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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거리는 마음을 중심으로


만난 사람: 조혜영(작가, 에세이스트, 문해력 강사)

묻는 사람: 김조라


‘월간 사람책’은 공통점 안팎으로 정독하고 싶은 ‘사람책’들을 만나는 대담 기록입니다. 물음과 응답 속에서 사람들이 지닌 공통점을 발견하고자 합니다. 열다섯 번째 사람책에서는 비틀거리는 마음을 중심으로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는 조혜영 작가를 읽어보았습니다.


Q. 조혜영 작가님, 공통점의 열다섯 번째 사람책으로 만나 뵙게 되어 반가운 마음입니다. 독자분들께 소개를 부탁드려요!


녕하세요. 저는 프리랜서 작가이자 문해력 강의를 하는 조혜영입니다. 파주 운정에 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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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정으로 이사를 오고 노을이 예뻐서 노을 지는 시간에 산책하는 것을 좋아하게 됐다.

Q. 요즘은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일상을 어떤 것들로 채우시는지 궁금합니다.

최근 한두 달은 약속이나 외부 일정을 줄이고 조용히 지내고 있습니다. 회복과 재충전의 시간이랄까요. 요리와 산책을 하고 소소한 글을 쓰면서 하루를 보냅니다. 특히나 요리의 재미에 푹 빠져 있어요. 요즘 봄 채소가 한창이잖아요. 오늘은 로컬매장에서 봄동과 달래를 사서 봄동 겉절이를 만들고 달래된장국을 끓여 먹었어요.

 

Q. 저도 최근에 유행인 봄동 비빔밥에 냉이된장국을 곁들였는데! 반갑네요. 작가님께서는 오랜 세월 방송 작가로, 또 방송 작가에서 프리랜서 작가로 활동하고 있으신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일들을 해오셨는지 궁금합니다.

〈SBS 모닝와이드〉, 〈EBS 휴먼 다큐멘터리 희망풍경〉 등 지상파 교양 및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으로 방송 작가 일을 처음 시작했어요. 그러다 드라마 작법을 공부하게 되었고 KBS 라디오 드라마 공모전에 당선되어 라디오 드라마를 몇 편 썼습니다. 비정기적으로 월간지 객원기자로 참여하거나 필진으로 참여하기도 했고요. 기업 홍보영상물이나 포럼 기획 작업도 꾸준히 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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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을 하는 조혜영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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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실 책상 사진.

Q. 작가님께서 쓰신 라디오 드라마는 어떤 스토리였을지 궁금해요. 또, 라디오 드라마 대본은 TV 드라마 대본과는 어떤 점이 다른지도 궁금합니다.

공모전에 당선되어 처음으로 전파를 탔던 드라마는 〈네게 비트를 들려줘〉라는 제목의 단막극입니다. 아내와 사별 후 교장으로 정년 퇴임해 홀로 지내는 할아버지가 주인공인데요. 심장이 언제 멈출지 모르는 부정맥을 진단받고 자식들에게도 돈줄 그 이상이 아님을 알게 된 할아버지는 삶의 의미를 잃고 자살을 계획해요. 고독사가 되지 않기 위해 자신의 시신을 발견해 처리해줄 사람을 찾다가 집 구할 돈이 없는 래퍼 청년을 세를 안 받고 2층에 살게 하죠. 할아버지의 계획을 알지 못한 채 2층에서 함께 살게 된 래퍼가 우연히 자살을 시도하는 할아버지를 발견하면서 두 사람은 점점 가까워지게 되고… 결국 할아버지가 래퍼 청년을 통해 삶의 의미, 자신만의 ‘비트’를 발견해가는 이야기입니다.
아무래도 라디오 드라마는 TV 드라마와 달리 소리로만 전달되기 때문에 인물의 감정과 성격, 갈등과 서사가 대사에 분명하게 표현되어야 합니다. 또, 듣는 것만으로도 청취자들이 실감을 느낄 수 있도록 음향 효과를 적절히 잘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고요.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라는 일본 영화를 보면 라디오 드라마 녹음 과정이 코믹하게 나오는데 성우들의 연기와 음향 효과만으로 태평양을 건너 미국 도시를 옮겨 다니고, 댐이 무너지고, 급기야 우주까지 날아가죠. 아마 TV 드라마였다면 어마어마한 제작비에 시작도 못 했을 거예요. 하지만 라디오 드라마에서는 모든 게 가능합니다.

Q. 라디오 드라마에서는 모든 게 가능하다는 말, 정말 좋네요. 듣다가 보니 작가님이 재미있게 봤던 드라마나 좋아하는 드라마가 무엇이었는지도 궁금해지는데요,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처음으로 ‘인생 드라마’라고 느낀 건 인정옥 작가님이 쓰신 배우 양동근, 이나영 주연의 〈네 멋대로 해라〉입니다. 2002년에 방영되었으니 벌써 24년이 되었네요. 제가 기억하기로 마니아 드라마의 원조가 아니었나 싶어요. 당시 그 드라마에 열광하는 시청자들을 ‘네멋폐인’이라 불렀는데, 제가 바로 ‘네멋폐인’이었어요. 카페에도 가입하고 DVD와 대본집도 공동 구매했죠. 당시만 해도 대본집이 출간되지 않던 시절이라 팬들의 요청으로 대본집이 나온 건 굉장히 이례적인 경우였어요. 지금도 제 작업실 책꽂이에 대본집이 꽂혀 있습니다. 초심으로 돌아가고 싶을 때 한 번씩 꺼내서 보곤 해요.
제가 이 드라마에 열광했던 이유는 특별한 악인이 등장하지 않으면서도 인물 내부의 서사로 이야기가 전개될 수 있다는 점이었어요. 모든 인물이 선하면서 동시에 저마다의 결핍과 상처로 서로에게 악인이 되죠. 때로는 나약하고, 때로는 악착같이 빼앗기도 하지만 모두 행복해지고 싶어 해요. 각자의 짐을 안은 채 어떻게든 제대로 한번 살아보고 싶어서 최선을 다해요. 화도 내고 미워하기도 하지만 결국은 연민하고 사랑하죠. 그 마음들이 예쁘고 짠해서 실제 인물처럼 응원하게 되더라고요.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이렇게 다시 떠올리니 제 마음속 어딘가에 인물들이 여전히 살아 있는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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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멋대로 해라〉 DVD와 대본집, 네멋폐인의 흔적.
Q. 저는 아직도 이나영의 부스스한 갈색 머리가 생각이 나요. 요즘 다시 이 헤어스타일을 많이 하더라고요. 참, 대학에서 강의도 하고 계시지요. 어떤 것들을 가르치시나요. 또, 내가 쓰는 것과 남을 가르치는 것은 많이 다를 것 같은데요.

대학 강의를 한 지는 12년이 되었어요. ‘창의적 생각하기’라는 교양 과목을 가르치다가 몇 년 전부터 문해력 강의를 해왔습니다. 쓰는 것과 가르치는 것, 둘 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둘을 비교하자면 저는 가르치는 쪽이 좀 더 어려운 것 같습니다. 쓰는 작업을 할 때도 독자를 떠올리긴 하지만 독자가 내 앞에 앉아 있는 건 아니잖아요. 글을 통한 소통이 작가의 작업이 끝난 후 독자가 글을 읽을 때 비로소 이루어진다면, 강의는 강사와 학생이 같은 시공간에서 즉각적으로 소통하게 되죠. 나의 말이 학생들에게 제대로 가 닿는지 알아차리고 학생들의 생각과 감정에도 귀 기울일 수 있으려면 예민하게 깨어있어야 합니다. 저로서는 에너지가 더 많이 필요한 일이에요. 그래도 가르치는 일은 늘 설레고 보람 있습니다. 가르치면서 오히려 무언가를 배우게 되는 경우도 많고요.

Q. 근래에는 어떤 작업들을 하고 계신가요?

작년 한 해 동안 계간 《템플스테이》 ‘산사의 밥상’ 코너를 맡아 직접 취재하고 글을 썼습니다. 한국불교문화사업단에서 발행하는 《템플스테이》는 템플스테이를 비롯해 불교전통문화를 소개하는 매거진인데요. 그 중 ‘산사의 밥상’은 사찰에서 전승되는 사찰음식을 소개하고 음식에 담긴 의미와 가치를 담아내는 코너입니다. 계간지인 만큼 봄, 여름, 가을, 겨울마다 계절의 흐름을 사유하고 절기에 맞는 사찰음식을 맛보며 먹는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평소 불교에 관심이 많아 불교 관련 잡지에도 글을 써 왔던 터라 제게는 값진 경험이었어요. 다음 주에 2026년 봄호 취재 일정이 잡혀 있어서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습니다. 개인적인 작업으로는 출간을 목표로 에세이를 쓰고 있어요. 아직 출판사와 계약을 한 건 아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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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럼빌리지에서 사 온 엽서를 액자에 끼워놓았다.
Q. 불교에 관심이 많으시다고요. 저도 종교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완주에 있는 작은 절인 화암사를 참 좋아하거든요. 구례에 가면 화엄사를, 부산에 가면 범어사를 꼭 들렀다 오고요. 언제부터 불교에 관심을 가지게 되셨나요?

화엄사는 아직 못 가봤지만 범어사는 저도 좋아하는 사찰이라 부산에 놀러 가면 꼭 들르곤 해요. 건강을 위해 요가를 시작했는데, 요가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불교에도 관심을 가지게 됐습니다. 당시 요가 선생님을 중심으로 몇몇 지인들과 불교 스터디를 했어요. 템플스테이를 하거나 명상 수련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도 했고요. 일과 인간관계 모두 내 맘 같지 않아 힘들어하던 시기에 호흡과 내려놓음을 바탕으로 한 요가와 명상이 일상을 지키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Q. 에세이집 『똥글똥글하게 살고 싶어서』(마인드빌딩, 2022)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예민한 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들이 참 공감이 됐어요. 예민한 사람은 대개 자신의 예민함을 미워하잖아요.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놓기 혹은 내려놓기 어려웠을 것 같은데 어떻게 쓰게 되셨는지요.

사춘기를 거치고 스무 살이 되면서 자기 자신과 세상에 대해 막연하게 느껴지는 감각이 있잖아요. 저에게는 그게 ‘불편함’이었어요. 나라는 사람과 세상의 경계가 뚜렷해지면서 경계 너머에서 다가오는 사람이나 상황이 불편하게 느껴지더라고요. 불편함의 정체가 뭘까 따라가 보니 그 끝에 예민함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죠. 어떻게 하면 이런 나를 바꿀 수 있을까 여러 책을 보고 상담도 받으면서 ‘노오력’했는데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야 그건 타고난 기질일 뿐 노력으로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란 걸 깨달았습니다.
책을 써야겠다고 마음먹은 건 일종의 정면 돌파라고 할까요. 이성복 시인의 “이야기된 고통은 고통이 아니다.”라는 문장이 와닿았어요. 예민함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했던 ‘삽질의 역사’를 글로 이야기해봐야겠다 마음먹었죠. 내 안에 꽁꽁 가두어 두었던 기억과 감정을 거창하지 않게,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가볍고 무심하게, 그냥 툭 세상 밖으로 꺼내고 싶었습니다. 물론 책을 출간하기까지 전후 과정은 전혀 그렇지 않았지만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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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글똥글하게 살고 싶어서』(마인드빌딩, 2022).

Q. 책을 읽으며 예민한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작가님은 이 책을 어떤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으신가요?

오래전 심리상담을 받으면서 MBTI 검사를 했었는데, INFP가 나왔어요. 에니어그램 검사에서는 4번 유형이 나왔고요. 성격 검사의 틀로 유형을 가두고 해석하는 걸 지양하려고 하지만 마음의 구조와 패턴을 이해하는 데는 꽤 도움이 되더라고요. 무엇보다 INFP 혹은 4번 유형인 분들에게 제 책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그분들의 고충과 고민을 누구보다 잘 아니까요. INFP나 4번 유형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마음 한구석에 자신만의 예민함을 갖고 있다고 생각해요. 예민한 기질 때문에 힘들었던 분들, 혹은 주변의 예민한 사람을 이해하고 싶은 분들에게도 추천합니다. 
 
Q. INFP와 에니어그램 4번 유형은 어떤 특징을 가졌나요? 당연하게도 작가님을 설명할 수 있는 특징이기도 할 것 같은데요.

제가 전문가가 아니다 보니 유형의 특징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긴 어렵고요. 궁금하신 분들은 관련 책이나 유튜브 정보를 확인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맞는 표현일진 모르겠지만 저의 경우를 예로 들어 짧게 얘기한다면, 감정의 막이 다른 이들보다 얇은 사람들이 아닐까 싶어요. 바깥의 작은 스침에도 감정의 막이 쉽게 찢어져서 상처받지 않으려고 스스로 두꺼운 방어막을 만들고, 자신이 쌓은 방어막 안에서 바깥세상을 선망하는 사람. 방어막을 무너뜨리고 세상 밖으로 나오세요, 라는 말은 더 상처가 될지 몰라요. 다만 방어막에 작은 문 하나를 만들어보면 어떨까요, 라고 제안하고 싶어요. 막연히 선망만 하며 자책하지 말고 저를 포함하여 모두가 조금씩 용기를 내보면 좋겠습니다!

Q. 혜영 작가님과 저와의 인연은 2014년으로 돌아가는데, 저희 함께 소설을 썼었죠. 예닐곱 명의 멤버가 일주일에 한 번 저녁에 만나 소설 합평을 하고, 아침이 밝도록 술을 마셨던 때였는데요. 혜영 작가님이 제게 “너랑 나는 비슷하잖아”라고 했던 말이 기억이 나요. 『똥글똥글하게 살고 싶어서』를 읽으니 죄다 제 이야기인 것 같아 그 말이 생각이 나더라고요. 저는 돌이켜보면 그때 심은 씨앗들이 아직도 제 마음속에 있는 기분인데요, 작가님은 소설을 쓰던 그때를 어떻게 기억하고 계신지요.

그 시절을 떠올리니 웃음부터 나네요. 열정 가득했던 날들이었어요. 아마 평생 먹을 술을 그때 다 먹은 것 같아요. 인생의 화양연화까지는 아니더라도 개인적으로는 청춘의 끝자락, 창작의 꿈을 불태우던 시절의 화양연화가 아니었나 싶어요. 제대로 된 소설을 쓰지도 못했고 소설가가 되지도 못했지만, 그때 나눴던 이야기들이 창작의 씨앗으로 제 몸 어딘가에 남아 있을 것 같습니다. 부딪히고 깨지고 상처받고 울고 웃고 마시고 노래하고 소리치던 그 시절을 조라 작가님과 함께 할 수 있어서, 함께 떠올리고 기억할 수 있어서 즐거웠습니다. 

Q. 작가님은 다양한 글을 써오셨잖아요. 글을 쓸 때 어떤 생각을 하시는지, 또 글을 쓴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요?

어떤 글이냐에 따라 마음가짐이나 의미, 방법도 조금씩 달라집니다. 방송 작가로서 글을 쓸 때는 영상화를 목적으로 하는 만큼 문장 자체보다는 소리로 들렸을 때 얼마나 리듬감 있게 전달되는지가 중요해요. 읽는 글이 아니라 듣는 글이기 때문에 메시지를 더 간결하고 명확하게 담아내야 합니다. 의뢰받은 글을 쓸 때는 기획 의도나 편집 방향을 고려해야 하고요. 인터뷰 글을 쓸 때는 인터뷰이를 빛나게 하는 게 글의 목적이 되죠. 작가로서 ‘나’라는 개인이 드러날 때는 아무래도 에세이를 쓸 때가 아닐까 싶어요.
 하지만 어떤 종류의 글이든, 글이라는 것은 쓰는 이의 신체를 통과해야만 나올 수 있는 작업이잖아요. 신체라고 표현했지만 그 안에는 쓰는 이의 정신과 사상, 생각과 감정을 포함한 인생의 모든 서사가 다 포함되어 있죠.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모든 글에는 작가의 숨결이 드러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읽는 과정을 통해 타인과 세상을 발견한다면 글을 쓰는 일은 저에게 나를 발견하는 작업입니다. 기호에 불과한 자음과 모음의 조합으로 문장이 만들어지고 그 문장 안에 어떤 세계를 담아낼 수 있다는 것이 과장해서 표현하면 마치 마법 같아요. 할 수 있는 만큼 최대한 글을 통해 나만의 마법을 부려보고 싶어요. 

Q. 글이라는 건 신체를 통과해야만 나올 수 있는 작업이라는 말, 너무 좋은 설명인 것 같아요. 쓰다보면 그런 순간이 찾아오는 것 같기도 하고요. 요가와 명상을 하신다고요. ‘신체를 통과한다’는 표현이 요가와 명상에도 어쩐지 어울리는 표현 같아요. 시르사아사나 성공기와 플럼빌리지에 다녀온 이야기를 보았어요. 요가와 명상은 작가님께 어떤 행위, 또는 어떤 의미인가요?

요가와 명상을 시작한 지는 20년이 다 되어 가네요. 이왕 하는 거 제대로 한번 해봐야겠다 마음먹고 본격적으로 수련한 지는 10년 정도 되었고요. 저에게 요가와 명상은 한마디로 말하면 균형을 잡는 일이에요. 비틀거리는 마음을 중심으로 가져오는 일이기도 하고요. 특히 요가에는 한 발로 서거나 거꾸로 서는 동작 등 중심을 잡지 않으면 하지 못하는 동작들이 많아요. 요가에서는 동작을 ‘아사나’라고 하는데, 마음이 혼란스럽게 요동칠 때는 호흡도 거칠어지고 중심을 잘 잡아야 하는 아사나를 하면 어김없이 잘되지 않아요. 반대로 어려운 아사나를 수련하면서 몸을 알아차리다 보면 자연스럽게 호흡도 고요해지고 마음이 안정되는 경험을 하기도 합니다. 들뜨거나 가라앉지 않으면서도 활력과 평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는 점이 요가 수련의 가장 큰 매력 같아요. 책 『똥글똥글하게 살고 싶어서』에서도 썼는데, 저는 거꾸로 서는 동작인 시르사아사나를 제일 좋아합니다. 두려움을 극복하고 어렵게 성공한 아사나이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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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가장 좋아하는 동작인 시르사아사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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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수련할 때 사용하는 요가 매트와 요가 타월.

Q. 혜영 작가님과 ‘공통점’을 지닌 것은 무엇인가요?

어려운 질문이네요. 브런치에 〈감정과 사물들〉*이라는 제목으로 열 편의 글을 연재했었어요. ‘일상의 사물 관찰기’가 부제인데, 사물 안에서 내 안의 숨겨진 감정을 발견하는 에세이입니다. 예를 들면 오리배와 회전목마에서는 어찌할 수 없는 서글픔을, 공원 벤치에서는 덩그러니 남겨지는 외로움을, 빈 술병에서는 흐릿한 그리움을, 풍선에서는 부풀어 오르는 동경심을, 컴퓨터 키보드에서는 담대한 자유로움을 발견하고 글을 통해 그 감정을 오롯이 마주하려고 했죠. 그러고 보니 저와 공통점을 지닌 사물들이 많은 것 같아요. 어쩌면 마음이 가는 사물들에서 저와의 공통점을 애써 찾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어요. 애정하는 것을 자꾸 보다 보면 닮는다고 하잖아요.
파주 운정으로 이사를 오고 새롭게 느끼는 즐거움은 노을을 바라보며 걷는 저녁 무렵의 산책인데요. 걸으면서 노을을 닮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해요. 한낮의 태양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은은하게 세상을 물들이는 노을과 공통점이 많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Q. 앞으로 예정된 계획들과 더불어 독자님들께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먼저, 지금 쓰고 있는 에세이를 출판사에 투고하려고 계획하고 있어요. 로맨스 영화 속 대사를 통해 ‘다정하고 때로 비정한’ 연애의 모든 순간을 담아내는 에세이예요. 앞서 말한 ‘일상의 사물 관찰기’도 좀 더 완성도 있는 글로 발전시켜보고 싶고요. TV 드라마 공모전에도 계속 도전하고 있어요. 치열한 경쟁률을 뚫기가 여간 쉽지 않더군요. 그래도 하는 데까진 해봐야죠. 하고 싶으니까요. 이렇게 인터뷰를 통해 만날 수 있어서 반가웠습니다. 맑은 날도 흐린 날도, 기쁜 날도 슬픈 날도, 어찌 되었든 결국은 모두가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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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좋아하는 운정호수공원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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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에서 자전거를 탄다.
※ 프로필 사진 출처: GIL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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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는 사람
김조라

시와 짧은 소설을 쓴다. 효천로를 지날 때 임암교에 서서 대촌천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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