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장
지난 해 크리스마스에 네가 받고 싶었던 선물은
군고구마, 만화 주인공이 그려진 스케치북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그리는
아이야
날씨가 좋으면 유원지에 나가
전부 안으려면 몇 명이 있어야 할까
백 년이나 살았다는 나무를 안아보자
백은 아주 큰 것이고
달리기 시합을 좋아한다며
네가 두 팔을 벌려 균형을 잡고
나무의 마지막 나이테만큼 달리면
멈춘 곳에서 너를 안아줄 사람
나는 너보다 키가 큰 너의 친구
나뭇잎 사이로 흘러내리는 빛
스케치북을 넘기면 다음 장면
너의 머리맡에 두고 온 군고구마처럼
우리가 약속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아직 따뜻하게
태양은 웃고 나무는 춤추고 너는 노래하고
사람들이 얼굴을 드러낸 채 웃는 표정을 그릴 때
초대장
김원경
2022
시, 20행에 259자. 더는 기억나지 않는 옛 걱정, 예상치 못한 오늘, 이기고 지는 것을 걱정 말고 달리기 시합을 계속하기.
시작 기록
마스크 없이, 걱정 없이 마음껏 놀고 싶다는 어린이 두 명과 대화했다. 시를 다시 쓸 수 없을 것 같아 걱정하느라 이 일을 미루다가 다시 뭔가를 적기 시작했다. 각자의 걱정거리에 대해 생각하다가도 놀이터가 보이면 웃으며 달려가는 나의 작은 친구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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