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책을 읽으며 예민한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작가님은 이 책을 어떤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으신가요?
오래전 심리상담을 받으면서 MBTI 검사를 했었는데, INFP가 나왔어요. 에니어그램 검사에서는 4번 유형이 나왔고요. 성격 검사의 틀로 유형을 가두고 해석하는 걸 지양하려고 하지만 마음의 구조와 패턴을 이해하는 데는 꽤 도움이 되더라고요. 무엇보다 INFP 혹은 4번 유형인 분들에게 제 책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그분들의 고충과 고민을 누구보다 잘 아니까요. INFP나 4번 유형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마음 한구석에 자신만의 예민함을 갖고 있다고 생각해요. 예민한 기질 때문에 힘들었던 분들, 혹은 주변의 예민한 사람을 이해하고 싶은 분들에게도 추천합니다.
Q. INFP와 에니어그램 4번 유형은 어떤 특징을 가졌나요? 당연하게도 작가님을 설명할 수 있는 특징이기도 할 것 같은데요.
제가 전문가가 아니다 보니 유형의 특징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긴 어렵고요. 궁금하신 분들은 관련 책이나 유튜브 정보를 확인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맞는 표현일진 모르겠지만 저의 경우를 예로 들어 짧게 얘기한다면, 감정의 막이 다른 이들보다 얇은 사람들이 아닐까 싶어요. 바깥의 작은 스침에도 감정의 막이 쉽게 찢어져서 상처받지 않으려고 스스로 두꺼운 방어막을 만들고, 자신이 쌓은 방어막 안에서 바깥세상을 선망하는 사람. 방어막을 무너뜨리고 세상 밖으로 나오세요, 라는 말은 더 상처가 될지 몰라요. 다만 방어막에 작은 문 하나를 만들어보면 어떨까요, 라고 제안하고 싶어요. 막연히 선망만 하며 자책하지 말고 저를 포함하여 모두가 조금씩 용기를 내보면 좋겠습니다!
Q. 혜영 작가님과 저와의 인연은 2014년으로 돌아가는데, 저희 함께 소설을 썼었죠. 예닐곱 명의 멤버가 일주일에 한 번 저녁에 만나 소설 합평을 하고, 아침이 밝도록 술을 마셨던 때였는데요. 혜영 작가님이 제게 “너랑 나는 비슷하잖아”라고 했던 말이 기억이 나요. 『똥글똥글하게 살고 싶어서』를 읽으니 죄다 제 이야기인 것 같아 그 말이 생각이 나더라고요. 저는 돌이켜보면 그때 심은 씨앗들이 아직도 제 마음속에 있는 기분인데요, 작가님은 소설을 쓰던 그때를 어떻게 기억하고 계신지요.
그 시절을 떠올리니 웃음부터 나네요. 열정 가득했던 날들이었어요. 아마 평생 먹을 술을 그때 다 먹은 것 같아요. 인생의 화양연화까지는 아니더라도 개인적으로는 청춘의 끝자락, 창작의 꿈을 불태우던 시절의 화양연화가 아니었나 싶어요. 제대로 된 소설을 쓰지도 못했고 소설가가 되지도 못했지만, 그때 나눴던 이야기들이 창작의 씨앗으로 제 몸 어딘가에 남아 있을 것 같습니다. 부딪히고 깨지고 상처받고 울고 웃고 마시고 노래하고 소리치던 그 시절을 조라 작가님과 함께 할 수 있어서, 함께 떠올리고 기억할 수 있어서 즐거웠습니다.
Q. 작가님은 다양한 글을 써오셨잖아요. 글을 쓸 때 어떤 생각을 하시는지, 또 글을 쓴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요?
어떤 글이냐에 따라 마음가짐이나 의미, 방법도 조금씩 달라집니다. 방송 작가로서 글을 쓸 때는 영상화를 목적으로 하는 만큼 문장 자체보다는 소리로 들렸을 때 얼마나 리듬감 있게 전달되는지가 중요해요. 읽는 글이 아니라 듣는 글이기 때문에 메시지를 더 간결하고 명확하게 담아내야 합니다. 의뢰받은 글을 쓸 때는 기획 의도나 편집 방향을 고려해야 하고요. 인터뷰 글을 쓸 때는 인터뷰이를 빛나게 하는 게 글의 목적이 되죠. 작가로서 ‘나’라는 개인이 드러날 때는 아무래도 에세이를 쓸 때가 아닐까 싶어요.
하지만 어떤 종류의 글이든, 글이라는 것은 쓰는 이의 신체를 통과해야만 나올 수 있는 작업이잖아요. 신체라고 표현했지만 그 안에는 쓰는 이의 정신과 사상, 생각과 감정을 포함한 인생의 모든 서사가 다 포함되어 있죠.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모든 글에는 작가의 숨결이 드러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읽는 과정을 통해 타인과 세상을 발견한다면 글을 쓰는 일은 저에게 나를 발견하는 작업입니다. 기호에 불과한 자음과 모음의 조합으로 문장이 만들어지고 그 문장 안에 어떤 세계를 담아낼 수 있다는 것이 과장해서 표현하면 마치 마법 같아요. 할 수 있는 만큼 최대한 글을 통해 나만의 마법을 부려보고 싶어요.
Q. 글이라는 건 신체를 통과해야만 나올 수 있는 작업이라는 말, 너무 좋은 설명인 것 같아요. 쓰다보면 그런 순간이 찾아오는 것 같기도 하고요. 요가와 명상을 하신다고요. ‘신체를 통과한다’는 표현이 요가와 명상에도 어쩐지 어울리는 표현 같아요. 시르사아사나 성공기와 플럼빌리지에 다녀온 이야기를 보았어요. 요가와 명상은 작가님께 어떤 행위, 또는 어떤 의미인가요?
요가와 명상을 시작한 지는 20년이 다 되어 가네요. 이왕 하는 거 제대로 한번 해봐야겠다 마음먹고 본격적으로 수련한 지는 10년 정도 되었고요. 저에게 요가와 명상은 한마디로 말하면 균형을 잡는 일이에요. 비틀거리는 마음을 중심으로 가져오는 일이기도 하고요. 특히 요가에는 한 발로 서거나 거꾸로 서는 동작 등 중심을 잡지 않으면 하지 못하는 동작들이 많아요. 요가에서는 동작을 ‘아사나’라고 하는데, 마음이 혼란스럽게 요동칠 때는 호흡도 거칠어지고 중심을 잘 잡아야 하는 아사나를 하면 어김없이 잘되지 않아요. 반대로 어려운 아사나를 수련하면서 몸을 알아차리다 보면 자연스럽게 호흡도 고요해지고 마음이 안정되는 경험을 하기도 합니다. 들뜨거나 가라앉지 않으면서도 활력과 평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는 점이 요가 수련의 가장 큰 매력 같아요. 책 『똥글똥글하게 살고 싶어서』에서도 썼는데, 저는 거꾸로 서는 동작인 시르사아사나를 제일 좋아합니다. 두려움을 극복하고 어렵게 성공한 아사나이기도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