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작가님께서 작업을 시작하시게 만드는 결정적인 신호는 무엇이며, 그것은 어떻게 작동할까요? 가령 특정한 경험이나 감정과의 조응, 이미지의 구조와 색의 흐름에 대한 포착과도 같이 다양한 배경이 있을 것 같습니다.
의도치 않게 조우하는 불쾌한 감각들. 너무 흔하고 원초적인 발상이자 근원이지만, 아름다운 자연을 오롯이 감상하고 좇는 시선 끝에서 뜻하지 않게 어떤 존재의 죽음을 목격하게 되었을 때, 뒤따라오는 불편한 감정들이 파생되며 시작된 것 같아요.
쥐를 잡기 위해 설치한 쥐덫에 의도치 않게 걸려 불운한 죽음을 맞이한 존재로부터 시작됐던 것 같아요. 끈적이는 덫 위에서 싸늘하게 식어 가는 생명의 온기와, 처절한 몸부림을 대변하듯 끈끈하게 뒤엉킨 잔해의 깃털들을 직면했던 찰나의 순간 속에서 죄책감과 안타까움, 그리고 체념과 부질없는 애도의 감정들이 한꺼번에 휘몰아쳤어요. 인간의 영역을 침범했다는 이유로 불필요한 존재가 되어 버린 생명. 인간은 최상위 포식자라는 이름 아래, 생명의 생과 사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 것이 과연 옳고 타당한가. 내가 느꼈던 이 불편하기 그지없는 감각들을 외면하지 않고 끝까지 직시해 하나의 완전한 이미지로 표출해 냈을 때, 나는 비로소 이 불편한 감각으로부터 조금은 해방될 수 있을까. 그런 질문들을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던지고 있는 중이에요. 예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저 스스로 경각심을 가지려는 마음이 컸었는데, 지금은 조금이라도 저와 같은 지점의 불편함을 자각하고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바라봐 주길 바라는 마음이 생겼다는 점이 가장 큰 변화인 것 같아요.
Q. 한국화, 혹은 회화 작업 안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작가님의 형식이나 색, 리듬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선호하시는 방식이 있다면 무엇일지도 궁금합니다.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부분은, 인간의 욕심으로 이루어진 아름답게 가꾸어진 풍경, 불필요해진 존재들이 제 그림을 이루는 요소인 것 같아요. 누구나 바라는 부분이겠지만, 제 그림을 보는 분들이 각자의 관점에서 자유롭게 여러 생각을 해볼 수 있기를 바라요. 제가 다루는 이야기는 조금 무겁고, 개인적으로도 꽤 깊은 감정에서 출발한 이미지들이거든요. 그런데 이런 주제와는 반대로, 작품 속 색감은 오히려 채도가 높은 편이에요. 물론 시선을 끌려는 의도도 있지만, 그보다는 생명이 소멸되어 가는 시작점에서 조금이라도 붙들어 두고 싶다는 저만의 애도 방식이 담겨 있어요. 총천연색이 완전히 흐려지기 직전,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순간을 화면 속에 담고 싶다는 마음에서요. 생명이 소멸되는 순간부터 색은 점점 바래가지만, 소멸되는 존재들의 찬란했던 총천연색의 시간들을 그림 안에 머무를 수 있게 남겨두고 싶었어요. 사라짐 이후의 공허함보다는, 사라지기 직전까지 분명히 빛나던 존재의 흔적에 시선을 두고 기억하고 싶었고, 그 찰나를 기록하는 방식으로 채도 높은 색을 사용해 작업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