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곡선



   네게 이름을 주지 말았어야 했다
   그것을 깨달았을 땐 더 이상 울지 않게 된 다음이었고


   계속 살아갈 수 있는 이유는 모든 것을


   다 기억할 순 없기 때문이다
   지겨운 일은 질리지도 않게 찾아오고 지금 생각해보면 네가 했던 얘기는 거짓말보다 더 거짓 같은 돌림노래였는지도 모른다 따라 부르는 나를 보며 너는 너의 얼굴을 찾아보았다


   기억나? 안녕이란 인사에게 어떤 이름도 붙이지 말자고 다짐했었지


   라디오에서는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라는 책을 소개했고 우리는 벅차게 웃어댔는데


   세상이 너무 낭만적이라 숨이 막혀 죽어버릴 거라며


   그날 너는 유난히 예쁜 것 같았다


   무언가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었고

   무언가 사랑을 질투한 나머지 지난 계절에 집착했지만 다시 당도하지 못했다는 이야기


   너는 나에게 죽고 싶단 말을 하지 말라고 했지 그런데도 내가 그랬어
   그러는 게 사랑인 것 같았어


   대화는 영원한 상태로 놓여 있다


   너는 말을 끝까지 하지 않는 버릇이 있었고
   나는 말 그 이후의 것을 네게 물어보지 않았으므로


폐곡선
Closed Cur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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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 Miji

2020
시, 16행에 368자. 끝나지 않는 대화와 끝내 물어보지 않은 그 이후의 것.
Poem, 16 line and 368 type. Endless dialogue and unasked questions onwards.


   애도의 노래



   두 사람이 껴안고 있으면 미묘하게 다른 심박 수가 결국 같아진대
   당신이 내게 해준 얘기다

   우리는 손을 잡고 무언가를 먹으러 나가고
   나는 당신이 내 접시까지 먹어 치운다고 화내지 않고

   당신은 나를 위해 기도하고
   나는 마음껏 썩을 수 있는 곳을 찾는다

   당신은 내가 솔직해서 좋다고 했다
   끔찍한 말이라고 생각했다

   어제는 이국의 사람들 앞에서 유명한 소설가인 척 거짓말을 했다 한밤중에 배를 타고 먼바다로 떠나는 사람의 이야기였다 그는 물속에서 우는 걸 좋아했는데 모두가 그걸 모른다는 게 그를 평안하게 만들어준다고 믿었다

   이 이야기는 노래가 엉망이 되는 것으로 끝이 난다

   기도하는 손을 보면
   익사하는 물고기가 된 기분이 들고

   바다 깊은 곳에서는 지구의 심장 박동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기도의 표정을 모아 당신에게 주고 싶던 밤이 있었다

   차디찬 몸을 안는다
   당신이 틀렸다고 말하지 않는다

   나는 아주 작아서 잘 보이지 않지만


애도의 노래
Song of Mour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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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 Miji

2020
시, 17행에 335자. 노래가 된 이야기, 혹은 기도가 되는 노래.
Poem, 17 line and 335 type. A story from a song, or a song becoming a pr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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