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rbologist

   잠긴 얼굴



   가지런히 잠긴 얼굴을 일으켜 집으로 데리고 온다. 굳은 눈과 입술은 경계가 불분명하다. 누가 그 눈으로 어둠이 스민 빈 창문을 짚어낼 수 있을까? 누가 그 입으로 사라진 말을 다시 발음할 수 있을까? 맞닿은 모든 경계가 안에서 잠겨있다. 닫힌 공간은 닫힌 태도만으로도 비밀을 만들어 낸다. 사인(死因)을 모르는 장례식처럼. 나는 잠긴 얼굴에 얇은 틈을 내고 안을 들여다본다.

   당신이 버린 비밀을 뒤적거리며 당신에 대해 생각해. 당신의 필체, 당신의 말버릇, 당신의 취향, 당신의 슬픔, 당신의 얼굴, 당신의 목소리, 당신이 모르는 당신까지도.

   틈 사이로 드넓은 목초지가 보인다. 바람이 불고 나는 땀이 조금 식는다. 동시에 어떤 기분이 들었는데 그 기분을 설명할 순 없지만 눈물에 가깝다고 생각했다.

   비밀은 서로가 서로를 잡아먹으며 증식한다. 비밀은 비밀을 빌려 당신을 착각하게 한다. 나는 당신을 만나도 당신을 못 알아 볼 것이다.

   당신이 버린 당신의 얼굴 속에 사는 나. 당신이 버린 얼굴의 주인이다. 당신은 담배를 피우며 푸른 목초지의 기원을, 잠긴 얼굴 위에 쪼그려 앉아있는 바람을 떠올리는 사람. 당신만 모르는 당신의 사실이 하나 더 늘었다.

   비밀은 버리는 게 아니라 숨기는 것이다. 라고 쓴다.

   눈동자를 가르는 목동의 손이 분주하다. 목동은 눈동자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진짜 자신의 얼굴이라 믿는데, 정작 본인은 얼굴을 느낄 수 없는 사람이다.


정덕용 X 신헤아림

2020
6min, Single Channel Video
7line, 181word, Poet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