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만화에 대한 작가님의 애정이 느껴집니다. 소개해 주신 작품들은 작가님께 인물과 서사에 대해 고민하게 만드는 작품들인 것 같아요. 또, AI 음악씬은 저도 최근에 SNS를 통해 접하곤 하는데 설명을 듣고 나니 관심이 가는 것 같아요. 이어서 질문을 드리자면, 김병관 작가님의 시에는 아무래도 인물들이 전면으로 등장해 서사가 진행되는 구조가 많은데, 대인관계에 대한 평소 생각들이 많으실 거라고 생각해요. 작가님께 인간관계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지금은 ‘사랑의 기회’라고 정의 내려둔 상태예요. 인간은 그 자체만으로 알 수 없는 에너지를 지니고 있잖아요. 평생 자기 자신과 같이 살아가지만 그 역시 알 수 없고, 하물며 타인은 더 그렇죠. 수많은 규율과 법에 의해 본성은 가려지고. 이것이 현대사회라는 틀에서 훌륭히 작동하고 있더라도. 우리는 타인에 대해 영영 모르고. 다를 수밖에 없을 거예요. 그렇다고 한다면 인간관계란 필연적으로 오해를 갖게 됩니다. 모두가 다를 수밖에 없으니까요. 제가 인간관계를 ‘사랑의 기회’라고 정의한 것은 이런 이유에서 출발하게 된 거였어요. 우리가 이미 서로의 필연적 오해라면, 사랑보다 쉬운 방법은 없다는 거죠. 무엇이 어떻고. 저렇고. 이유를 대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마음은 주석처럼 달리기 쉽고. 어긋남은 계속해서 어긋남에 가까워질 거예요. 사랑의 좋은 점은 이유가 필요 없다는 점입니다. 어떤 인간관계에 대해서도 이 원칙을 적용해보려고 해요. 물론 사람인지라 기분에 따라, 행동하게 되는 날들도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이러한 자각을 놓지 않으려 하고 있어요.
Q. ‘사랑의 기회’라는 정의가 정말 마음에 와닿는 것 같아요. 오해 속에서도 계속해서 타인을 사랑하려는 자각이라… 저에겐 아주 멀지만 가닿고 싶은 지점 같아요. 26년에도 많은 작품을 통해 독자들을 만나시게 될 건데, 현재 계획 중이거나 진행 중인 작업을 이야기해 주실 수 있을까요?
러프하게 스케치해둔 것들이 많은데요. 아마 바로 다음에 나올 작품은 청소년기-농구에 관한 이야기가 될 것 같아요. 『가우시안 블러』의 후속작인 『르메끌의 오후』도 이번 해에 내놓고 싶은 이야기고. 저 자체가 워낙 즉흥적으로 하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어떻게 될지는 저 역시 예측이 잘 안 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Q. 저 또한 작가님의 다음 작품들이 나오길 기다리는 한 명의 독자로서 얼른 후속작들을 만나보고 싶어요. (웃음) 마지막으로 월간 사람책의 공통 질문인 김병관 작가님과 ‘공통점’을 지닌 것은 무엇이 있는지 이야기해 주실 수 있을까요?
타르코프스키의 영화 〈노스텔지아〉에선 아주 유명한 장면이 나오죠. 고르차코프가 촛불을 들고 화면 양쪽을 오래도록 롱테이크로 오가는 장면인데요. 저와 공통점을 지닌 것은 그 촛불을 지키려는 손인 듯해요. 가벼운 바람에도 위태롭게 흔들거리는 불을 어떻게든 지키고자 하는 손. 저는 저를 믿지 못하는 기간이 엄청 길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걸핏하면 불안에 빠지긴 하지만 그럼에도 이루고 싶은 것들을 지켜내 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