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폴라
 
 
 
   둘은 암시장 구경을 했다

   법이 낳은
   인공 자녀들이 아닌
   사생아들을 볼 수 있었다

   역사의 유지비는 당신의 내면의 소리로도 충분하다

   무엇을 떠올리고 있는가

   무엇을 미워하고 있는가

   무엇을 잊어가고 있는가

   *

   랑은 히아신이 바깥으로 돌아다닌 덕에 연극도 많이 볼 수 있었다

   오늘은 다친 새가 하늘로 날아오르기까지 풀밭에서 무너지는 고독을 표현한 이야기였다
   긴긴밤을 헤쳐
   언덕에서 자신을 버리는 일만 떠올리던
   날 수 없는 새의 여정이었다

   상처의 수신호였다

   그리고
   최초의 도약이 있었다

   상처를 딛고 고향으로 날아가는 새

   처음으로 응원을 받은 것 같았다

   빨간 천막 예언자는 그날
   곧 힘든 일이 올 거라고
   비 오는 날 걸을 거라고
   당신은 비에 젖은 새인 것 같았다고 
   깃털은 어디에나
   학교에도
   집에도
   거리에도
   아지트에도
   잔뜩 빠져 있었다고

   곧 무너뜨리러 올 운명에 대해
   잘 지내보고 싶어서

   일기를 썼다

   궁금했어
   늘 불행인 듯 살아가는 네가

   랑은
   지저귀는 내면의 소리를 들었다

   미워하지 않아서 혼자일 수 있었다

코폴라

김병관

2023
시, 37행에 368자. 무엇을 (떠올리고, 미워하고, 잊어가고) 있는가. 

김병관

이야기의 구조를 만들어가는 사람. 시를 쓸 땐 카프카의 문장을 주문처럼 떠올린다.
우리는 바벨탑 아래 굴을 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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