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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라르프리!


만난 사람: 유지수(작가)

묻는 사람: 김도경


‘월간 사람책’은 공통점 안팎으로 정독하고 싶은 ‘사람책’들을 만나는 대담 기록입니다. 물음과 응답 속에서 사람들이 지닌 공통점을 발견하고자 합니다. 열네 번째 사람책으로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리고 전시를 기획하는 방식으로 마음의 장면들을 건네는 유지수 작가를 읽어보았습니다.


Q. 유지수 작가님, 안녕하세요! 공통점의 열네 번째 사람책으로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먼저 독자분들께 작가님 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저는 그림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유지수입니다. 최근에는 시집 『천사를 그리기 시작했어』의 공동 저자로 참여해 시와 2부 그림을 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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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수 작가가 참여한 그림시집 『천사를 그리기 시작했어』(은는이가, 2026).
Q. 칠드런 아티스트*인 한예롤 작가님의 어시스트로 오래 함께해오다가 최근에 그만두신 것으로 알고 있어요. 요즘 근황은 어떻게 되시나요?

작년에 어시스턴트를 그만두고 다양한 분야에 경험을 쌓고 있어요. 좋은 기회로 도슨트 기반의 교육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고, 또 공연 쪽에서 디자인과 셋업도 해보는 중이에요.

Q. 지수 작가님이 취미도 많고 다재다능하시잖아요. 혹시 요즘 제일 꽂힌 게 있다면 무엇일 까요?

저는 제가 좋아하는 걸 다 취미라고 부르는 사람이라 취미가 정말정말 많은데요. 요즘 제일 꽂힌 거라면… 젤리 얼려먹기…? 이런 것도 될까요? (웃음) 농담이고 사실 전 운동에 별 관심이 없던 사람인데 수영에 빠져 있어요! 수영할 때 물속에 들어가면 아무런 소리가 안 들리는 것도 좋고 무엇보다 수영하는 동작들이 너무 예뻐서 좋아요. 가끔은 수영보다 수영장에서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도 있어요!

*칠드런 아트(Children Art) : 한예롤 작가가 만든 장르로, 아이들의 잠재력을 끌어올려 그림을 그리게 하는 예술의 한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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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장을 그리고 있는 작가의 모습.
Q. 어시스트로 일하실 때는 주로 어떤 일을 해오셨나요? 옆에서 살짝만 봐도 여러 일을 하시는 것으로 보이더라고요.

우선 작업실에 오는 꼬마 작가님들과 그림 작업을 하구요. 작가님의 전시 시즌이나 꼬마 작가님들의 전시 시즌이 다가오면 함께 전시 기획을 해요. 또 작업실의 이야기들을 사람들에게 보여줄 콘텐츠도 제작한답니다. 작업실의 모토인 ‘무언가를 저지르자!’라는 마음으로 이벤트를 만들 때도 많아요. 『천사를 그리기 시작했어』도 그렇게 시작된 프로젝트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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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적북적한 작업실 일상
Q. 『천사를 그리기 시작했어』의 그림 작업과 시 창작에 참여하셨죠. 아무래도 시와 그림을 함께 녹여내는 작업이 쉽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그 당시 작업 과정이나 애로사항이 있었을까요?

제가 맡은 2부는 ‘기억의 드로잉을 시작해’라는 테마를 갖고 있어서 색을 빼고 최대한 드로잉으로만 작업했어요. 그 과정에서 흑백으로 시의 정체성, 색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오래했어요. 작업이 어렵긴 했지만 끝내고 나니 작가로써 한 단계 성장한 기분이 들어 뿌듯해요.
 
Q. 저는 사실 작가님 그림체에서 한예롤 작가님이 묻어나는 게 재밌더라고요. 또 그러면서도 작가님만의 통통 튀는 시선들이 보여 매력적이었어요. 작가님이 그리신 2부 그림 중 최애가 있다면 어떤 그림일까요? 그림에 제목이 없다 보니 ‘○○ 시에 매칭하여 그린 그림’으로 말씀해주시면 좋을 듯해요.

아무래도 저의 그림 선생님이 예롤 작가님이라 그런가 봐요:) 2부의 그림은 다 다른 이유로 좋아하지만 「White day」를 썼을 때 예롤 작가님의 사랑스러운 모습이 오래 기억에 남아요. 덕분에 제 그림도 덩달아 사랑스러워지는 기분이라 최애로 고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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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수록된 유지수 작가의 최애 그림.
Q. 저는 화가가 쓴 시를 되게 좋아했어요. 시를 오래 써온 사람들이나 문창과를 나온 사람들은 사실 배운 티가 나기도 하거든요. 그런데 화가들의 시는 더 자유롭고 유려한 면들이 있었던 거 같아요. 그래서 지수 작가님의 동화적인 분위기나 맑은 분위기의 시를 좋아했어요. 작가님은 시의 대상을 주로 어디서 가져오는지 궁금합니다.

평소에 드는 생각이나 누군가와 대화를 하는 순간들을 메모해둘 때가 많아요. 하나를 말해보자면 ‘마음이 왜 이렇게 맛있어요?’라는 메모가 있는데 작업실 아가들에게 하트모양 뻥튀기를 주면서 “내 마음이야”라고 했더니 저런 대답이 나와서 기록해둔 기억이 있습니다. 실제로 『천사를 그리기 시작했어』 수록시인 「천사 교육원」에 첫 문장이기도 하고요. 저의 시의 대부분은 작은 메모에서 시작해서 퍼져나간답니다.
 
Q. 지수 작가님의 메모장이 궁금해지네요. 또, 작가님은 ‘너’라는 대상과 대화하는 시들이 참 매력적이에요. 작가님이 평소 사람과 대화하는 분위기나 습관들이 시에서도 묻어난다고 느꼈어요. 시에서 주 대상이 된 ‘너’가 어떤 사람인지 소개해주실 수 있나요?

제가 많이 아끼고 좋아하는 친구예요. 계절마다 같이 하고 싶은 게 많고 오래오래 함께 수영장을 모으고 싶은 친구입니다.

Q. 괜히 그 친구가 부러워집니다. (웃음) 책을 만들면서 시를 처음 써보셨을 것 같은데요. 어렵거나 낯선 점도 많았을 것 같아요. 시 창작에 있어서 어려웠던 점이 있을까요?

길게 쓰지 못하는 것! 예롤 작가님, 은진, 희은 쌤을 보면 길게 길게 잘 써내려가는데 저만 늘 분량이 짧아서 고민이 많았어요! 지금도 저에게 숙제로 남아 있는 부분이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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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모임 때 찍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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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시스트 활동 당시 천사옷을 입고 작업실에서.
Q. 이건 개인적으로 궁금한 질문이기도 한데요. 지수 작가님이 최근에 좋게 읽으신 시집이 궁금해요!

고선경 시인님의 『심장보다 단단한 토마토 한 알』 재밌게 읽었습니다! 저에게 필사하는 취미를 가져다준 시집이기도 해요.
 
Q. 지수 작가님이 생각하는 시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시는 내가 해석하는 맛이 있는 것 같아요. 소설이나 에세이는 작가의 글을 있는 그대로 읽는 느낌이라면 시는 내가 해석한 것이 정답인 느낌을 받아요. 그래서 어떤 시를 보면 내가 쓴 것처럼 마음이 가는 시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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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실에서 진행했던 시 낭독회.
Q. 정말요! 시는 시인의 의도와 상관없이 내 멋대로 읽는 맛이 있죠. 지수 작가님에게 작년 한 해가 변화가 많은 해였을 거 같아요. 어시스트도 그만두셨고요. 사실 작가님은 어디서든 씩씩하고 곧은 심지 속에서 변화들을 잘 헤쳐 나갈 것이라 생각도 되는데요. 그래도 어려움은 없는지, 또 그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해나가고 있는지 궁금해요.

제 지인들은 저에게 적응력이 좋다고 하는데 저도 늘 변화가 두렵고 처음 하는 일들이 어려워요. 작년부터는 집에서 엉엉 운 날도 많았답니다. 극복을 잘하는 사람인지는 모르겠지만 입 놀릴 시간에 몸 놀리면 언젠가 끝이 난다라는 마음으로 ‘일단 뭐라도 하자!’가 저의 극복 방법이라면 방법이겠네요….
 
Q. 예전에 올해 신년 목표를 함께 이야기했던 기억이 나서요. 혹 올해 목표가 있으신가요?

올해 목표 참 많은데요. 늘 그랬듯 달에 책 1권씩은 읽고 싶고… 영어 공부나 프로그램 공부도 해야 하고… 아카이빙 계정도 만들고 싶고… 그 외에도 오백 가지는 적어두었긴 해요. 간단히 말하자면 ‘나를 더 보여주고 열심히 움직이자’입니다! 외향적인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조금 움츠려 있는 시기를 지나고 있어요. 올해는 진 빠지게 움직여보려고요!

Q. 다음 질문은 공통점의 공통 질문입니다. 시인님과 ‘공통점’을 지닌 건 무엇인가요?

작년에 사고 1년 내내 조금씩 읽고 있는 『제철 행복』이라는 책이 있는데요. 제철마다 즐겨야 하는 것들이 담겨 있는 책이랍니다. 읽으면서 ‘나도 이런 마음을 가지는 날이 있는데!’ 싶은 문장이 많았어요. 이 책과 공통점이 많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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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지 작가의 에세이가 담긴『제철 행복』(인플루엔셜, 2024).
Q. 마지막으로 독자님께 전하고 싶은 말로 마무리해볼게요.

솔라르프리(sólarfrí) : 날씨가 화창하다는 이유만으로 예정에 없이 주어지는 휴가. 제가 작년에 수집한 단어 중 하나에요. 자신만의 솔라르프리를 곁에 두고 지내면 부적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힘이 나더라고요. 독자님들도 매일을 든든한 부적를 끼고 있는 것처럼 지내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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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을 갈 때 타고 가는 자전거. 자전거 타고 시장 가기는 수영 말고 또 다른 취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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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에 가장 좋아한 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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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는 사람
김도경

2021년 심훈문학상을 수상했다. 문학동인 공통점에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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