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과 안과 숲으로
문을 열어 밖을 만든다 공간은 확장되고 나는 몇 개의 벽을 가지고 나오기로 한다 벽에 알맞은 창문도 몇 개 가지고 나온다 밖과 안을 구별하기 위하여 방금 나온 문은 닫아놓기로 한다 밖을 착각하고 다시 저 문으로 들어가면 안 되니까 ×표 벽이 만드는 내부의 의문에 대하여 문을 열어 확인 창문이 만드는 밖의 환상에 대하여 문을 열어 확인 나는 한동안 그 자리에 서서 주변을 관찰한다 빙글빙글 원시인이 모닥불 주위를 맴돈다 단거리 선수가 트랙 밖으로 사라진다 반대편에 또 다른 문이 놓여 있고 그곳으로 소량의 바람이 불어온다 땀이 조금 식는다 반대편 문으로 빠져나가자 나의 결론이었고 문 앞에 선 채 익사체를 뒤져서 나온 무수한 열쇠 꾸러미를 꺼내는데 밖에서 누가
죄송한데 거긴 제 집입니다만?
알 게 뭐야 누군 집 없나 나는 생각했고 반대편 문을 계속 열기로 한다 당겨서 열까 밀어서 열까 대체로 문은 안에서 밀어지고 밖에서 당겨진다 최소한의 힘으로 트랙을 돌기 위해 선수는 밖에서 안을 향해 운동한다 밖에서 안으로 선수가 맞은편 문을 열고 나온다 그럼 나는 문을 당기기로 한다 아니 밀어야 할까? 나는 이 문제로 며칠을 골몰하고 있다 대부분의 공포영화에서 문은 밖에서 안으로 저절로 열린다 저절로 어서 안으로 들어오라는 듯이 그렇다면 나는 저절로 문이 열릴 때까지 기다리기로 한다 밖은 확실히 춥군 바람도 많이 불고 나는 혼잣말을 하고 모닥불을 피우기 위해 부싯돌을 부딪친다 칙칙 불꽃이 마른 잎사귀 위로 떨어지는 것을 지켜보다 연약한 불꽃에게는 몇 개의 벽이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문 앞에 몇 개의 벽을 세워 공간을 만든다 푸른 연기가 공간을 가득 메운다 벽이 세워지는 동안 창문은 벽을 타고 적당한 높이에 맞춰 자신의 자리를 찾아간다 나는 분명 밖이었는데 벽이 세워지고 창문이 위치하자 나는 다시 안에 있다 안은 확실히 따뜻하군 안락하고 잠시 눈을 붙이려는데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안에서 누가
저기요 선생님, 제 방에선 언제쯤 나가실 건가요?
왜 여기가 선생님 방이죠?라고 대꾸할까 하다가 나는 생각만 했다 생각만 나는 불이 붙은 마른 잎사귀를 밟아서 끈다 밖에서 안으로 열린 창문이 있고 창문 밖으로 오리가 날아가는 모습이 보인다 오리는 숲으로 숲의 밖에서 안으로 굴절되는 빛처럼 자신을 밀고 들어가고 있다 창문의 풍경은 정말 고요하다 막 열차를 떠나보낸 플랫폼처럼 오리를 관찰하기 위해서 나는 밖으로 나가기로 한다 반대편 문 앞에 선 채 익사체를 뒤져서 나온 무수한 열쇠 꾸러미를 꺼내본다
열쇠는 방을 고갈시키고 나무를 고갈시키고 비밀을 고갈시킨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자 둥 둥 둥 오리가죽으로 만든 북이 울리고 원시인이 나무 주위를 뒤뚱뒤뚱 돈다 나는 나무처럼 보이게 나무로 위장한다 밖은 축제로 한창이다 원시인들은 내 주변을 땀을 흘려가며 열심히 돌고 있다 지칠 때까지 돌다가 더 이상 돌지 못하는 자는 밖으로 돌아나가고 최후의 최후까지 남은 원시인이 나무의 주인이 된다 그리고 최후의 원시인은 나무 아래 집을 짓는다
나는 안에서 밖으로 나가고 싶은 사람이다 그러나 숲을 향해 밖에서 안으로 다시 안으로 되돌아가는 사람이었다 최초의 우주비행사 Chop chop chang*은 궤도를 벗어나 지구 탈출속도로 밖을 설명하려 했고 지구 밖으로 벗어났지만 여전히 나는 우주 안에서 지구 주변을 공전하면서 빛과 함께 흩어지고 있다 창문을 통해 굴절되는 풍경 밖의 환상 지금도 끊임없이 오리는 숲으로 자신의 몸을 밀고 들어가고 있다
나는 밖과 숲의 경계에서 시간이 정지한 채 날아가는 것 숲의 경계선에서 영원히 멈춘 자신을 받아들이는 것 오리가 박제된 풍경에 이끌렸고 나는 다시 반대편 문 앞에 서서 밖으로 나갈 채비를 한다 문을 연다 여기가 어딜까 내가 서 있는 공간에 대해 생각해보지만 알지 못한다 다만 숲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나는 여기가 어딘지 여전히 모른 채 숲 주변을 돌면서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빙글빙글 그러니까 밖과 안을 구분하는 장치와 밖을 벗어나려는 움직임과 숲의 경계와 박제된 풍경과 의문스러운 문과 탈출과 갇힘 잃어버리고 또 잊어버렸다 어느 순간 잠에서 깨어나 몸을 일으켜 주위를 둘러보면 나와 같은 사람이 내 옆에 누워 있다 그건 나인가 내가 여기에 있었나 나는 숲 밖에 있는 줄 알았는데 나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는 사람인데 옆에 누워있는 나를 흔들어 깨우며 여기가 어디인지 되묻는다
문과 문이 마주보는 구조를 지닌 방은 도무지 믿음이 안 간다 이딴 게 다 뭐람! 나는 누구에게 한탄하고 싶었지만 누가 없었다 누가 나의 밖과 안을 찢어놓고 이어붙이면서 혼란스럽게 만든다 나는 밖에서 오리를 찾아다녔다 숲 밖으로 떠나온 집이 보이고 창문은 빛을 빌려 밖을 착각하게 만든다고 숲을 예감한다 숲에는 오리가 벗어놓은 가죽이 많다 벌거벗고 오리는 숲을 횡단한다 뛴다 운다 난다 긴다 걷는다 먹는다 요리한다 만든다 화낸다 말한다 벗는다 웃는다 욕한다 노래한다 사과한다 위로한다 나는 아무리 그래도 벗는 건 부끄럽다고 생각하는데
* Chop chop chang(1957년 ~ 1983년 1월 19일)은 침팬지이자 지구 밖으로 나가 우주를 비행한 최초의 유인원이다. 1961년 1월 31일, 우주선 Mercury-Redstone 2를 타고 궤도 비행을 했으며 수행 임무는 ‘우주에서 불빛을 보고 레버 당기기’였다. 비행 전에는 마땅한 이름 없이 ‘NO. 65’으로 불렸다. 이는 실험 도중 사고가 났을 경우 언론에 이름 있는 침팬지의 죽음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노출될 것을 염려했기 때문이었다. 성공적으로 실험을 마치고 지구로 귀환한 뒤에 ‘HAM’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 ‘Chop chop chang’은 그의 애칭이다.
밖과 안과 숲으로
Outwards, inwards, in the woods
신헤아림
Shinhearim
2020
짧은 소설, 9개의 문단. 안팎을 구별 짓는 당신은 누구십니까?
Short Fiction, 9 paragraph. Who are you distinguishing inside and outside?
shinheari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