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지난 2021년에 심훈문학상을 수상하며 첫 번째 시집 『숨과 숲의 거리』를 내셨어요. 그 후로도 꾸준히 여러 지면에 시를 발표하며 ‘글 쓰는 사람’의 자리에서 멀어지지 않는 모습이 멋있습니다. 시인님을 글 앞에 머물게 하는 원동력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저는 어릴 때는 상상하는 일이 좋아서 글을 썼어요. 그다음에는 시를 쓰는 일이 좋아서 책을 읽고 관련 사람들을 만났고요. 이제는 문학을 좋아하고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된 것 같아요. 책 읽는 일을 좋아하고 책 만드는 일에 호기심이 있고 책과 관련된 프로그램에 관심이 있어요. 글 쓰는 일은 이제 저한테 하나의 무기거든요. 어쩌면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것 같아요. 글 쓰는 일이 제가 직업을 구하는 가장 빠른 길이고, 누군가와 가까워지는 데 가장 진심일 수 있는 길이라는 걸요. 글 앞에 머물게 하는 원동력은 자기계발……? 좀 이상한가요? 근데 진심이에요. 전 이게 직업이거든요. 글 쓰는 게 직업이고 이 일을 제일 잘하고 싶거든요.
Q. 첫 시집 『숨과 숲의 거리』에서는 「기호」, 「합평」, 「궤도」, 「태도」, 「파훼」 등 한 단어가 시 제목인 경우가 꽤 많았어요. 언어를 의심하고 예리하게 감각하는 시를 쓴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어떤 때에 시를 쓰고 싶다는 마음이 드세요?
예전부터 단어에 대한 호기심이 많았어요. 제가 쓴 초기 시 중에 제목이 「문득이라는 곳」이었어요. 단어에도 공간이 있고 시간이 있지 않을까. 단어에는 기존에 사전적 의미 말고 다르게 움직이는 의미들의 생성이 있지 않을까, 뭐 그런 게 관심사였거든요. 언어를 의심하는 건 사실 스스로에 대한 불신이에요. 내 순간의 감정, 내 선택, 어떤 사람 앞에서만 보이는 내 모습 등 저는 저를 그리 믿지 못하거든요. 시도 마찬가지고요. 시는 창작의 순간에만 진실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요. 그 변화하는 진실을 계속 쫓는 일, 그 진실이 거짓 사이에서도 진실일 수 있게 만드는 일이라고요. 그래서 시를 쓸 때 시점이나 장소의 변화가 자주 일어나는 거 같아요. 조금이라도 진실의 자리에서 머물길 바라면서요. 전 보통 아무래도 저한테 아픈 이야기를 시로 써요. 사실 첫 시집도 그렇고 그 이후 시들도 그렇고 여성 화자로 진행되는 시가 많았어요. 제가 가장 아프게 들은 이야기가 엄마였고, 누나였고, 이모였고, 할머니였고, 연인이었으니까요. 아직도 여성 화자들의 이야기가 제일 아파요. 그렇지만 시가 너무 감정적으로 나와서 자주는 안 쓰려고 해요. 어쩌면 저한테 제일 아픈 이야기는 조금 민망한 마음도 들어서, 사유에 숨어 시를 쓸 때가 많아요. 그게 편하기도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