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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으로 끝나는 이야기


만난 사람: 이송이(출판마케터)

묻는 사람: 장가영


‘월간 사람책’은 공통점 안팎으로 정독하고 싶은 ‘사람책’들을 만나는 대담 기록입니다. 물음과 응답 속에서 사람들이 지닌 공통점을 발견하고자 합니다. 여섯 번째 사람책으로, 오래된 취향과 새로운 세계에 대한 욕망 사이에서 언제나 조금은 어긋난 미완의 이야기를 애정하는 이송이 마케터를 읽어보았습니다.


 Q. 송이 님, 안녕하세요! 공통점의 여섯 번째 사람책으로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독자분들께 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저는 문학동네에서 북클럽문학동네라는 멤버십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 브랜드 마케터 이송이입니다. 조금 더 느리고 촌스러운 시대에 태어났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종종 하는데... 손에는 아이폰이 있는 사람. 아날로그를 사랑하는 디지털 중독자 같아요. 또 샌드위치 만드는 걸 좋아해요. 아주 나중에는 손님이 없을 땐 글을 쓰면서 샌드위치를 파는 가게를 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안 팔리면 내가 다 먹지 뭐, 하는 마음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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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는 샌드위치 만들기.
Q.전주국제영화제에서 같은 자원봉사자로 만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세월이 이렇게 흘렀어요. 송이 님은 요새 어떤 근황을 보내고 있나요?

그 시절이 언제 이렇게 먼 과거가 된 걸까요. 최근엔 문학동네 마케터로서 정체성이 가장 커요. 북클럽 회원을 4월부터 6월까지 모집하거든요. 올해 들어서 많은 것들(이를테면 운동...)을 북클럽 모집 이후로 미뤄두고 북클럽에 가장 많은 마음을 쏟으며 보냈어요. 그런데 이제 슬슬 끝이 다가오니 다른 정체성도 꺼낼 준비를 해야겠다고 생각해요. 아, 최근에 가장 큰 근황은 이사. 북한산이 보이는 동네로 이사를 해서 집에 이것저것 사들이고 있어요. 커튼을 달아야 하는데 한 달째 고르지 못해 고민입니다.
 
Q. 북한산이 보이는 동네라니. 왠지 독서가 더 잘 될 것 같은데요? 이사 축하드려요. 송이 님은 그런데 원래 이커머스 마케팅을 하셨었잖아요. 어떻게 하다 문학동네라는 출판사로 이직하게 되셨나요? 어떤 우연과 선택들이 모였는지 궁금해요.

사실 처음부터 출판사를 목표로 이직을 준비한 건 아니었고요. 말 그대로 우연과 선택이 모인 결과인데요. 결과론적으로 보면 운명 같아요. 우선 전 회사를 그만두고, 1년 동안 공백기를 가지며 일에 대해 많이 생각해봤어요. 내가 일을 하며 가졌던 불만이 무엇이었고, 앞으로 일을 통해 어떤 감정들을 느끼고 싶은지. 마케팅은 사람들에게 무엇인가를 권하는 일이잖아요. 당신의 삶에는 이것이 필요하다고. 이것 없이는 미완의 상태라고. 특히 이커머스 특성상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권해야 하는데, 어느 순간 내가 권하는 것이 나조차도 피로하더라고요. 그래서 이왕이면 내가 이롭다고 생각하는 것, 그래서 자신 있게 권할 수 있는 것을 권하자. 그리고 권하는 행위를 온라인을 기반으로 하되, 내가 하는 일이 어떤 형태로든 물성을 띄면 좋겠고, 짧든 길든 문장을 다루는 일도 꼭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문제는 이 모든 게 하나로 모이는 일이 있긴 할까 싶었거든요. 근데 공고를 보다 지금 하고 있는 이 일, 문학동네 북클럽 공고가 눈에 들어온 거예요. 책이라면 과해도 좋으니 자신 있게 권할 수 있고, 또 북클럽은 연간 멤버십 서비스니까 회원들과 장기적인 관계를 쌓아가며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좋았고요. 실제로 해 보니 할수록 신기해요. 제가 원하던 조건들이 다 있어요. 심지어 카피나 콘텐츠보다 조금 더 긴 호흡의 글을 쓸 수 있는 뉴스레터도 해보고 싶었는데 지금 〈계절공방〉이라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뉴스레터도 발행하고 있거든요. 여기서 쓰고 싶었던 이야기들을 원고로 막 쓰는데, 마감에 쫓기긴 하지만 사심을 채워가며 일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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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에서 계절공방 원고를 쓰고 있다.
   2025년 5월 16일 계절공방 20호 - 여러분에게 일은 어떤 의미인가요?

   일은 참 양가적인 존재입니다. 많아도 문제지만 없어도 문제지요. 삶을 영위하기 위해 하는 일인데, 일이 삶의 전부가 되어버릴 때도 있습니다. 좋아해서 시작했는데 하다보니 일이라는 이유로 싫어지기도 하고요. 대체 일이란 무엇일까요. 저는 ‘워라밸’을 지향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고 생각할 때가 있었습니다. 깨어 있는 시간 대부분을 일을 하며 보내는데 삶과 일을 자로 잰 듯 구분 지을 수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물론 지금도 삶에서 일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생각하지만, 의식적으로 일과 삶을 분리하려 노력하고 있어요. 여러분에게 일은 어떤 의미인가요?
   오늘 계절공방은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혹 앞선 저의 질문에 답이 떠오르지 않았다면, 오늘 레터를 읽으며 생각을 정리해보는 건 어떨까요? 일에 대해 고민하는 내 동료의 이야기라 생각하며 즐겨주세요.

   ―이송이 마케터의 계절공방 20호 뉴스레터 일부 발췌
Q. 사심을 채우며 일한다니. 정말 행운이 아닐 수 없습니다. 듣다 보니 북클럽 마케터라는 역할은 일반적인 마케팅과는 또 다른 결이 있을 것 같은데요. 이 일을 하며 특히 신경 쓰는 점이나 가장 즐거운 순간은 언제인가요?

제가 최근에 느낀 건 북클럽은 상품이면서 서비스고, 서비스지만 결국 중심엔 책이 있다는 거예요. 상품의 매력만 갖춘다면 독자들은 떠나가겠죠. 그렇다고 좋은 책의 힘만 믿고 상품으로서 완성도를 갖추지 못해도 독자들은 떠날 거예요. 결국 독자도 큰 틀에서 보면 소비자니까요. 좋은 책과 하나의 키트로 완성된 퀄리티를 갖춰도, 북클럽을 가입한 회원들과 오랜 기간 좋은 관계를 유지하지 못한다면 멤버십 서비스로서의 정체성을 잃고요. 이 밸런스를 유지하는 게 참 어렵고 그래서 재밌어요. 가장 즐거울 땐 회원들의 반응을 지켜볼 때예요. 내가 한 일로 인해 어딘가에 즐거워하는 이들이 있구나, 그 생각을 하면 기뻐요.
 
Q. 그럼 최근에 진행한 마케팅 중에 ‘아, 이건 내가 30년 후에도 기억하고 있을 것 같다’라는 일이 있을까요?

일단 30년 후 자체를 상상하기 좀 어려운데요. 이번 북클럽을 기획하고 세상에 처음 내보내는 순간까지가 가장 오래 남지 않을까 싶어요. 오픈 전날엔 자식을 어린이집에 처음 보내는 부모의 마음이 이런 걸까, 그런 생각까지 들더라고요. 물론 자식을 낳아본 적 없어서 함부로 비할 순 없겠지만요. 그만큼 떨렸어요. 나가서 사랑받았으면 좋겠고, 혹시라도 미움받으면 어쩌나 걱정되고. 그런 마음이 들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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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클럽 웰컴키트 촬영 현장.
Q. 자식을 어린이집에 처음 보내는 부모의 마음까지 가닿았다니. 송이 님의 책, 일, 사람에 대한 진심이 여실히 와 닿아요. 요즘은 아무래도 출판사 마케터로 계시다 보니 그 어느 때보다 책을 많이 읽고 계실 것 같은데요. 최근에 생긴 독서 습관이나 루틴이 있을까요?

출판사 직원이 된 후 생긴 새로운 습관은 판권을 살펴보는 거. 책 뒤에 사람이 있거든요. 그것도 많이. 읽으면서는 내 시선이 아닌, 독자의 시선. 그러니까 이를테면 북클럽 회원들이 이런 구절을 좋아할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읽을 때가 많아졌어요. 또 하나는 책을 읽고 있는 순간이나 책 사진을 틈틈이 찍게 돼요. 북클럽의 궁극적인 목표는 책 읽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다 보니 틈나면 사진을 찍고, 이걸 어떻게 콘텐츠로 전달하면 좋을까 고민하게 돼요.
 
Q. 송이 님은 책 사진도 잘 찍지만 책을 읽고 노션에 기록하는 습관도 있잖아요. 그 기록에는 어떤 정보들이 들어가나요? 기록을 처음으로 시작하게 된 계기도 궁금해요.

양심 고백을 하자면 출판사에 입사하고 나서 이 습관을 잃었어요. 읽는 속도를 기록하는 속도가 따라가지 못하게 됐거든요. 그래서 읽은 모든 책을 기록으로 남기려 하면 오히려 독서에 방해가 되겠더라고요. 그래서 조금 내려놔야 하는 순간이 온 거라고 핑계를 대고 있긴 한데. 제가 가진 습관 중에 가장 근사한 습관 중 하나였어서 다시 찾고 싶은 욕심이 들긴 해요. 시작은 단순히 내가 1년에 책을 얼마나 읽는지, 또 어떤 책을 읽는지 연말에 회고하기 위한 기록이었는데요. 좋은 문장도 적어두게 되고, 그렇게 몇 년 하다 보니 점차 체계적으로 변하더라고요. 특히 이 전에 하던 일이 카피 쓰는 게 주였는데 카피 쓸 때 도움이 될 만한 문장들을 태그를 붙여 모으던 게 도움이 많이 됐어요. 
이를테면 정세랑 작가의 『피프티 피플』에 “다시 화면을 열어 여러 항목 중에 ‘도시 백색 소음’을 골랐는데, 어쩐지 그게 좀 웃겼다. 소음 속에 살면서 소음을 고르다니. 가상의 소음은 부드러웠다. 공격성이 제거된 소음이었다.” 이런 구절이 나오는데요. 이 구절 옆에 ‘소음’ ‘노이즈캔슬링’ ‘이어폰’ ‘헤드셋’ ‘ASMR’ 같은 키워드를 적어둬요. 그리고 이어폰에 대한 카피를 써야 할 때 ‘이어폰’을 검색해보고, 이 구절을 다시 읽으며 인사이트를 얻는 거죠. 이 방법은 제가 생각해낸 방법은 아니고 카피라이터 출신인 이유미 작가의 책에서 배운 거예요. 어쩌면 이때부터 책을 통해 먹고 살고 있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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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사진을 찍는 새로운 습관.
Q. 대단해요. 보통 책에서 그런 방법을 알게 돼도 직접 실행하고 꾸준히 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은데요. 그 기록과 시간이 송이 님을 여기까지 이끌어 줄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송이 님은 최근 저희 친구들 사이에서 바쁘기로 소문이 자자한데 시간 관리를 어떻게 하고 계시는지도 궁금해요. 시간을 관리하는 비법이나 도구가 있는지.

시간 관리 능력은 늘 원하는데 갖지 못하는 능력이에요. 그래서 노하우는 전혀 없고 뭔가 해내야 하는 일이 있을 땐 무식하게 시간을 많이 들여요. 남들은 세 시간이 주어져도 한 시간 안에 털고 일어날 일도, 저는 주어진 세 시간을 다 써요. 예전엔 밤도 꽤 잘 세는 편이라 자부했는데 이제는 체력이 안 되니까. 시간 관리를 잘해보려고 뽀모도로 시계라고 하나, 타이머 시계를 샀어요. 예를 들면 30분 정도 걸릴 일이다 싶으면 30분 안에 끝내기를 저만의 미션으로 걸고, 타이머를 맞춰놓고 일을 시작해요. 시각적으로 시간이 가는 게 보이니까 도움이 되는 거 같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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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 책상에 놓인 뽀모도로 시계.
Q. 무식하게 시간을 많이 들인다는 말이 너무 귀엽고 아프네요. 송이 님을 오래 지켜봤지만 그렇게 일하고 있는지는 몰랐어요. 이번 인터뷰를 통해 저는 송이 님이라는 사람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된 것 같아 이 시간이 정말 뜻깊습니다. 다시 마케팅이라는 일의 본질에 대해 생각하자면, 저는 마케팅이 사람을 이해하고, 관계 형성을 하고, 그들의 삶에 꼭 필요한 가치를 주면서 끊임없이 소통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그래서 결국 마케터가 사람과 가장 가까운 직군 중 하나인 것 같더라고요. 송이 님은 마케팅 일을 하면서 사람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을까요?

너무 어려운 질문인데요.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더 깊이, 더 자주 생각해보려고 노력하게 됐어요. 사실 타인을 완벽히 이해하기란 불가능하잖아요. 한 사람도 어려운데 사람들이라면 더더욱. 그래서 끝내 다 이해하지는 못하더라도 이해하려는 시도를 놓지 않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이해하려는 노력을 멈추면, 혹은 내가 다 이해했다고 착각하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마케터로서의 자질을 잃는 게 아닐까 싶어요.
 
Q. 다 이해했다고 착각하지 않는 것이 어떤 일을 하든 가장 중요한 자세라는 걸 저도 느끼고 있어요. 공감합니다. 작년 연말에 모여 저희 ‘2024 연말정산 모임’을 했었잖아요. 100가지 질문에 답을 하고 공유하는 시간이었죠. 그때 참 재밌었는데요. 서로의 삶을 조금 더 내밀하게 들여다보고, 자신의 한 해를 몇 가지 사건이나 이미지뿐 아니라 그것들을 하나의 서사로 꿸 수 있는 연결 고리를 발견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요. 그 모임을 주최한 게 송이 님이었죠. 그런 의미에서 묻고 싶어요. 이번 상반기 내내 머릿속을 맴돌고 있는 질문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작년 하반기부터 이어져 온 건데 저에게 변화가 많았거든요. 하는 일이 달라지니 매일 가는 장소, 만나는 사람들도 달라졌고. 심지어 사는 곳까지 달라졌죠. 그러니까 어떤 새로운 세계에 발을 들였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았어요. 그런데 이 세계가 나한테 잘 맞아서인지, 아니면 나이가 들어서인지 새로운 세계를 기웃거리게 되는 마음이 많이 줄었어요. 20대 때는 여기보다 더 나은 세계가 있지 않을까, 이 세계가 끝이면 어쩌지, 이게 전부는 아닐 텐데. 뭘 원하는지도 모르면서 어딘가를 기웃거리게 되는 마음이 한편에 늘 있었거든요. 근데 요즘은 그런 마음이 많이 줄어서, 이렇게 어떤 욕심은 차츰 사라져가는 게 인생인 걸까 싶고. 그런데 또 반대로 생각하면 내가 아직 가보지 않은 새로운 세계가 40대, 50대에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근데 이런 걸 질문이라고 할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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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잘 맞는 이 세계. 작년 문학동네시인선과 포인트 오브 뷰 팝업스토어에서.
Q. 저는 왠지 당연하게도 송이 님이 가보지 않은 새로운 세계로 금방 또 입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 세계에서 또 어떻게 활약하며 송이 님만의 서사를 만들게 될지 벌써 기대가 됩니다. 저는 사람들이 결국 모든 것을 서사로 만들어 간직한다고 생각해요. 송이 님은 특별히 마음이 끌리는 서사 구조가 있나요? 이를테면 ‘성장 서사’, ‘복수극’, ‘우연한 만남이 인생을 바꾸는 이야기’ 같은 방식이요.

잘 아시겠지만, 저는 저를 참 사랑하잖아요. 그래서 내 모든 게 다 좋아, 가 아니라 사랑해서 오히려 작은 결함도 못 본 척 넘어가기가 힘든 그런 사랑. 제가 그런 인간이라서인지 내면에 모순이 있거나 어딘가 조금은 뒤틀린 인물이 나오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그런 인물이 자기가 가진 뒤틀림을 응시하고 어긋남을 메꾸려고 노력하는 이야기. 그런데 완벽하게 일치를 이루었다면 어쩐지 좀 거짓 같아서. 미완으로 끝나는 이야기에 더 마음이 가요.
 
Q. 저도 그런 서사를 너무나 좋아합니다. 취향이 이렇게 겹치네요. 송이 님은 송이 님만의 취향이 확고하잖아요. 확실한 취향이 마케터로서의 덕목인 것 같기도 하거든요. 송이 님의 오래된 취향에 대해 듣고 싶어요.

음, 오래된 취향. 편지를 좋아해요. 어렸을 때부터 친구들에게 받은 편지를 모두 모아뒀고 서간문에 약해요. 제가 책을 읽으며 울고 있다면 서간문일 가능성이 높고요. 여행지나 어떤 공간에 가면 방명록이나 사람들이 남기고 간 흔적들이 있잖아요. 그런 걸 꼭 읽어봐요. 때로는 몇 글자로 남겨진 기록들이 사진보다 더 선명한 이미지로 느껴질 때가 있는 거 같아요. 물론 제 마음대로 그리는 거지만요. 그리고 노래는 언니네 이발관, 음료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색은 초록색. 햄버거엔 토마토가 있어야 한다는 강경토마토파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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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숙소에서 읽은 이름 모를 누군가의 방명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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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앙마이에 한국인이 두고 간 책에서 발견한 편지.
Q. 서간문에 대한 애정이 그렇게 높은 줄 몰랐어요. 송이 님께 편지를 한 번 꼭 써 볼게요. 송이 님이 제 편지를 읽고 눈물을 흘리게 된다면 꼭 눈물 셀카를 찍어 보내주세요. 직업인으로서의 이송이와 사람으로서의 이송이가 갖고 있는 앞으로의 계획이나 꿈이 궁금해요.

직업인으로서는 앞으로 더 많은 분과 북클럽에서 함께 읽는 것이에요. 요즘 OTT 하나 정도는 다 구독하는 세상이잖아요. 어떤 OTT 구독하고 있는지 묻는 게 어색하지 않은 것처럼, 무슨 북클럽 가입했냐는 질문이 어색하지 않은 그런 문화가 생기면 서로 나눌 수 있는 대화가 훨씬 더 풍요롭지 않을까, 더 재밌는 세상이지 않을까, 그런 원대한 꿈이 있고요. 사람으로서의 이송이는 지금까지의 나의 취향이나 행적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완전 새로운 취향을 찾는 거예요. 이를테면 갑자기 훌라춤에 빠진달지. 아니면 갑자기 조립이나 기계 같은 걸 배운달지. 그런 의외성을 찾는 거예요. 그리고 지나간 일기를 보니 사랑을 되찾자라고 쓰여 있네요. 사랑, 아무래도 되찾아야겠지요.
 
Q. 훌라춤을 추는 송이 님을 상상했어요. 그간의 행적과 전혀 관련이 없지만 잘 어울립니다. 이제 월간 사람책의 공통 질문을 할게요. 송이 님과 ‘공통점’을 지닌 것은 무엇인가요?

제가 김연수 작가의 『우리가 보낸 순간: 소설』 속 “나는 변해서 다시 내가 된다는 것. (중략) 우리는 변하고 변해서 끝내 다시 우리가 되리라는 것”이라는 문장을 참 좋아하는데요. 그런 의미에서 저는 물을 꼽고 싶어요. 물은 형태가 달라져도 결국 물이잖아요. 나도 어디에 담겨있든 어떤 모양이든 그냥 나구나 싶고. 근데 제가 주변 영향을 많이 받아요. 그래서 좋은 모양새로 담겨있을 수 있는 곳에 저를 두는 게 굉장히 중요하더라고요. 나는 결국 나지만, 내가 어떤 형태로 존재할 수 있는지는 상황과 환경에 달라질 수 있다는 게 물과 저의 공통점이에요.
 
Q. 송이 님이 좋은 모양새로 담겨있을 수 있는 그곳이 저의 곁이기도 하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사람책 대화를 읽게 될 독자분들께 자유롭게 한 말씀 부탁드리며 마무리할게요.

사람책에 등장한 첫 마케터로서 마지막까지 마케터다운 면모를 보이고 떠나자면 올해 북클럽문학동네 슬로건이 ‘Breathe with a Book’이거든요. 책과 함께 하는 쉼을 전하고 싶어서요. 혹 책과 함께 숨 쉬고 싶은 분들이 있다면 북클럽문학동네를 찾아주세요. 저는 조용히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이제 여름이 왔네요. 더 더워지기 전에 부지런히 테라스 자리 한 번이라도 더 앉으시고, 더 자주 걷는 시간이 되시길 바랄게요. 제철 과일도 듬뿍 드시고요! 이곳에 올 수 있어서 너무 즐거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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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사한 동네에서 자주 가는 베이글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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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에 매일 보는 파주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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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는 사람
장가영

시와 시를 닮은 에세이를 쓰고 있다. 

instagram : @borntobefreefree
e-mail : jangkangtaey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