 그 간극을 앞으로 고민해 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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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스승인 나희덕 시인으로부터 받은 시집 서명.
Q. 출간을 저도 손꼽아 기다리고 있을게요. 첫 시집에서 은사님의 추천사가 인상 깊었는데, 스무 살 무렵 선생님께서 먼저 “너는 시인이 될 거야.” 라고 말하셨다죠. 혹시 그때가 시를 쓰게 된 계기였을까요?

저는 원래는 소설을 썼어요. 대학교 1학년 때 나름 소설 스터디도 하고 열심히 썼던 거 같은데 실력이 안 늘더라고요. 그렇다고 대학 생활을 무의미하게 보내기는 싫어서 대외 활동을 알아보기도 했어요. 실제로 여름 방학 때는 보령에서 하는 쓰레기 줍는 봉사도 다녀왔어요. 시를 쓰게 된 건 1학년 2학기 때였어요. 가까운 선배들이랑 술을 마시다가 제가 하는 고민들을 이야기했어요. 창작에 흥미를 못 가진다고요. 그때 만난 선배들이 시를 쓰는 분들이었는데, 저한테 시집을 한 10권 정도 권하더라고요. 읽을 순서도 정해줬어요. 처음은 황병승 시인 시집, 두 번째는 박준 시인 시집, 세 번째는 김중일 시인 시집…….
“그래도 문창과에 왔는데 문학에 최선을 다했던 기억은 만들어봐야지.” 선배가 해준 말인데 그 문장과 함께 시를 시작했어요. 근데 사실 나희덕 선생님이 “너는 시인이 될 거야.” 라고 해주신 기억은 잘 안 나서……. 저는 나희덕 선생님이 해주신 다른 말이 기억에 남거든요. “군대 전역하고 나서도 꼭 시 써. 시인이 직업 만족도가 높아.” 전 그 말씀을 따라 시를 계속 썼어요. 저보다 제 전역 이후를 생각해주셨는데 그게 기억에 오래 남아서요.

Q. 시인님께서 그림을 그리신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어떤 그림을 그리세요?

요즘에는 안 그린 지 좀 되긴 했어요. 편집자로 일하며 알게 된 화가분이랑 시그림 스터디를 했어요. 매달 시도 쓰고 그림도 그리면서요. 2년 정도 같이 작업을 했고 현재 원고를 묶어 시집 출간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공통점에서 함께 활동 중인 조온윤 시인과 함께 했어요. 저보다 그림을 더 잘 그리더라고요. 그림은 회화, 유화, 서예, 콜라주 등 다양하게 작업했어요. 사실 작업이라는 말이 조금 부끄러운 실력이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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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롤 작가의 작업실에서 함께한 시그림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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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감고 그려본 자화상 크로키.
Q. 지난 2021년에 심훈문학상을 수상하며 첫 번째 시집 『숨과 숲의 거리』를 내셨어요. 그 후로도 꾸준히 여러 지면에 시를 발표하며 ‘글 쓰는 사람’의 자리에서 멀어지지 않는 모습이 멋있습니다. 시인님을 글 앞에 머물게 하는 원동력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저는 어릴 때는 상상하는 일이 좋아서 글을 썼어요. 그다음에는 시를 쓰는 일이 좋아서 책을 읽고 관련 사람들을 만났고요. 이제는 문학을 좋아하고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된 것 같아요. 책 읽는 일을 좋아하고 책 만드는 일에 호기심이 있고 책과 관련된 프로그램에 관심이 있어요. 글 쓰는 일은 이제 저한테 하나의 무기거든요. 어쩌면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것 같아요. 글 쓰는 일이 제가 직업을 구하는 가장 빠른 길이고, 누군가와 가까워지는 데 가장 진심일 수 있는 길이라는 걸요. 글 앞에 머물게 하는 원동력은 자기계발……? 좀 이상한가요? 근데 진심이에요. 전 이게 직업이거든요. 글 쓰는 게 직업이고 이 일을 제일 잘하고 싶거든요.

Q. 첫 시집 『숨과 숲의 거리』에서는 「기호」, 「합평」, 「궤도」, 「태도」, 「파훼」 등 한 단어가 시 제목인 경우가 꽤 많았어요. 언어를 의심하고 예리하게 감각하는 시를 쓴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어떤 때에 시를 쓰고 싶다는 마음이 드세요?

예전부터 단어에 대한 호기심이 많았어요. 제가 쓴 초기 시 중에 제목이 「문득이라는 곳」이었어요. 단어에도 공간이 있고 시간이 있지 않을까. 단어에는 기존에 사전적 의미 말고 다르게 움직이는 의미들의 생성이 있지 않을까, 뭐 그런 게 관심사였거든요. 언어를 의심하는 건 사실 스스로에 대한 불신이에요. 내 순간의 감정, 내 선택, 어떤 사람 앞에서만 보이는 내 모습 등 저는 저를 그리 믿지 못하거든요. 시도 마찬가지고요. 시는 창작의 순간에만 진실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요. 그 변화하는 진실을 계속 쫓는 일, 그 진실이 거짓 사이에서도 진실일 수 있게 만드는 일이라고요. 그래서 시를 쓸 때 시점이나 장소의 변화가 자주 일어나는 거 같아요. 조금이라도 진실의 자리에서 머물길 바라면서요. 전 보통 아무래도 저한테 아픈 이야기를 시로 써요. 사실 첫 시집도 그렇고 그 이후 시들도 그렇고 여성 화자로 진행되는 시가 많았어요. 제가 가장 아프게 들은 이야기가 엄마였고, 누나였고, 이모였고, 할머니였고, 연인이었으니까요. 아직도 여성 화자들의 이야기가 제일 아파요. 그렇지만 시가 너무 감정적으로 나와서 자주는 안 쓰려고 해요. 어쩌면 저한테 제일 아픈 이야기는 조금 민망한 마음도 들어서, 사유에 숨어 시를 쓸 때가 많아요. 그게 편하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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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과 숲의 거리』에 수록된「태도」중 부분.
Q. 직장에 다니면서 창작을 하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서울에서 파주까지 통근하신다고 알고 있는데, 시를 쓰는 데 어려움은 없으신가요?

시는 한 달에 한 편만 찾아와도 고마워요. 그래도 어떻게든 한 편은 쓰려고 해요. 보통 평일에는 어렵고 주말에 카페에서 씁니다. 소재나 문장 등을 메모해두었다가 시집을 읽으며 에너지(?)를 끌어 모은 후 한번에 쏟아냅니다. 정념이라고 예전에 배웠던 듯해요. 창작 에너지를 쏟아내지 않고는 못 버티는 순간, 이걸 억지로 만들려고 애써요. 소재는 주로 다른 책에서 얻어요. 요즘에는 SF 소설, 판타지 소설 등을 읽고요. 최근에는 암흑물질로 시를 썼어요. 암흑물질이 우주에서 정의되지 않는 성분인데 우주의 많은 부분을 이루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저한테는 시가 그래요. 정의할 수 없는 단면을 정의하기 위해서 애쓰는 일이죠. 애쓰다 실패하고 애쓰다 미끄러지고 애쓰다 울기도 하는 작업. 실패를 알지만 실패를 하는 과정이 시라고, 선배 시인들의 시와 산문에서 배웠거든요.

Q. 저도 따라서 책을 읽고 싶어지는 마음이 들어요. 좋아하는 작가나 책이 있다면 추천해 주세요.

전 연령대별로 답습하는 시인들이 있어요. 시기를 나눠보면 황동규, 오규원, 채호기, 강성은, 신해욱, 송승언, 김복희 시인이에요. 관념적이거나 추상에서 의미 잉여가 많이 생성되는 시들을 좋아해요. 앞서 말한 건 공부하려고 읽게 되는 시이고 개인적으로 좋아해서 여러 번 읽게 되는 시는 또 달라요. 안미옥, 박소란 시인의 시예요. 이 두 분 시집은 아무리 읽어도 물리지가 않아요. (저와) 상극이라 오히려 끌리는 건가 싶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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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경 시인의 첫 번째, 첫 시집 낭독회 당시.
Q. 창작 외에도 늘 책과 관련된 일을 하고 계세요. 활자 밖에서는 어떤 일상을 보내며 휴식을 취하세요?

 사실 활자와 가깝게 지내는 일은 생각이 너무 많아지죠. 고민하고 또 고민하고, 또 다르게 고민하는 일이니까요. 그래서 일상에서만큼은 생각이 없어지는 순간이 좋아요. 그냥 전시회 가서 그림 보며 고요해서 좋다고 혼자 생각하거나, 한강 걸으면서 멍 때리거나. 집에서는 넷플릭스 봐요. 요새는 〈폭싹 속았수다〉랑 〈하이큐〉에 꽂혔어요. 〈폭싹 속았수다〉는 저의 외가가 제주도라 공감이 잘 되더라고요. 엄마가 65년생이셔서 금명의 삶과 가깝지 않을까 싶었어요. 근데 오히려 애순의 삶과 가까운 듯 느껴져 더 슬프더라고요. 어떤 65년생은 누렸을 삶을 엄마는 누리지 못했겠구나 싶어서요. 〈하이큐〉는 배구 만화인데 좀 으쌰으쌰 하는 느낌이 좋았어요. ‘우리’, ‘공동체’ 이런 가치도 새삼 느끼게 되고요. 스포츠나 소속에서 나오는 연대감이 있는데, 전 그걸 꽤 좋아하는 사람인 것 같아요.
 
Q. 설명해주시는 작품 얘기를 듣다 보니 시인님의 시선이 자연스레 묻어나오는 것 같아요. 그러면 시인님과 닮았다고 생각되거나 유독 정이 가는 캐릭터도 있으신가요.

저는 사실 서브 캐릭터를 좋아해요. 주인공보다는 서브 주인공, 아니면 매력적인 조연을요. 민망하지만 저는 집에서 혼자 넷플릭스 볼 때 울보가 되어요……. 그때 제가 우는 포인트는 이상하게 주인공이 아니라 그 주변 인물이더라고요. 저랑 닮아서일까요? 잘은 모르겠네요. 축구 포지션도 풀백이랑 수비형 미드필더를 좋아하고, 〈하이큐〉에서도 센터와 리베로를 좋아했어요. 어쩌면 누군가를 위해 희생하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펼쳐지는 슬픈 서사가 제가 슬퍼하고 와닿는 포인트인가 봐요.
김도경 시인이 요즘 즐겨 본다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클립 영상.
Q. 저번에는 ChatGPT와 대화하는 인스타스토리를 올리시던데, ChatGPT를 자주 이용하세요?

저는 자주 사용하는 편이에요. 지금 다니는 출판사가 해외소설을 주로 출간해서 외서 작업할 일이 많아요. 아무래도 번역본이 번역가님에 따라 실력 편차도 다르고 번역투나 영어 문법, 어순 등 고려할 부분이 많아요. 저는 원문이랑 대조 작업할 때 자주 쓰는데요. 원문 해석이나 해석된 언어에서 ‘것’, ‘이것’, ‘저것’ 등을 명사나 동사로 치환할 때 어떤 어휘가 적합한지 묻기도 합니다. 대신 소설 내에 상황을 말해주고, 시제를 정해주고, ‘~것’을 제외하여 작성하고 등등 여러 구체적인 설정들을 입력해요. 그러면 유의어도 잘 찾아주고 시제에 맞는 문장들도 잘 제안해줘서 편리하게 이용하고 있습니다.

Q. 한동안 연재하셨던 브런치에서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산문과 시도 볼 수 있었어요. 특히 누나와 관련된 이야기들이 따뜻했습니다. 여전히 잘 지내시나요?

각자 지내는 삶이 바쁘다보니 자주는 못 보지만 그래도 카톡이나 전화로 안부를 묻고 있어요. 누나는 아들 셋을 둔 엄마가 되었고 전 직장인이 되어서요. 최근에는 마트에서 계산을 하는데 회원 가입이 되어 있으면 할인이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누나 전화번호를 입력했어요. 덕분에 할인받아서 고맙다고 연락을 했네요. 용케 누나 전화번호를 외우고 있더라고요. 오랜만에 연락처를 뒤져 번호를 찾은 게 아니라 외운 전화번호를 입력해서 새삼 반가웠어요.
첫 시집에 실린 시에서는 누나가 자주 나왔던 거 같아요. 24살부터 26살 사이에 쓴 시들이었는데 아무래도 그때 누나가 결혼도 하고 출산도 하다 보니 많이 나오게 됐어요. 어린 시절에는 누나가 장녀라서, 딸이라서 손해 보던 삶들이 당연한 줄 알기도 했어요. 그런데 어른이 되어 돌이켜 보니 불합리한 순간들이 많았더라고요. 저라도 더 옆에서 공감하고 지지해 주어야겠다고 생각했죠. 그게 시로 발현된 거 같고요. 

   내가 누나보다 조금 더 밝은 명암이었을 때

   누나가 나보다 조금 더 어두워지기로 했을 때


   누나가 광주에 왔다 시집을 잔뜩 사줬고 서가앤쿡에서 밥도 먹었다 내가 다니느 학교의 운동장에 앉아서 가만히 풍경이 되기도 했다 우리는 같이 있었지만 동시에 다른 밝기를 가졌고 흑백사진에는 묘한 명암이 존재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비를 맞으며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이 유독 멀게 느껴졌을 때

   누나가 집에 있는 시간이 먼 미로를 걷고 있는 것만 같았을 때


   ―김도경 시인의 브런치 연재 시, 「그 이야기는 겨울의 프리지어처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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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경 시인과 조카들.
Q. 어른이 되었다는 게 종종 느껴지시나요? 시인님 올해 서른이 되셨다고 알고 있는데요. 소감이 어떠세요?

벌써 서른이 되었네요. 앞자리가 달라지고 마인드가 조금은 달라졌어요. 하나는 ‘이제 어른이니 내 앞가림은 확실히 하자’예요. 적어도 부모님에게 손 벌리는 어른은 되고 싶지 않더라고요. 큰돈을 버는 건 아니지만 내가 아끼는 사람들에게 소소하게 선물할 수 있는 삶이 제겐 자존감이 되어줘요. 저는 20대 때 제일 부끄러웠던 순간이 내가 아끼는 사람들에게 열악한 환경을 제공하고 내 마음만큼 베풀지 못했던 거예요. 물론 20대는 모두에게 힘들고 가난하지만 저는 대학 시절을 고시원에서만 보냈거든요. 사실 고시원 생활이 부끄럽다기보다는 충분히 벗어날 수 있음에도, 나한테 벗어나야 하는 상황이 명확하게 있음에도 그저 적당히 타협해 지냈다는 게 부끄러워요. 적어도 최소한의 안정적인 기반은 갖추며 살고 싶고, 그게 저한테는 사회적 어른의 몫이에요. 내가 아끼는 사람이 제 걱정으로 밤을 지새우게는 하고 싶지 않아서요. 또 다른 하나는 ‘내가 한 만큼만 행복하자’예요. 너무 욕심부리지 말고 내 노력만큼 행복하자.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값진 것이니까요. 서른이 되고 이 두 가지를 제일 많이 생각하는 듯해요.

Q. 공통 질문도 하나 드릴게요. 시인님과 ‘공통점’을 지닌 건 무엇일까요?

저는 대학생 때 별명이 레고였거든요. 생김새가 닮았다고요. 살면서 레고 닮았다는 말은 그때 처음 들었어요. 저는 그 말을 듣고 레고로 시를 써도 재밌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어린 시절에 레고 블록을 가지고 노는 일을 좋아했어요. 정해진 대로 만드는 일보다 내 마음대로 만드는 일을 더 즐겼죠. 시를 쓰는 일도 레고 블록을 쌓는 일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요. 시는 안 보이는 곳에서 문장을 쌓고, 기도를 쌓는 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조금은 신학적인 태도가 엿보이는 작업 같기도 해요. 저는 그런 작업들을 좋아하고요. 제게 기도는 신이 있어서 행해지는 일이라기보다는 누군가의 안부를 묻고 누군가가 무사하길 간절히 바라는 일이에요. 누가 꼭 봐주지 않아도 내 마음이 어딘가에는 닿았으면 하죠. 돌탑을 쌓는 일도 비슷하지 않을까요. 지나가는 사람들이 그 돌탑을 우연히 접했을 때 다른 기도가 더해지기도 하죠. 만든 이의 기도가 다른 이의 기도도 함께 간직해주죠. 시인은 읽는 사람의 기도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요. 그래서 저에게 시는 읽는 이의 여백이 소중해요.
 
Q. 마지막으로 향후 계획과 함께 독자님들께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시다면 부탁드립니다.

앞으로 일단 공통점 동인 시집을 잘 마무리하고 싶고요. 주제별로 시를 쓰고 있는데 주제에 맞게 창작하는 일이 서툴러서인지 아니면 요새 바빠서인지 작품의 밀도가 떨어지는 게 보이더라고요. 열심히 퇴고해서 동인 시집에 참여하고 싶어요. 또 시그림 스터디에서 준비 중인 시집도 잘 준비해 보려고요. 출판사에서 일하다 보니 한 권의 책을 내는 게 참 쉽지 않더라고요. 아무래도 현실적인 매출도 신경 써야 하니까요.
앞으로 이런저런 소식 전해드리도록 노력할 테니 저도, 공통점도 많은 관심 가져주세요!
시그림 모임의 크리스마스 낭독회에서 시를 낭독 중인 김도경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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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가는 한강공원. 한강이 서울의 복지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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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 새겨진 만년필. 친구가 선물해 줘서 애정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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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는 사람
윤소현

글을 쓰는 것보다 책을 읽는 것을, 책을 읽는 것보다 사 모으는 것을 더 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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