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이번 시집 제목이 『모두가 예쁜 비치』인데 중의적으로도 읽히는 것 같아요. ‘beach’와 ‘bitch’로도 읽히는데 제목 선정 과정이 궁금합니다.
원고 교정 작업에 본격적으로 들어가면서, 박은정 시인님께서 시집 제목 후보군을 일곱 가지 정도 보내주셨어요. 제 개인적으로는 제목 후보군들 중 『하지 않으면 나갈 수 없는 방』이 가장 마음에 들었지만, 이상하게 확신이 서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박은정 시인님께서 강력추천하고 싶은 제목이 있다고 하시더라구요. 바로 4부의 소제목인 〈모두가 다 예쁜 B**ch〉에서 비치를 한글로 표기한 『모두가 다 예쁜 비치』 였습니다. 이렇게 하면 해변을 떠올리는 동시에 B**ch도 떠올릴 수 있으니, 중의적인 느낌을 줄 수 있을 것 같다구요. 은정 시인님 말씀을 듣자마자 생각한 것은, 속된 말로 ‘대박!’이었습니다. 마침 시집이 여름에 출간 될 예정이었고, 시집 표지 또한 여름과 어울리는 일러스트를 넣을 예정이었거든요. (그리고 정말로 그렇게 되었지요!) 그렇게 시집 제목이 『모두가 다 예쁜 비치』로 확정된 와중, 은정 시인님께서 『모두가 예쁜 비치』가 좀 더 입에 잘 붙는 것 같다는 의견을 주셨고 저 역시 그 의견에 전적으로 수긍하여 최종적으로 『모두가 예쁜 비치』가 된 것이랍니다.
Q. 시집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자세히 나눠볼까 합니다. 시집에는 여성 인물이 여럿 등장하는데요. 저한테는 다면적인 ‘나’의 모습 같기도, 시인이 만난 주변 지인들 같기도 했어요. 여러 화자들이 등장하게 된 배경이 어떻게 될까요?
먼저 정확하게 고백할 것이 있습니다. 첫째, 제 첫 사랑은 여자고, 한때 저는 동성 간 데이트폭력의 피해자였습니다. 둘째, 저는 꽤 오랜 세월 남자 아이돌 멤버들을 주인공으로 팬픽을 썼고, 그 과정에서 다양한 욕망을 지닌 여자들과 얽히곤 했습니다. 그러니까 결론은, 제 인생에는 언제나 여자들이 있었다는 말입니다. 이 여자들이 너무 좋고 사랑스러워서 미칠 것만 같다가도, 이 여자들이 너무 밉살스럽고 증오스러워서 미칠 것만 같을 때도 있었어요. 그리고 이 감정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입니다. 제 시에 등장하는 다양한 여성 화자들은 그러므로 기획해서 쓰는 게 아닌, 저도 모르게 자꾸만 토해내는 어떤 ‘흔적’과 ‘감각’에 가깝습니다. 이토록 저를 격렬하게 뒤흔드는 존재들을 토해내지 않으면 정말이지 너무 괴로워서 견딜 수가 없거든요. (웃음)
Q. 화자들에게 느껴지는 감정이 되게 다면적이었던 것 같아요. 우정도, 질투도, 사랑도, 이해도 얽히고설킨 느낌이었어요. 시를 쓰시면서 화자들을 다시 보는 계기가 되었을 것도 같아요. 시집이 나오고 화자들을 향한 마음에 변화가 있었을까요?
앞선 질문에 드린 답변과 비슷한 결의 답변을 드리게 될 것 같은데요, 여전히 너무 밉고 증오스러워서 견딜 수가 없는 동시에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견딜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정말 꾸준히, 제 힘이 닿는 데까지 ‘여자’들을 제 시의 화자로 내세우고 싶어요. 조금 미련하고 강박적으로 보인다고 해도 상관없을 정도로요. 사랑하는 동시에 사랑받고 싶어 하고, 증오와 집착의 굴레에서 비명을 지르고, 폭식과 거식을 반복하고, 무언가에 끊임없이 중독되며, 자신만의 세계에서 벗어나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여자들. 이제는 너무 뻔해서 하나도 새롭지 않다고 비난받는, 혹은 언제까지 저런 것들을 시에서 봐야 하냐며 손가락질 당하는, 바로 그런 여자들. 오직 그런 여자들을 위해 시를 쓰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