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crete love (구체적 사랑)
Concrete love (구체적 사랑)
비밀은 때로 너무 옳아 비밀이지
*
아낌없이 부어도 돼 아직 덜 마른 표면 위로 흘러 넘칠 듯 내게 무너지는 너, 걸쭉하고 흐릿한 잿빛 기억마저 껴안을 준비 되어 있어 거침없이 무너져도 돼, 언제든 네가 무너질 방향은 나라는 말이야 어린 네가 벽 뒤에 숨어 아무도 모르게 새긴 상처랑, 아직 덜 마른 콘크리트 위를 밟아보았던 잘못이랑, 얼마든지 이해할 수 있어
지금 하고 싶은 말, 지금 부르고 싶은 노래, 지금 보고 싶은 장면을 담아 두자, 우리가 지나가듯 내뱉은 인사랑 사소한 장난들마저 내 안에 지층처럼 켜켜이 쌓여 굳어지고 나면, 이 단단함을 축하하며 모두 모인 날 우리가 자를 케이크 단면엔 그 옛날이 겹겹이 포개져 있을 거야 모두에게 한 입씩 나눠 주자 사랑은 이런 맛이라고
과연 정말 맛있는 기억이네요, 누군가 칭찬하면 대수롭지 않게 웃자, 이건 단단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만이 낼 수 있는 맛이죠, 더 넓은 곳을 향해 자랑하자 비 그친 뒤 단단한 몸으로 많은 것들을 살리는 땅처럼, 여기 그들을 살게 하자 단단하고 염려 없는 곳이라고, 사랑의 단맛도 짠맛도 모두 기억하는 유구한 역사를 지닌 곳이라고
우리, 품을 포개어 더 많은 것들을 살게 하자
한도가 없는 창고는 여기뿐이야 그 무거운 짐 내려놓을 데 없는 세상에서 유일하게 마음 놓을 수 있는 방 한 칸이야 균열이 많아 곧 쪼개질 돌처럼 여기저기 채이고 돌아온 네가 한숨 돌리며 그 몸 누일 곳이야 이제 더 뒷걸음질 칠 곳이 없다고 말하는 최후의 순간에도, 그 뒤에 서서 네가 어디로도 떨어지지 않게 단단한 몸으로 버티고 있을 땅이야
*
세상은 구체적인 이름으로 너를 부르네
안 들리는 분명한 음성으로, 안 보이는
선명한 빛깔로, 이미 사랑은 여기에 있네
강수지 X 김원경
2020
Variable Size, Objects, Film Print
9 line, 238 word, Poet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