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의 테이블보와 밤의 턴테이블
낮의 테이블보와 밤의 턴테이블
하루를 차려먹는 사람은 어떤 태도를 갖춰야 합니까
우리는 테이블 위에 테이블보를 깔고 식사를 하고
어두워지면 그곳에 둘러앉아 친구들을 잔뜩 부른 뒤
마작을 시작합니다 저마다의 팔자가 패가 되어 뒤섞이는 소리
삶의 트랙은 신기할 정도로 술집의 턴테이블을 닮아있고
이렇게 눈앞이 빙글빙글 맴도는 내 몸속에도
핸들러가 좌정하고 있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왼쪽으로 가 오른쪽으로 가 조금 더 앞으로 숨이 찰 때까지
저 끝에 보이는 푸른 초원 위로 가 네 폐가 짓무를 때까지
나는 그저 지구력이라는 말이 생각나는 풍경 속에서
모든 생각이 아물 때까지 걸었습니다
혹시 그림 같은 집을 지어낼 수 있는 힘이 있다면
말간 햇볕이 내리쬐는 부엌 속에 숨겨둔 칼을 찾아와줘
그 지시가 끝나자마자 눈앞에 펼쳐지는 광경이 있었습니다
내 첫사랑이 저 싱크대 앞에서 목을 간신히 가누고 있어요
가까이 와서 보세요 지금 뚝뚝 떨어지는 것은 무엇입니까
검은 배수구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은 무엇입니까
어째서 온힘을 다해 맑은 걸 들이켜도 혼탁한 슬픔이 쏟아지는 걸까요
그저 속을 게워내는 사람의 등을 가만히 두들겨 주거나
좋은 처방을 얻기 위해 기꺼이 집을 나서는 것이
마음이라는 게 될 수 있다면
걸음은 자그만 낱말이 될 수 있고요
산책은 짧은 편지가 될 수 있습니다
낮엔 나무에 얹힌 햇빛이 좋고요
밤엔 나무에 걸린 두 다리를 봅니다
나는 아픈 사람이 아닙니다 가위에도 눌리지 않습니다
다만 지나치게 많은 음악이
지나치게 많은 기분이 우리를 짓누를 때면
나란히 창문에 걸터앉아 있으면 그만이지요
고정훈 X 이서영
2020
Vriable Size, Mixed Media
29line, 209word, Poet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