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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까지 올라오는 수풀


만난 사람: 나유클럽(창작그룹)

묻는 사람: 김병관


‘월간 사람책’은 공통점 안팎으로 정독하고 싶은 ‘사람책’들을 만나는 대담 기록입니다. 물음과 응답 속에서 사람들이 지닌 공통점을 발견하고자 합니다. 아홉 번째 사람책으로, 그림과 글이라는 매개로 만나 현재를 열심히 기워나가고 있는 두 사람, 나유클럽을 읽어보았습니다.


Q. 나유클럽 여러분. 안녕하세요. 공통점의 아홉 번째 사람책으로 만나 뵙습니다. 독자분들께 소개 한번 부탁드릴게요.
 
김나연: 안녕하세요, 김나연입니다. 현재 광주광역시에 거주하고 있으며 문학동인 공통점에서 가끔 활동하고 있습니다. 매주 나유클럽에 올라가는 글을 쓰고 있기도 합니다.
 
환유맨: 안녕하세요. 그림으로 먹고살고 싶은 환유맨이라고 합니다. 저도 똑같이 현재 광주에 거주하고 있고요. 본가는 부산입니다. 개인작부터 크루 활동, 그리고 나유클럽까지 여러 활동들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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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유클럽의 그림을 담당하는 환유맨의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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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유클럽의 글을 담당하는 김나연의 프로필.
Q. 먼저 근황을 여쭤보고 싶어요. 어떤 날에는 불볕더위가 느껴지기도, 어떤 날에는 비가 많이 내리기도 하는 이 계절을 어떻게 통과해내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김나연: 통과보다는 버틴다는 말이 맞을 것 같아요. 양산도 사고, 손풍기도 샀습니다. 그런데 양산을 집 안에서 잃어버리는 바람에 뙤약볕을 그대로 맞고 있어요. 약속이 있는 게 아니라면 되도록 집 밖에 나가지 않으려고 합니다. 대신 주 2~3회 헬스를 하며 체력을 기르고 있어요.
 
환유맨: 저 자신의 부족함을 참 많이 느끼고 있는 요즘입니다. 졸업작품도 만들고 이런저런 일도 하면서 어떻게든 지내고 있습니다. 게임도 만들고…… 친형의 결혼용 사진 편집이나 청첩장 삽화도 그리고…… 이것저것 하면서 정신없는 나날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얼른 다 끝내고 개인작도 그리면서 쉬고 싶네요.
 
Q : 두 분이 각각 버틴다, 어떻게든 지내고 있다고 말하는 대답에서부터 하나의 팀이라는 느낌이 드는데요. 처음 나유클럽이라는 이름을 봤을 때가 생각납니다. 너무 잘 지어진 이름이라고 생각했거든요. 발음이 찰지다고 해야 할까요? 아마 글을 쓰는 나연 님의 ‘나’ 그림을 그리는 환유맨 님의 ‘유’에서 나유를 따왔을 것 같은데. 우선, 제 날카로운 추측이 맞는지 궁금하고요. 클럽이라는 말은 사전적으로 취미나 친목 따위의 ‘공통된’ 목적으로 모인 사람들이 이루는 단체라고 나오더라고요. 나유클럽은 어떤 공통의 목적의식에서 결성하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김나연: 일단 질문자님의 날카로운 추측은 맞습니다. 처음에는 비틀즈의 〈론리 하츠 클럽(Lonely Hearts Club)〉을 차용하려 했는데, 이름이 길기도 하고 조금 더 특별한 이름으로 만들고 싶었어요. 그러다가 질문자님께서 말씀하신 아이디어가 나와 그걸 사용하기로 했어요. 그리고 나유클럽은 환유맨의 그림을 보고 글을 쓰게 된 것이 계기가 되었어요. 제 글을 마음에 들어 한 환유맨이 같이 작업하자는 제안을 해왔고, 저 역시 함께 하는 작업이 즐거울 것 같아 수락했죠. 처음 하게 된 계기는 그게 다였어요. 재밌을 것 같다는 거. 작업물을 올렸을 때 돌아오는 반응도 신선했고요.
 
환유맨: 맞아요. 나연 누나가 아무래도 고양이 같은 성격이시다 보니 제가 먼저 이것저것 제안을 했습니다. 팀명에 대한 거나, 업로드 주기나…… 그런데 제 예상보다 훨씬 추진력 있으시고, 제안에 긍정적으로 반응해주셔서 놀랐던 기억이 나네요. 저 같은 경우는 일단 누나와 마찬가지로 재밌을 것 같다는 게 먼저였고요. 다음으로는, 개인계정에는 뭔가 무게감이랄까요. 가볍게 그림을 올리기가 힘들어서, 뭔가 좀 가벼우면서 의미도 있고 재밌게 하고 싶은 마음에 제안을 하게 되었습니다.
 
Q. 두 분 다 재밌을 것 같다는 마음이 우선이셨군요. 중요한 지점인 것 같아요. 흥미와 재미는 어떤 일을 해나가는 데 있어 가장 큰 원동력이 되니깐요. 그러한 계기로 만들어진 나유클럽의 인스타그램을 쭉 훑어보며 개인적으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흑백의 분위기가 너무 잘 어울린다는 점이었어요. 환유맨 님 같은 경우에는 여러 방면에서 활동하고 계시는 거로 알고 있는데요. 이리저리 살펴본 결과 따로 흑백의 표현은 제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것 같은데, 혹시 나유클럽의 피드를 흑백의 느낌으로 이끌어가야겠다고 생각한 지점은 무엇이었을까요? 만약, 내부에서 합의가 이뤄진 거라면 어떤 방향에서 이야기가 나오게 된 것인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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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유클럽의 인스타그램 피드. 흑백의 분위기가 인상적이다.
환유맨: 흑백의 느낌을 가져가고 싶었던 건 딱히 내부적인 합의는 아니었어요. 저의 독단적인(?) 선택이었습니다. 일단 제가 펜선 그림에 좀 자신이 있어요. 재미도 있고요. 그리고 제가 채색을 하는데 굉장히 공을 들이는 편이다 보니, 뭔가 개인작품을 올리는 속도가 너무 더뎌지더라고요. 그렇다고 무채색의 그림을 올리기에는 개인작품 계정의 느낌과는 거리가 멀다고 느껴지기도 했고요. 그래서 나유클럽이라는 뭐랄까, 부계정이랄까요? 이런 걸 만들어서 펜선 그림을 자유롭게 그릴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어요. 정리하자면 펜선 그림 자유롭게 그리고 싶어서……가 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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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색이 들어간 환유맨 작가의 작업물.
Q. 아까 무게감 얘기를 하셨는데, 환유맨 님에게 있어 나유클럽은 어떤 중압감(?)이 사라지는 공간이기도 한 거네요. 그럼 혹시 나연 님의 경우엔 어떤가요? 단편 소설을 주로 쓰시는 거로 알고 있는데, 환유맨 님이 펜선 그림을 자유롭게 그리고 싶다는 욕망이 있는 것처럼. 단편 소설을 쓸 때와는 다른 욕망이 충족될 것 같거든요. 단편 소설은 아무래도 80매 이상의 분량도 생각해야 하고. 어떤 책임이라고 해야 하나요? 더 신경 써야 할 것이 있으니까. 나연 님이 나유클럽 안에서 짧은 글을 쓸 때 충족되는 감각이 궁금합니다.
 
김나연: 정말 가볍게 쓰자는 마음으로 임합니다. 단편 소설에서는 쓸 수 없는 이야기들, 이를테면 용사의 이야기를 썼을 때도 있고요. 책임이라는 단어가 나왔는데, 나유클럽을 읽어주시는 분들께는 죄송한 이야기지만 책임감은 배제하려고 합니다. 물론 일종의 창작이기 때문에 책임감이 아예 없을 수는 없겠지만요. 최대한 짧은 시간 내에 스케치하는 느낌으로 쓰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15분 만에 나온 소설도 있고 한 시간 동안 붙들고 있던 소설도 있습니다. 들인 시간에 따라 퀄리티가 달라지지는 않는 것 같아요. 오히려 더 오래 붙잡고 있는 소설이 (제가 보기엔) 별로인 내용이 더 많습니다. 그래서 최대한 마음 놓고 쓰려고 해요. 이야기의 전개 방식이나 설득력을 신경 쓰지 않으려고 합니다. 독자분들이 나유클럽에 바라는 것은 그런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Q. 한 편의 게시물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이 궁금합니다. 어떤 소통을 통하여 한 편의 게시물이 나오게 되나요?
 
김나연: 소통이랄 것까지는 없고요, 그림을 그려서 보내면 그에 맞는 글을 씁니다. 다음 차례에는 반대로 글을 써서 보내고 그에 맞는 그림을 그려요. 가끔 이런 방향으로 글, 그림을 작업해줬으면 좋겠다 하는 의견을 내기도 합니다. 서로의 글과 그림을 존중하며 작업하고 있어요.
 
Q. 나유클럽의 작업물은 각자의 예술이 만나는 장소라고 생각이 드는데요. 지금 햇수로는 2년이 되어가는데, 기억나는 에피소드 같은 게 있을까요? 서로 충돌했던 경험 같은? (몹시 기대)
 
김나연: 서로의 작업물을 너무 좋게 생각해서 충돌했던 적은 없고요, 기억나는 에피소드는 아무래도 작년 4월에 했던 만우절 작업물이었어요. 제가 그림을, 환유맨이 글을 쓰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출발했죠. 반응이 예상보다 좋아서 놀랐어요. 올해엔 하지 못해서 조금 아쉬웠습니다.
 
환유맨: 아니 벌써 2년이 됐나요? 시간 참 빠르네요…… 기억나는 에피소드라…… 저희가 생각보다 소통이 딱히 없이 작업을 해서. 항상 제가 그림을 보내면 ‘고생했다.’라고 말하시고. 저는 거기에 ‘아닙니다.’ 또는 뭐 ‘천만에요.’ 이런 식으로 말하는 게 하나의 템플릿 비슷한 게 돼서 그게 좀 재밌다고 생각합니다.
 
Q. 아, 템플릿 너무 웃긴데요. 어쩐지 너무 상상이 됩니다. 만우절 작업 얘기도 되게 재밌고요. 위에서 말한 ‘재미’라는 요소가 그런 시도로도 이어지는 것 같네요. 그럼 이쯤에서 좀 더 작품 이야기로 들어가 볼게요. 제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인생은 교통사고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다.’라고 시작하는 재이의 이야기입니다. 교통사고를 내는 쪽보다는 당하는 쪽이 낫다고 생각하는 재이. 그리고 과실이 100대 0이어도 피해자가 할 일은 있다고 말하는 재이. 어떤 마음에서 이 이야기를 집필하셨는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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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2월 11일에 업로드된 재이의 이야기. 
(https://www.instagram.com/p/C3M5Db_rZJH/?igsh=M3c2dmFqdXRmYnRo)
김나연 : 너무 오래전이라 자세히 기억은 안 나지만, 그때를 떠올려봤을 때는 절박한 심정이었던 것 같아요. 내게 닥쳐오는 수많은 문제, 그중에는 예상한 것도 있지만 예상치 못한 문제들도 많았어요. 그럴 때마다 교통사고를 당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실제로 내 몸에 상처를 준 것은 아니지만 정신적 타격을 입었던 적이 꽤 있었던 것으로 기억해요. 그리고 비슷한 강도의 문제들이 반복적으로 발생할수록 무뎌졌던 것 같아요.
“무뎌진 걸까?”라는 말은 스스로에게도 자주 하는 질문이에요. 예전보다는 스트레스를 받는 역치가 높아지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예 안 받는다는 뜻은 아니잖아요. 무의식이 분노를 억누르고 있는 상태일 수도 있고요. 이 상태에서 제가 해야 할 일은, 할 수 있는 일은 차곡차곡 쌓인 감정들을 잘 해소하고 배출하는 거예요.
크든 작든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들, 그들과 나를 완전히 분리할 수는 없어요. 타인과 살아가는 이상 나도 누군가에게는 가해자가 될 여지가 분명 있어요. 늘 그 사실을 인지하려고 노력하며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고를 내고 사과도 없는 가해자와는 다른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요.
 
Q. 나유클럽의 게시물을 보며 가장 짙게 다가오는 느낌은 ‘사라짐과 기다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림이나 글에서 왠지 모를 씁쓸함이 있는 듯한데요. 각 에피소드에선 떠나는 사람들이 자주 나오고,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나옵니다. 두 분에게 있어 ‘사라짐과 기다림’이란 무엇인지 물어보고 싶어요.
 
환유맨: 보기 싫은 옆집 이웃 같은 느낌이랄까요. 이 삶이라는 아파트에 들어온 이상 어쩔 수 없이 살다 보면 계속 마주치고 부딪히게 되는 그런 느낌. 그러려니 해야 하지만 동시에 참 마주치기 싫은 그런 것 같아요. 삶은 이사를 갈 수 없기 때문에…….
 
김나연: 기다림은 인간에게 있어 숙명이라고 생각해요. 날 때부터 정해진, 피할 수 없는 본능 같은 거죠. 누군가를 사랑하고 정을 주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는 기다림 같은 것이 생기는 것 같아요. 돌아오지 않는 사람을 기다리며 스스로를 돌아보기도 하고, 상대를 원망하기도 하고, 절망하기도 하죠. 그러면서 성장하게 되는 것 같아요. 사라지는 것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영원히 그 자리에 있을 수 없으니까. 떠나는 것도 굉장히 자연스러운 현상이고요.
 
Q. 결국 떨어질 수 없는, 인간으로서 마주칠 수밖에 없는 필연적 장면인 것 같기도 하고요. 다소 무게가 있는 언어들이 지나간 것 같은데요. 분위기를 조금 전환해서 피드를 정독하며 느낀 건데 J나 제이나 재이…… 유독, 이 이름과 관련된 인물들이 많습니다. 어떤 의도가 있는 걸까요? 헷갈리게 하기?
 
김나연: 의도는 전혀 없었습니다. 제가 재이(혹은 제이)라는 이름을 선호하나 봐요. 실제로 이름을 발음해보면 거슬리는 느낌이 덜해요. 저만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요. 이곳에서 이름은 중요하지 않기 때문에 가장 무난한 이름으로 짓게 됩니다. 사실 마음 같아서는 이름을 다 통일하고 싶어요. 재이로. 앞으로 개명한다면 재이로 바꾸겠습니다.
 
Q. 재이에 대한 엄청난 사랑…… 잘 들었습니다. 다음 질문은 지금껏 나유클럽을 해오면서 가장 애정이 가는 글과 그림이 있다면 무엇인지 딱 한 가지만 뽑아주실 수 있을까요?
 
김나연 : 2024년 4월 6일에 업로드한 글이 마음에 들어요. 이 소설은 주인공을 떠난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상실을 겪은 사람은 그 상처가 몸에 뿌리내리게 됩니다. 잊으려 해도 끊임없이 생각나 괴로워하죠. 상실과 관련된 흉터가 내 몸에 있다면, 그 괴로움은 더 심해질 것이라 생각해요. 눈을 감아도 보이고 눈을 뜨면 더욱 생생하게 그때 그 기억이 살아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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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4월 6일에 업로드된 한 남자의 이야기 그림. 김나연 작가가 나유클럽 활동 중 가장 애정이 간다고 밝힌 글이다. 
위 그림에 대해 작가는 다음과 같이 묘사하고 있다. 
‘남자는 테이블에 엎드려 가만히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고 있다. 남자가 내쉬는 숨은, 그의 곁을 떠난 사람들이 민망할 만큼 끈질겼다.’ 
(https://www.instagram.com/p/C5ajiojLE0t/?igsh=MWxuaXA5a3d4OGl0bA==)
환유맨: 마음에 드는 그림들은 많은데, 애정이 간다고 하면 역시 옛날 그림들이 애정이 가네요. 저는 2024년 2월 4일 그림을 고르겠습니다. 나유클럽의 첫 포스팅이자 나유클럽을 결성하게 된 시발점이 되었다고 봐도 되는 그림이기 때문에 애정이 가네요. 그림이 잘 나온 것도 한몫하고요. 그리고 눈썰미 좋으신 분들은 제 작업물이나 나유클럽을 보면서 눈치채셨겠지만 외롭고 나약한 남자와 그런 남자를 받아주는 여자. 이 관계가 잘 보여서 좋아하는 그림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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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2월 4일 나유클럽에 첫 업로드된 게시물의 그림. 환유맨 작가가 나유클럽 활동 중 가장 애정이 간다고 밝힌 그림이다.
(https://www.instagram.com/p/C262dVBL4kD/?igsh=MXB1MGJqc3RjenZoMg==)
Q. 지금까지 작품에 관한 얘기들. 소중히 잘 들었습니다. 인터뷰를 진행하며 나유클럽 인스타그램을 다시 한번 들어가 보았는데요. 그런 느낌도 들더라고요. 그림이나 글이 동시대의 어떤 장면을 조명해주는 것 같기도 하다는 느낌. 지금만 해도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고. 그것을 우리가 전부 인지하지는 못하는데, 이러한 장면에 조명을 탁 켜두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어요. ‘이런 일도 어디에선 일어나고 있어.’ 뭐 이런 식으로요. 인간이 이해를 포기하지 않는 이상 예술은 계속되리라고 저는 생각하는데요. 그래서 두 분의 작업도 계속되길 바라는 마음이 듭니다. 이제 슬슬 마무리를 해볼까 하는데요. 어느덧 올해도 많이 지나가고 있는데, 남은 기간 해보고 싶은 것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김나연: 최근 들어 다시 시를 쓰기 시작했어요. 만족스러운 시 열 편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그동안은 공통점에 제출(?)하는 용도로만 시를 썼거든요. 자발적으로 쓰는 거니까 나름대로의 의의가 생기는 것 같아요.
 
환유맨: 일단 졸업작품을 마무리하고 싶어요. 물론 퀄리티는 좋게. 그래서 졸업작품을 잘 마무리하고, 지금 개발 중인 게임도 빨리 완성해서 내고 싶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개인작품들을 좀 그리고 싶습니다. 그림 실력이 늘었다는 걸 체감하는 중인데 바쁘다는 핑계로 개인작품을 못 그리고 있거든요. 그래서 어서 제 실력을 두 눈으로 확인해보고 싶어요. 그리고 싶은 주제나 내용도 많고요.
 
Q. 두 분 다 너무 멋지네요. 인터뷰를 하며 제 작업에 대한 욕구도 올라오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다음 질문은 공통점의 공통 질문인데요. 나유클럽 여러분과 ‘공통점’을 지닌 건 무엇인가요?
 
김나연: 예전에는 태풍의 눈과 닮았다는 생각을 했어요. 주변은 시끄럽고 온갖 난리로 소용돌이치는데, 정작 저만큼은 고요하게 있는 것 같았거든요. 물론 휩쓸릴 뻔한 적도 있긴 했지만요. 지금은 태풍이 지나간 자리에 혼자 남아 새로운 보금자리를 만들어나가는 중이에요. 그러니까, 저와 공통점을 가진 건 태풍이 휩쓸고 간 자리라고 할 수 있겠네요. 여전히 망가져 있는 부분이 있고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하지만 어떻게든 조금씩 복구해나가고 있으니까요.
 
환유맨 : 저는 기워 붙이는 중인 옷과 같은 것 같아요. 왜냐하면, 기워 붙이고 있다는 건 구멍이 뚫렸던 옷이라는 뜻이고 기워 붙이기 전에는 결국 제 기능을 제대로 못 하는 거잖아요. 여러 가지 사건들을 겪으면서 상처가 나고 구멍이 뚫렸다는 뜻이기도 하고요. 지금의 저를 돌아보면 정말 이런저런 사건들이 많았던 거 같아요. 어찌 보면 당연한 거긴 하지만 돌아볼수록 저 자신이 참 부족하고 어린 사람이라는 걸 느끼고 있는 요즘이거든요. 상처를 받기도 하고 의도한 건 아니지만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면서 살아온 절 보면 나라는 놈은 참 구멍이 많은 사람이구나! 싶은 거죠. 그리고 그런 구멍들이 하나씩 아는 형부터 여자친구, (지인) 작가님까지 누군가의 손들에 의해 기워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성장을 하는 거죠. 이렇게 쓰고 보니 나연 누나랑 흡사한 것 같기도 하네요.
 
Q. 아무래도 처음부터 글과 그림으로 소개를 했다 보니 약간 라디오스타 느낌으로 마무리하고 싶네요. 각자에게 글과 그림이란?
 
김나연: 매번 바뀌는 것 같은데, 지금 마음 상태에서 제게 글은 멋진 자연 같은 느낌이에요. 볼 때는 아름답고 숭고하지만, 막상 그 안에 들어가는 순간 고난의 연속이 되죠. 나뭇가지들이 머리를 찌르고, 무릎까지 올라오는 수풀이 길을 잃게 만들고…… 그 순간순간을 잘 버텨내는 것도 제 몫이니 어떻게든 즐기려 하고 있습니다.
 
환유맨: 가장 자신 있는 재주이자, 취미이자, 일이에요. 불분명한 제 삶 속에서 그나마 가장 명확한 것인 것 같아요. 그림이라는 게 어떤 언어의 장벽 없이 많은 사람의 감정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게 참 매력적인 예술이라고 생각하고 저도 그런 그림을 그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아주 조금은 그 매력에 도달한 게 아닐까란 생각을 하긴 하는데. 그래도 계속 증진해나가야죠. 그림은 끝이 없는 길이니까…… 그게 또 매력이지만요.
 
Q. 정말 정말 마지막으로, 이 글을 읽게 될 독자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면. 자유롭게 남겨주세요.
 
김나연 : 부족한 소설인데도 즐겁게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다양하고 재밌는 이야기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나유클럽 많이 사랑해주세요~!
 
환유맨 : 나유클럽 앞으로도 열심히 연재하겠습니다. 나유클럽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그리고 멀지 않은 시간 안에 개인작들도 멋지게 준비해오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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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대 후문 근처에 있는 카페 에스프레소 REC. 나유클럽의 시발점이 된 장소이다. 다양한 분야의 예술인들이 모이기 때문에 여러 얘기를 할 수 있는 좋은 장소다. 대부분의 작업이 이곳에서 이루어졌고, 이루어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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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유맨이 항상 가지고 다니는 드로잉 북. 올해 안에 그림으로 내지를 꽉 채우겠다고 다짐했지만 아직 다 채우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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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생일날, 김나연이 스스로에게 선물한 전자담배. 연초는 자연스럽게 끊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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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는 사람
김병관

​이야기의 구조를 만들어가는 사람. 시를 쓸 땐 카프카의 문장을 주문처럼 떠올린다.
우리는 바벨탑 아래 굴을 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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