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올해 서른 살이 되셨는데, 기분이 남다를 것 같아요. 스무 살의 박규현 시인님과 비교했을 때 달라진 점들이 있을까요?
스무 살엔 ‘스무 살 참 별것 없구나’라는 생각을 제일 자주 했던 것 같아요. 스무 살 이전까지만 해도 스무 살이 되면 재밌는 일들이 많이 일어날 줄 알았는데 아무 일도 없더라고요. 이런 이런 지점에서 스무 살의 박규현과 서른 살의 박규현이 겹쳐지기도 하는데요. 서른 살이 되어서도 ‘서른 살 참 별것 없구나’라는 생각을 여전히 하고 있거든요. 그래도 저는 서른 살이 된 지금의 제가 더 마음에 들어요. 제가 제 자신을 어떻게 건사해야 하는지 몰라서 스스로와 다투고 서먹하던 시간을 지나, 이제야 조금은 안정기에 접어든 느낌이 들어서요.
Q. 10년 뒤, 마흔 살이 된 박규현 시인님의 모습이 궁금해집니다. 지금보다 한층 더 성장해 있으리라고 믿어요. 10년 뒤 원하는 모습을 상상해본다면, 허황된 것이라도 괜찮아요, 어떤 부분이 가장 달라져 있을 것 같나요?
20대를 보내면서 제가 제 마음을 돌볼 줄 알게 되었듯이, 30대를 보내면서는 제가 제 몸을 좀 돌볼 줄 알았으면 좋겠어요. 규칙적으로 식사를 하고, 영양제도 좀 챙겨 먹고, 하기 싫고 귀찮아도 꾸준히 운동도 하고요. 마음도 챙기고 몸도 챙기면서 제가 제 자신을 좀 더 너그러이 대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 있길 바라게 되네요. 지금은 이것들을 하나씩 터득하려 하는 중이니까…… 10년 뒤에는 잘 해내고 있지 않을까요?
Q. 첫 번째 시집인 『모든 나는 사랑받는다』가 출간되었을 때가 기억나요. 첫 번째 시집이 출간되었을 때의 기분은 어떠셨어요?
그야말로 혼이 쏙 빠져있던 상태였어요. 첫 시집에 수록된 원고보다 더 좋은 시, 더 새로운 시를 써내지 않으면 제게 ‘다음’이 없을 것만 같더라고요. 오래전부터 바라던 일이 이루어지고 나니까, ‘이 다음엔 뭘 해야 하지?’ 하는 생각도 들었고 ‘이다음에 또 뭘 쓸 수 있을까?’ 하면서 막막하기도 했고요.
Q. 이번에 두 번째 시집이 출간되었죠. 『새 우정을 찾으러 가볼게』라는 제목의 이 시집을 시인님께서는 “구부정하게 있다가도 몸을 곧게 바로 세우려는 마음, 그런 마음을 건강한 방식으로 지켜보려는 저와 ‘친구’들의 이야기가 담겨(문학동네 인터뷰 中)”있는 시집이라고 소개해주셨어요. 두 번째 시집을 출간하고서는 어떠셨나요?
이번 시집을 출간하기 전에는 걱정이 많았어요. 첫 시집을 출간한 직후에 마음이 힘들었던 것처럼 이번에도 똑같은 상황에 놓일까 봐요. 그런데 막상 실물로 이번 시집을 마주 보게 되니 무척 덤덤한 거예요. 제가 몇 년 사이에 변했나보다 했죠. ‘도모’의 몇몇 친구들과 조촐한 축하 자리를 가졌을 때도 시시콜콜한 이야기만 한참을 주고받았어요. 그렇게 각자 집으로 돌아가게 될 줄 알았는데…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드는 거예요. 이번 시집에 수록된 시들을 쓰면서 떠올린 친구들은 이 시집을 읽을 수 없겠다는 생각이요. 물론 이 생각은 첫 시집을 출간했을 때도 했던 것인데요. 이번 시집에선 첫 시집에서보다 ‘친구’ 이야기를 더 많이 했기 때문인지, 서러움이 몰려와서 카페 테이블에 엎드린 채 엉엉 울어 버렸어요. 그런 제가 저조차도 당황스러울 정도로요. 그러니 ‘도모’ 친구들도 그랬겠지요? 하지만 친구들은 제가 다 울 때까지 저를 기다려줬어요. 티슈를 챙겨주고, 물 한 잔을 떠다주고, 제 등을 쓸어내려 주면서요. 죽고 없는 친구들을 떠올리느라 슬퍼하는 제 곁에 여전히 남아 있는 친구들이 있다는 걸, 새삼스레 알게 된 순간이었어요. 어쩌면 이 순간이야말로 이번 시집을 출간하고서 남게 된 마음을 설명할 수 있는 유일한 순간이지 않을까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