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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그런 여자들을 위한 시


만난 사람: 오영미(시인)

묻는 사람: 김도경


‘월간 사람책’은 공통점 안팎으로 정독하고 싶은 ‘사람책’들을 만나는 대담 기록입니다. 물음과 응답 속에서 사람들이 지닌 공통점을 발견하고자 합니다. 열 번째 사람책으로,  세상의 폭력과 상처를 날것의 언어로 직면하며 견디는 존재들의 목소리를 길어 올리는 오영미 시인을 읽어보았습니다.


 Q. 오영미 시인님, 안녕하세요! 공통점의 열 번째 사람책으로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먼저 독자분들께 시인님 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독자님들, 반갑습니다! 시 쓰는 오영미입니다. 현재는 딱히 최애가 없지만, 초등학생 시절부터 남자 아이돌 그룹을 꾸준히 덕질했고, 비엘과 백합 장르에 열광하는 오타쿠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맥주를 정말 사랑합니다! (사실 희석소주를 제외한 모든 주종을 사랑합니다!)

Q. 올해는 오영미 시인님께도 특별한 한 해였을 것 같아요! 두 번째 시집을 출간하시고 어떻게 지내시는지 궁금합니다.
 
7월 중순에 두 번째 시집이 출간 된 후로 정말 정신없는 나날을 보냈어요. 트위터와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열정적으로 시집을 홍보하고, 오랫동안 안부를 전하지 못했던 분들에게 두 번째 시집을 보내는 것으로 안부를 전하기도 하고, 8월 말에는 연남동에 있는 타이피스트 사무실에서 낭독회도 했지요. 끔찍하게 덥고 습한 날씨였음에도 불구하고, 시종일관 즐겁고 유쾌했던 그날의 기억이 여전히 선명합니다. 그런데 그간 너무 무리를 했던 것인지, 며칠 전부터 건강 상태가 급격히 나빠졌습니다. 그래서 당분간은 고장 난 몸과 마음을 돌보는 것에 집중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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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예쁜 비치』, 첫 시집 이후 5년 만에 출간된 두 번째 시집
​Q. 첫 시집 출간 때와는 또 감회가 다르실 것 같은데요. 두 번째 시집 출간 소감을 여쭙습니다.
 
첫 시집을 출간한 후로 5년 만에 두 번째 시집이 나왔지요. 사실 첫 시집을 출간하는 것보다 두 번째 시집을 출간하는 것이 훨씬 더 어려웠습니다. 나름 야심차게 원고를 꾸려 여러 출판사에 투고를 했지만, 그때마다 돌아오는 답변은 “우리 출판사와는 방향이 맞지 않아서……”라는 것이었어요. 한 해, 두 해, 메일함에 차곡차곡 쌓여가는 거절 메일을 보면서 ‘이제는 정말 그만할까?’라고 생각하던 와중, 타이피스트의 대표이신 박은정 시인님께서 연락을 주셨어요. 일전에 제가 투고한 원고가 채택되었다구요. 박은정 시인님과 통화를 마치고 어린아이처럼 엉엉 울었던 게 기억나네요. 그 후에는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모든 과정들이 순조로웠습니다. 시집이 출간되고 일주일 정도는 꿈결 속에서 사는 기분이었어요. 우선은 시집 표지가 말도 안 되게 예뻐서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붙잡고 제 시집 표지를 자랑하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저에게 두 번째라는 기회가 허락되었다는 사실이 새삼 감사하고 벅차서요. (물론 일주일이 지난 뒤에는 온라인 서점의 세일즈 포인트를 신경 쓰는 등, 지극히 현실적이고 속물적인 사람으로 돌아왔음을 고백합니다.)

Q. 아무래도 개인 저서를 출간하면 판매나 이후 활동에 대한 고민이 자연스레 생기는 것 같아요. 저도 시집 출간이 문제 해결이 아니라 또 다른 문제와 맞닥뜨리는 일이더라고요. 이런저런 긴장감이 풀리면서 몸도 아프셨던 거 아닌가 싶네요. 운동하신다는 소식도 종종 접했던 거 같은데요. 꼭 운동이 아니어도 시인님만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이 있으신가요?
 
“시집 출간이 문제 해결이 아니라 또 다른 문제와 맞닥뜨리는 일”이라는 말씀에 정말 깊이 공감해요. 그래서일까요. 시집을 출간하고 난 뒤 오히려 우울하고 괴로운 감정이 오래 지속되어서 당황스럽기도 해요. 그렇다고 앞으로 시집을 안 낸다는 건 절대로 아니구요. (저 시집 꾸준히 내고 싶구요, 꾸준히 낼 겁니다 여러분!) 스트레스 해소는, 사실 정말 나쁜 방법이긴 한데, 바로 혼술입니다. 혼자 술 마시면서 구독한 유튜브 채널을 보거나 애니메이션 보는 걸 정말 좋아해요. 평소 불안도도 높은 편이고 사소한 일에도 곧장 긴장을 하는데, 이때만큼은 모든 불안과 긴장이 해소된답니다. 그동안 주 5회 정도 혼술을 하곤 했는데, 최근 녹내장 초기 단계라는 진단을 받았어요. 그래서 아쉽지만 술을 많이 줄여야 할 것 같습니다. 물론 아예 안 마시는 게 가장 좋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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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애 맥주인 '데스페라도스'. 이 맥주를 마시며 좋아하는 유튜브 브이로그 채널을 볼 때가 가장 행복하다.
Q. 이번 시집 제목이 『모두가 예쁜 비치』인데 중의적으로도 읽히는 것 같아요. ‘beach’와 ‘bitch’로도 읽히는데 제목 선정 과정이 궁금합니다.

원고 교정 작업에 본격적으로 들어가면서, 박은정 시인님께서 시집 제목 후보군을 일곱 가지 정도 보내주셨어요. 제 개인적으로는 제목 후보군들 중 『하지 않으면 나갈 수 없는 방』이 가장 마음에 들었지만, 이상하게 확신이 서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박은정 시인님께서 강력추천하고 싶은 제목이 있다고 하시더라구요. 바로 4부의 소제목인 〈모두가 다 예쁜 B**ch〉에서 비치를 한글로 표기한 『모두가 다 예쁜 비치』 였습니다. 이렇게 하면 해변을 떠올리는 동시에 B**ch도 떠올릴 수 있으니, 중의적인 느낌을 줄 수 있을 것 같다구요. 은정 시인님 말씀을 듣자마자 생각한 것은, 속된 말로 ‘대박!’이었습니다. 마침 시집이 여름에 출간 될 예정이었고, 시집 표지 또한 여름과 어울리는 일러스트를 넣을 예정이었거든요. (그리고 정말로 그렇게 되었지요!) 그렇게 시집 제목이 『모두가 다 예쁜 비치』로 확정된 와중, 은정 시인님께서 『모두가 예쁜 비치』가 좀 더 입에 잘 붙는 것 같다는 의견을 주셨고 저 역시 그 의견에 전적으로 수긍하여 최종적으로 『모두가 예쁜 비치』가 된 것이랍니다.
 
Q. 시집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자세히 나눠볼까 합니다. 시집에는 여성 인물이 여럿 등장하는데요. 저한테는 다면적인 ‘나’의 모습 같기도, 시인이 만난 주변 지인들 같기도 했어요. 여러 화자들이 등장하게 된 배경이 어떻게 될까요?

먼저 정확하게 고백할 것이 있습니다. 첫째, 제 첫 사랑은 여자고, 한때 저는 동성 간 데이트폭력의 피해자였습니다. 둘째, 저는 꽤 오랜 세월 남자 아이돌 멤버들을 주인공으로 팬픽을 썼고, 그 과정에서 다양한 욕망을 지닌 여자들과 얽히곤 했습니다. 그러니까 결론은, 제 인생에는 언제나 여자들이 있었다는 말입니다. 이 여자들이 너무 좋고 사랑스러워서 미칠 것만 같다가도, 이 여자들이 너무 밉살스럽고 증오스러워서 미칠 것만 같을 때도 있었어요. 그리고 이 감정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입니다. 제 시에 등장하는 다양한 여성 화자들은 그러므로 기획해서 쓰는 게 아닌, 저도 모르게 자꾸만 토해내는 어떤 ‘흔적’과 ‘감각’에 가깝습니다. 이토록 저를 격렬하게 뒤흔드는 존재들을 토해내지 않으면 정말이지 너무 괴로워서 견딜 수가 없거든요. (웃음)

Q. 화자들에게 느껴지는 감정이 되게 다면적이었던 것 같아요. 우정도, 질투도, 사랑도, 이해도 얽히고설킨 느낌이었어요. 시를 쓰시면서 화자들을 다시 보는 계기가 되었을 것도 같아요. 시집이 나오고 화자들을 향한 마음에 변화가 있었을까요?

앞선 질문에 드린 답변과 비슷한 결의 답변을 드리게 될 것 같은데요, 여전히 너무 밉고 증오스러워서 견딜 수가 없는 동시에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견딜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정말 꾸준히, 제 힘이 닿는 데까지 ‘여자’들을 제 시의 화자로 내세우고 싶어요. 조금 미련하고 강박적으로 보인다고 해도 상관없을 정도로요. 사랑하는 동시에 사랑받고 싶어 하고, 증오와 집착의 굴레에서 비명을 지르고, 폭식과 거식을 반복하고, 무언가에 끊임없이 중독되며, 자신만의 세계에서 벗어나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여자들. 이제는 너무 뻔해서 하나도 새롭지 않다고 비난받는, 혹은 언제까지 저런 것들을 시에서 봐야 하냐며 손가락질 당하는, 바로 그런 여자들. 오직 그런 여자들을 위해 시를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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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남동에 있는 타이피스트 사무실에서 진행되었던 『모두가 예쁜 비치』 낭독회
Q. 시집에는 실제 역사 속 여성 인물도 자주 등장하였어요. ‘아녜스 소렐’, ‘퇴레게네’, ‘에르제베트’ 등이 등장하였는데요. 이러한 인물들의 어떤 점에서 시적인 승화가 이루어졌는지 궁금합니다.

기대하시는 답변과는 많이 동떨어진 답변을 드려야 할 것 같은데…… 저는 역사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름을 수집하는 걸 정말 좋아해요. 특히 서유럽, 동유럽, 몽골 쪽 인물들의 이름을 좋아한답니다. 사실 인물 자체에는 큰 관심이 없습니다. 오직 그들의 ‘이름’에만 관심이 있어요. 그렇게 수집한 이름들을 혀끝에 올리고 사탕처럼 이리저리 굴리다가 문득, “이번에 쓸 시에 등장하는 화자에게는 이 이름을 붙여야겠군!” 제멋대로 결정하는 거예요. 화자에게 그 이름을 붙이게 된 까닭? 솔직히 까닭 같은 거 없습니다. 논리와 맥락? 당연히 없구요. (웃음) 물론 「관능소설가로 성공하는 방법」에 등장하는 화자 ‘에르제베트’는 처녀들의 피로 목욕하기를 즐겼다던 바토리 에르제베트 백작 부인에게서 모티프를 따왔기 때문에 화자의 이름이 ‘에르제베트’가 된 까닭과 맥락이 분명 있지만, 이런 경우는 오히려 제 시에서 드문 것 같아요.
 
Q. 저는 사실 시집에서 시인이 사랑 앞에 솔직하게 말하는 대목들이 너무 인상 깊었어요. 물론 시인이 경험한 사랑이 아닐 수도 있겠지만 그 발화들이 너무 간절하게도 읽혀서요. 특히 「영혼을 위한 굴라쉬 수프」에서 “/죽지마/절대죽지마/베풀어달라고한적없는/사랑을멋대로베풀어준/다정하고도멍청한사람아/” 대목이 그랬어요. 시인이 시집에 담아내려 했던 사랑을 조금 이야기해주실 수 있을까요?

이 질문을, 정확히는 ‘사랑’이라는 단어를 몇 번이고 반복해 읽었는데요, 읽는 내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었어요. 바로 〈신세기 에반게리온〉에 등장하는 LCL 용액! 인류 모두가 자신의 AT 필드, 즉 형체를 잃고 붉은 LCL 용액이 되어 하나로 완전히 융합되는 장면이요. 저는 이 장면이 정말 사랑 그 자체이자 폭력 그 자체라고 생각하는 편인데요. 왜냐하면 ‘나’와 ‘너’의 경계가 완전히 무너지고 온전한 ‘하나’로 합쳐진다는 건 너무나도 매혹적인 동시에 너무나도 공포스러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매혹과 공포는 깊게 이어져 있고, 사랑과 폭력 역시 깊게 이어져 있다고 저는 굳게 믿고 있기 때문에 (웃음) 사실 시집에서도 그러한 경계 없음을 향한 열망, 경계 침범에 대한 두려움을 많이 다루고자 했어요. 그것이 시를 읽은 분들에게 어느 정도 전달이 된 것 같아 참 기쁩니다.
 
Q. 이번 시집이 저한테는 신화적으로도 읽혔던 것 같아요. 실제로 ‘닌카시’라는 맥주의 수호신이 등장하기도 하고, 신화적인 장면들도 자주 묘사가 되었던 거 같아요. 저한테는 이게 시인의 사랑이, 삶이 시로서 지속될 수 있는 힘 같았어요. 창작할 때 주로 어떤 사유에 기대시는지도 궁금했습니다.

평소 비엘과 백합 만화를 열심히 구입하는 편입니다. 창작 사이트로 유명한 포스타입에도 자주 접속하구요. 포스타입에는 원작과 신화 등을 새롭게 재해석한 만화나 소설은 물론, 아이돌 알페스까지 정말 없는 게 없거든요. (제가 영어를 잘 했다면 미국의 팬픽션 사이트인 ‘Archive of Our Own’, 통칭 ‘아오삼’도 자주 방문했겠지만, 슬프게도 제가 영어를 못합니다) 그러면서 다양한 모양의 사랑과 욕망 등을 끊임없이 마주하고, 끊임없이 흡수합니다. 그 외에는 미술작품과 관련된 재미있는 에피소드와 감상법을 알려주는 유튜브 컨텐츠를 본다거나, 역사 관련 다큐멘터리를 틀어두고 라디오를 듣듯 귀로 감상하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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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피스트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 된, 『모두가 예쁜 비치』 플레이리스트
(시인의 플레이리스트 링크 ☞ 바로가기)
Q. 개인적으로는 「라이크 어 프릭쇼」도 너무 좋게 읽었거든요. 엄마와 딸의 관계성이 드러나는 시였어요. 또 시인님 특유의 유머도 너무 잘 드러난 시라서요. 시에서도 드러났지만 시인님과 어머니와의 관계성을 살짝 이야기해주실 수 있나요?

우선은 「라이크 어 프릭쇼」에서 유머를 발견해주시다니, 너무 기뻐요! 사실 이 시는 어떤 주저함이나 망설임 없이 즐겁고 흥겹게 써내려갔는데, 그 흥(?)이 시에 많이 묻어난 듯합니다. 엄마와 저와 관계는, 꽤 돈독합니다. 서로 시시콜콜한 이야기도 자주 나누는 편이구요. 사실 저는 엄마가 어른보다는 ‘소녀’에 가깝다고 늘 생각해요. 엄마는 외로움도 잘 타시고, 수다 떠는 것도 참 좋아하시고, 제 앞에서 온갖 푸념을 늘어놓으실 때도 많습니다. 저는 이런 엄마가 정말 귀엽다고 생각해요. 물론 아주 가끔은 성가시다고 느낄 때도 있지만, 귀엽다고 느낄 때가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이토록 귀여운 엄마가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셨으면 좋겠습니다. 좀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엄마가 저보다 더 오래 사셨으면 좋겠습니다.

Q. 서울에서 지내시다가 영동에서 어머니와 함께 지내신다고 들었어요. 아무래도 서울과는 다른 느낌일 듯해서 영동에서의 생활은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원래 고향이 충청북도 영동이에요. (어떤 분들은 영동이라고 하면 강원도 영동 지방을 말씀하시면서 충청도에 영동이란 지역이 정말 있냐고 물으시는데, 네 있습니다. 통일신라시대에 경덕왕이 길동군에서 영동군으로 지명을 바꾼, 바로 그곳입니다.) 치솟는 서울의 전세값을 감당하지 못하고 2년 전에 영동으로 돌아왔답니다. 영동에서의 생활은, 정말이지 은둔청년 그 자체입니다. 부모님, 그리고 단골 편의점 사장님 이외에는 대화하는 사람도 거의 없어요. 혼자서 틈틈이 시를 쓰고, 비대면 과외 등 재택 아르바이트를 하고, 지원 사업 등을 알아보고, 혼자 산책을 나가요. 하지만 저는 영동에서 보내는 지금의 일상이―언제까지 지속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정말 좋습니다. 제가 너무나도 사랑하는 미국의 시인 에밀리 디킨슨이 영위했던 일상과 비슷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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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안 되는 취미 중 하나인 '밈' 수집하기.
가장 최근에 수집한 '밈'들인데, 요즘의 내 상태(?)를 너무나도 잘 대변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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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안 되는 취미 중 하나인 '밈' 수집하기.
Q. 최근에 아무래도 조금 더 쉬운 언어의 시들이 각광을 받는 시대이잖아요. 또 일상의 언어에, 일상의 삶에 기대는 경우도 많고요. 아무래도 시인으로서 고민이 많을 것 같아요. 시인님이 지니시는 시 창작에 대한 고민이나 앞으로 써나갈 시를 여쭙습니다.
 
첫 시집을 출간한 후, 걷잡을 수 없는 우울증에 시달렸어요. ‘과연 다음 시집을 낼 수 있을까?’, ‘그저 운이 좋아서 시집을 낸 건 아닐까?’라는 두려움이 끊임없이 저를 갉아먹었죠. 돌이켜보면, 저는 ‘잊혀진다는 것’이 너무 두려웠던 것 같아요.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꾸준히 시를 쓰고 사랑하는 단단한 분들과는 달리, 저는 누군가의 인정과 사랑이 없으면 시를 쓰는 게 쉽지 않은 인간이거든요. 두 번째 시집을 출간하게 되면서 ‘잊혀진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 인정받지 못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많이 사라졌지만…… 시를 쓰는 한 이 두려움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건 불가능하겠지요. 하지만 두려움을 애써 피하지는 않을 거예요. 차라리 두려움을 향해 “너, 뭐 돼?” 라고 말한 뒤 최대한 뻔뻔한 태도로 시를 써나갈 겁니다. 그렇게 써나갈 시들이 어떤 모습일지 지금의 저로서는 알 수 없지만, 오히려 알 수 없기 때문에 더욱 신나고 흥분된답니다!
 
Q. 저도 ‘잊혀진다는’ 두려움에 공감해요. 그래서인지 더더욱 후기 하나, 하나 또 시집 잘 읽었다는 인사말이 다 너무 소중하더라고요. 혹 기억에 남는 후기나 시집 리뷰가 있을까요?
 
기억에 남는 후기! 있습니다. 여름에 있었던 낭독회에서도 이야기했을 정도로 저에게 정말 인상 깊었던 후기였어요. 다른 작가 분들은 어떨지 모르겠으나, 저는 정말로 에고서치를 자주 합니다. (웃음) 그 날도 여느 때처럼 에고서치를 했는데, 이런 글이 딱 눈에 띄는 거예요. “모두가 예쁜 비치 읽었는데 정말 비호감이다.” 그렇지, 이 시집이 많은 사람들에게 호감을 주면 오히려 그게 더 이상하지! 생각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는데 그 다음에 이어지는 트윗이 저를 울렸습니다. “하지만 시인이 보여주려는 세계가 강렬하고, 아주 높은 해상도로 날것의 무언가를 계속 토해낸다. 분명 내 취향은 아닌 시집이다. 하지만 좋은 부분도 있다.” 제 시집이 독자님께 단순 비호감, 불호의 영역에 머무른 게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부분을 남겼다는 사실이 정말 뿌듯했어요. 게다가 제 시집에서 강렬함과 날것의 토해냄을 발견하신 것도 너무너무 좋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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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처음 받아 본, 너무나도 귀여운 팬아트! 현재 내 트위터 계정 인장이기도 하다.
Q. ​정말이지 뿌듯한 리뷰였을 것 같아요. 다음 질문은 공통점의 공통 질문입니다. 시인님과 ‘공통점’을 지닌 건 무엇인가요?
 
뭔가 자기 모에화(?) 같아서 민망하지만, 개 중에서도 ‘치와와’요. 굳이 변명을 해보자면 주 변 사람들에게 개를 닮았다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정말입니다! 한데 많은 개들 중에서도 하필 치와와를 꼽은 이유는 외형적인 부분보다는 성격적인 부분에서 저와 공통점이 많기 때문이에요. 치와와는 순한 인상과는 달리 예민하고 짜증이 많은 성격으로 유명하죠. 게다가 사납기도 하구요. 저 역시 둥글고 유순한 인상 때문에 무던하고 느긋한 성격으로 오해받곤 하는데, 사실 그 누구보다 예민하고 화가 많은 성격이거든요. 때문에 사람들과 부대낄 때마다 괴롭고 고통스럽습니다. 과거에는 이런 제 성격이 끔찍하게 싫었는데, 지금은 그러려니 합니다. 오히려 이 성격 덕분에 짜릿하고 매콤한 시(!)를 쓸 수 있게 되었다고 스스로를 위안하는 경지(?)에 도달했네요.
 
Q.마지막으로 독자님께 전하고 싶은 말로 마무리해볼게요.
 
여러분, 환절기입니다. 모쪼록 몸 건강, 멘탈 건강 잘 챙기시길 바랍니다. 따뜻한 물 많이 드시고, 자주 산책도 하시고, 무엇보다 푹푹 주무시길 바랍니다. 질 좋은 수면보다 귀하고 소중한 건 이 세상에 없다고 감히 단언합니다. 정말로요…… 두서없는 저의 긴 이야기 끝까지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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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에게 선물 받아 5년째 쓰고 있는 나의 반려 노트북.
가장 자주 쓰는 물건이자 없어서는 절대로 안 되는 물건. 그러나 슬슬 운명할 조짐이 보여서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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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자주 가는 장소인 집 근처 강가.
사실 워낙 지독한 집순이라 산책할 때를 제외하곤 거의 집밖으로 안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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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는 사람
김도경

2021년 심훈문학상을 수상했다. 문학동인 공통점에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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