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준비 방법
차를 우리는 일은
마음이 분주해지는 시간을 쓰는 것
가라앉는 찻잎을 보면서
하려던 말들을 내려놓으며
준비를 연습한다
고장 났다고 믿는 온도계로는
어떠한 오차 범위도 허용할 수 없으므로
오래된 짐작에 익숙해지기로 했다
손바닥이 따끔한 물의 온도가 적당하다는 것을
잘 아는 사람이니까
둥글게 말린 잎이 펴지는 순간
예열된 잔의 손잡이가 알맞게 따뜻해서
오랫동안 쥘 수 있을 것 같았다
이곳의 창밖은 나무가 없어
계절을 착각하기 쉬웠는데
우리가 고른 목요일은
왜인지 아일랜드의 겨울
낮은 건물들 사이에 낀 먹구름을 보고서
두꺼운 헤링본 코트를 입고
당장이라도 맥주를 마시러 가자고
말하려 했으나
귀가 시려우면 어떻게 해야 하냐는 물음에
일부러
눈이 오는 게 좋겠다는 엉뚱한 대답을 했다
마주 보는 동안
잔을 자주 고쳐잡았던 이유
마침 피어오르는 김이
입김 같다고 생각하다가
시간이 지나버렸다는 것을 알았다
그만 따뜻해야 했는데
쓰고 떫어져버린 맛에
우리는 말이 없었고
괜찮다고도 말할 수 없어서
준비를 정확히 연습하는 사람이 되어
다시 시작하기로 한다
목요일 준비 방법
Thursday in Ireland
양소정
Yang So Jeong
2020
시, 35행에 394자. 언제나 처음인 것처럼 목요일을 맞이하기 위한 매뉴얼.
Poem, 35 line and 394 type. Greeting manual for Thursday, just like the first time.
스프링클 스파클링
걷다 보니
들고 있던 튤립이 피었다
튤립도 번아웃이 온 거라고
이렇게도 화사한 방법이 있다는 게
조금은 부럽다고 생각했다
탄산음료의 뚜껑을 돌릴 때면
이미 우중충한 날씨가 시작되었다는 것
물에 빠진 발걸음으로 담담히
더부룩한 기분을 달래는 것
돌돌 말린 책장의 모서리를 다시 밀면서
더는 할 수 없는 것들의 목록을 적었다
바이올린의 부드러운 연주를 들으면서
가볍게 춤추고 싶었지만
쏟아져버린 레인보우 스프링클
어쩌면 탄산의 목 넘김을
이렇게도 볼 수 있다는 것에 대하여
안온한 하루를
스프링클 스파클링
기록한 목록이 통째로 사라진다 해도
뜻 없는 하루는 아닐 거라고
다시 쓰는 수밖에
스프링클 스파클링
Sprinkle Sparkling
양소정
Yang So Jeong
2020
시, 21행에 242자. 알록달록한 기분, 발음만으로도 괜찮아지는 주문.
Poem, 21 line and 242 type. Colorful feeling and the healing spell.
j12sjeo@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