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2024년도와 2025년도 연속으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지원하는 < 청년인문실험 >도 기획하고 진행하셨잖아요. AI에게 본인 시의 문체를 학습시켜서 쓰게 하고 진짜 본인이 쓴 시를 비교 대조한 뒤 소논문 형식으로 제출한 실험으로 알고 있는데요. 이 실험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마피아 게임해 보셨나요? 5~6명의 시민 사이에 마피아가 한 명 있고, 시민이 의기투합하여 마피아를 지목하고 찾아내는 게임. 때로는 밑도 끝도 없이 냅다 ‘너 마피아지?’ 의심하고 무고한 시민을 마피아로 몰아서 죽이는 게임. 마피아를 찾으면 평화가 찾아오는 게임.
글도 대신 써주는 AI 시대에 과연 창작이란 무엇인가 질문을 하게 되었고, 마피아 게임에서 착안하여, 마피아 글쓰기 인문 실험을 해보았어요. 이 실험에 참여한 작가들은 시편, 시작 메모, 시론 등 사전에 협의한 자료를 AI에 입력해요. 그리고 역시 사전에 논의한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을 실시해요. AI에게 작가의 작품을 보다 자세하게 분석하게 하는 거죠. 그리고 최종적으로 AI가 시 한 편을 써내요. 그럼 이 AI시(A)와 작가가 쓴 미공개 시(B)를 동료 작가에게 보여줍니다. 가령, 마피아가 AI시(A)인데요. 둘 중 어떤 게 AI가 쓴 시인지 찾아내야 해요. 찾아낼 때 감으로 찾는 것이 아니고, 구체적으로 왜 그렇게 보았는지 근거 보고서를 작성하고, 결과적으로 A와 B중 어떤 것이 AI가 쓴 시(마피아)인지 솎아내요. 그리고 이를 통해 진정한 창작이란 무엇인지 의미를 재정의해 보았어요.
근데 저는 AI시를 못 찾을 뻔했어요. 진짜 진땀이 났어요. 동료 작가들도 찾기 어려웠다고 하더라고요. 그래도 다행히, 모두 마피아를 잘 찾아냈어요. 결과적으로 아직 AI가 창조적 능력을 발휘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걸 체감할 수 있었는데, 이 결과를 바탕으로 최근에 「생성형 AI 시대, 인간 창작의 고유성에 관한 실증 연구」라는 논문도 발표하게 됐어요.
그리고 정말 감사하게도 올해도 〈청년인문실험〉을 이어가게 되었어요. 그래서 기존 실험의 한계를 보완, 확장하여 실험을 진행해 보려고 해요. 실험 관련해 궁금하신 분께서는 언제든 DM 주세요. (인스타그램 : @information_zero0)
Q.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을 어떻게 했길래 AI가 시인의 시풍을 따라 유사하게 썼을까 궁금해지네요. 그렇다면 이것과 연장선의 질문이 될 것 같은데요. AI가 문학에 어떻게 영향을 끼칠 거라고 생각하시나요?
어려운 질문입니다. 글쓰기 외 일을 할 때 AI를 써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AI에게 어떤 요청을 하면 정말 안성맞춤으로 척척 해내는데요. 물론 어떨 땐 말도 안 되는 답변을 해서 느낌표를 마구 치게 만들기도 하지만, 대체로 가려운 부분을 잘도 긁어줍니다. 그래서 AI를 편리하게 사용하면서도 한편으로 두려움을 느끼기도 합니다. ‘이제 얘 없으면 어떡하지?’
그러나 AI가 할 수 없는 게 있다면 그건 창조적인 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AI는 명령에 따라 직조된 정보를 조합하여 나열해요. 모방에 가깝죠. 창조라는 건 아예 없는 것을 만들어내는 것인데, AI에게는 감정과 감성적 사고가 없어요.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AI가 감정을 갖게 된다면 그땐 정말 인류가 위험한 상황에 놓인 게 아닌가 싶어요.
어쨌든 현재 AI가 문학에 끼칠 영향은, 문학의 고유성을 더 도드라지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비교 자체가 비약일 수 있지만 인터넷 신문이 나왔을 때, 종이 신문 망했다고 했는데 안 망한 것처럼, 전자책이 나왔을 때, 종이책이 망했다고 했는데 안 망한 것처럼. 문학은 망하지 않고 더 주목을 받지 않을까 싶어요. AI가 쓴 책도 나오겠죠. AI와 협업한 책도 나오고 있죠. 근데 AI는 감성과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감정이 없어요. 주어진 정보를 조합하고 모방하는 AI는 인간의 창조 영역 중 극점에 있는 문학의 위상에 돌을 던지겠지만 그럴수록 문학은 더 공고한 힘을 가지리라 생각해요.
Q. 저도 공감하는 바입니다. 아무리 AI가 이 세상의 모든 텍스트를 다 흡수한다고 해도 닿지 못하는 인간의 영역이 있다고 생각해요. 보영 님은 < 미래-문학 > 웹진도 기획하고 발행하고 계시지요? < 미래-문학 >의 지향점과 웹진 발행에 대한 소회도 듣고 싶습니다.
네, 웹진 < 미래-문학 >을 작년에 창간했어요. 야심차게 시작했는데, 이 야심을 이어갈 수 있게 많은 관심 부탁해요. < 미래-문학 >의 지향점은 간단해요. 신인에게 마이크를 쥐여주는 것입니다. 신인이라면 시, 소설, 평론을 포괄합니다. 소설은 언제나 지면이 부족하고, 시 역시 발표할 지면을 확보하기 쉽지 않죠. 평론은 말하자면 주문 제작을 받으면서 자신의 목소리를 낼 기회가 좀처럼 없습니다.
물론 요즘엔 문학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굉장히 높아졌고, 특히 시집 출간도 굉장히 활발해요. 2010년대까지만 해도 등단 제도를 거친 시인이 한 권의 시집을 내는데 평균적으로 4년 정도 걸렸어요. 요즘에는 1~2년이면 시집이 나와요. 시를 읽는 사람이 많고, 시집 출간 기회를 많은 시인이 갖게 되는 건 정말 정말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저는 한편으로 시인-시집 출간 과정이 아이돌 시스템과 같다고 생각해요. 출판 시장 역시 자본의 논리를 거스를 수 없기 때문에 스타가 필요하고, 생성-양산-생성-양산을 반복해야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위 말하는 메이저의 구멍은 좁고, 마이크를 쥐지 못하는 신인 작가들이 있을 텐데요. 2000년대 초반, 천년의 시작과 문예중앙 시인선 등이 그러했듯, 신인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그들이 한국의 미래 문학이 될 수 있도록 웹진을 운영해 가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