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공중에서 떨어지던 게 기억나
따스한 대낮
미세하게 몸이 떨리는 랑을 보며
히아신은 의도치 않게 대화로 시간이 어긋나고 있음을
인지했다. 숙연함이 자신을 물어
끌고 가고 있음을
1인 3역 행복한 가정의 모습 폐공장 단지 컨테이너로
랑은 가정사를 끝마치고
보던 페이지를 히아신에게 보여줬다
유명한 바이러스 학자인 랑의 아버지 고든과 부인이 해리테트 연구회에서 찍은 사진이다
제목은 사이좋은 부부 관계(2010)
가족사진이 없는 랑은 기사로 사진을 보곤 했다
얼굴에 짐이 있네
그것도 아주 무거운 짐이
히아신은 너스레 떨며 관상을 보는 척했다. 빈자리여서 지나쳤다는 랑의 말을 기억하며
점이나 보러 갈래?
*
빨간 천막 예언자는 원대한 안개 속
현재-미래의 이중국적을 따르고 있다
불 켜진 미래의 일들이 잠시 소등될 때
죽어가고 있음에 감사함을 느낀다
*
히아신이 빨간 천막 예언자를 떠올렸던 건
랑이 텅 빈 고가도로(길고 긴 지난날의-결핍)를 오토바이로 지나갔으면 해서다. 조금이라도 벗어날 수 있다면
이 마음은
월세를 받았기에 생긴 유대감이나 싱거운 동정심일지도 모른다
*
그럼에도
사람은 사람으로 살아가니까
*
히아신과 랑은 천막으로 들어가기 위해 줄을 섰고
*
빨간 천막 예언자는 기다리고 있었다
*
랑은 그냥 아주 단순히 지금처럼
잔잔함을 꿈꾼다
친구가 한 명 있는 정도
적당히 외롭고
적당히 슬픈
이해는 여벌의 옷을 필요로 하지 않으니까
여기 서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