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pression
Untitled
그들은 자신과는 전혀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들은 살아 있었다. 매일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 출근하고 늦은 시간에 퇴근하는 자신과는 다르게, 취미라고는 출근 길에 음악 듣는 것이 다인 자신과는 다르게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취업하면 달라지겠지. P는 모든 것을 그만두고 싶어질 때마다 생각했다. 취업하면 생활이 안정적으로 될 것이라 믿었다. 테이블에 앉아 웃고 떠드는 저 사람들처럼, P에게도 자기만의 생활이 생길 것이라 확신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P는 그 생각에 매달렸다. 확신이 점점 의문으로 바뀌고 있다는 사실을 애써 모른 체했다.
P는 자리에서 일어나 주방으로 들어갔다. 안주를 만들고 있는 매니저에게, 내일 면접이 있으니 오늘은 일찍 퇴근하겠다고 말해야 했다. 그러나 주방으로 들어가는 순간 P는 얼어붙었다. 섣불리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것이 무엇 때문인지 P는 알 수 없었다.
*
퇴근한 사원들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었다. K는 벽에 기대 사원들의 얼굴을 관찰했다. 그들은 하나같이 멍한 눈으로 엘리베이터의 붉은 숫자를 올려다보았다. K 역시 천천히 움직이는 붉은 숫자로 시선을 돌렸다. 곧이어 문이 열렸는데 탑승객이 이미 만원이었다. 억지로 타려는 사람들을 바라보다가, K는 비상계단이 있는 쪽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삼층에서 이층으로 넘어가는 층계참에서 K는 주저앉았다. 다리에 힘이 풀렸다. K는 난간을 붙잡고 일어나는 대신 다리를 쭉 폈다. 난간에 기대 초록빛이 들어오는 피난구 유도등을 바라보았다. 온몸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기분이 들었다. 위아래에서 사람들의 말소리와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K는 축 늘어진 채 숨을 쉬었다. 그리고 문득, 자신이 이미 죽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K는 손가락에 힘을 실었다. 손가락은 아주 자연스럽고 부드럽게 움직였다. 삐걱거리는 느낌 하나 없었다. K는 머리를 쓸어올렸다. 모든 행동이 어색하지 않았다. 숨쉬는 것조차 어려움이 없었다. 그럼에도 K는 자신은 이미 죽음에 사로잡힌 존재라는 사실을, 동시에 다른 사람들 또한 마찬가지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래서 K는 눈을 감으며 미소지었다.
오성현 X 김나연
2020
146cm X 220cm X 146cm, Objet Installation
2 piece, 249 word, Nov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