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없고 여기 바다와 함께 살아가는 거라면 어떻게 증명할 수 있겠어 모닥불을 피워놓고 춤을 추는 여우와 꼬리를 붙잡고 같이 도는 아이가 총을 맞고 쓰러졌을 때 밀렵꾼은 아직 자신의 이름을 모른다
 
 
 
   사람들은
   빗속에 멈춰 있는 랑을 보았다

   랑은
   빗속에 멈춰 있는 사람들을 보았다

   누군가
   총탄이 되었다

   저거,
   사기꾼의 딸이다

   랑은 빗속에서 탄피를 주어보았다
   사기꾼의 딸

   곧 힘든 일이 올 거라고 비 오는 날 걸을 거라고
   예언이
   기어코 무대로 올라왔음을 알 수 있었다
   그래도 사기꾼의 딸이라니
   상상도 못한 정체
   예언이 무대 뒤로 퇴장할 때까지
   정체성은
   아마

   거기서
   발을
   뗀 건
   랑이 먼저였다
   부인에게 당한 경험이 몸에 말 건 것이다
   지금은
   달려야 할 때라고

   하두의 비가 느릿느릿 내렸다

   추격전이 시작되었다

   사람들은 바이러스 학자 고든의 횡포에 분노를 느꼈다
   언젠가부터
   괴성이 잦아지기 시작한 게
   그의 바이러스 유포 때문이라는 뉴스가
   오늘 속보로 전달되었다

   그러므로 사람들은 사냥을 원했다
   분노를 위해선 스스로 정의가 돼야 하니
   사냥감은
   악惡
   고든 명의의 집 앞에 다 같이 몰려든 건 그 이유에서였다
   세계의 주민으로서
   우리는 바이러스 유포에 분노합니다
   사냥감을 원하는 그들의 모션은
   욕망의 지휘를 기다리는 현악기 세션
   왜 현악기인가?
   그들은 진동을 통해서만 이를 전달할 수 있다
   대상을 통해서만

   하두의 비가 느릿느릿 내렸다

   집 앞에 있던 모든 사람이 랑을 쫓아가고
   쫓아가니 모두가 따라가고
   욕을 하고

   어둠이 씌워졌다

   *

   랑이 둔기에 맞아 정신을 잃은 것이었다
   그녀가 눈을 뜬 뒤로 처음 본 풍경
   군중의 결집
   랑은 고목에 묶여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자신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시
   공중이
   그녀를

   그들은
   깨어난 랑에게 돌을 던지기 시작했다

   나는 또 맞는 걸까

   랑은 일제히 미워하는 모습에 움츠러들었다

   돌은
   아팠다

   피가 나고
   상처가 생기고
   그 틈으로
   괴이한 외로움이 흘렀다

   저 많은 사람들이 나를

   …싫어하는구나

   사기꾼의 딸
   군중은
   고든 대신
   죽어라 말하며,
   그의 이름을 부르짖고 있었다
   사기꾼의 딸
   악마의 딸
   왜 태어났어

   돌은
   아팠다

   내성은 살아날 수 있을 때 생겨난다

   핏줄이라는 이유만으로
   (논리의) 비약은 뛰어넘을 수 있다

   사람들은 단지 대상이 필요할 뿐이므로

   사회적 합의가 없다면 정신이 어떻게 위대할 수 있겠는가?
   정신은 은박지 안의 고구마
   난로에 데워지다
   버려진
   따듯함을 앓고 있다
   식어간

   사회적 합의가 없었다면
   정신이 어떻게 온전히 남아 있을 수 있겠는가?

   랑은
   몇 날 며칠
   괴롭고

   정신이 소진되고

   여기
   이제 공공장소 느낌

   고목에 묶여 대롱대롱 매달린
   랑은

   인스타그램 사진으로 온라인에서도 화두였다
   애가 도대체 무슨 잘못인지에 대한
   논쟁과
   행방불명된 고든이나 잡길
   애한테 저러다니
   이 세계관엔 경찰도 없나 봐
   같은
   반응부터
   많은
   병원 이력
   교우 관계가 원활하지 않아 학교에서 혼자 지내며
   할머니를 때리는 모습도 본 적 있다고

   범죄하는 영혼은 죽으리라*

   미워함에 각오가 필요한 것은 또한 아니므로
   사람의 일이 되었다

   랑은
   몇 날 며칠

   바뀌고
   바뀌는
   군중 앞에서

   죽어라
   죽어라

   소리를 복기하며

   돌은
   아프거나 아프지 않았다

   랑은

   단지

   죽여주세요
   읊조렸다

   그냥 죽여주세요

   아주 작은 소리

   사랑의 비작동
   문제

   어디선가 이상한 소리가 나는 알 수 없는 날이었다

   랑은 다른 소리를
   들어볼 뿐이었다

   다른 소리를

   사람들은 모두 소리를 지르며 도망갔다
   사람들은 모두 소리를 지르며 도망갔다

   하나의 괴물이 괴성을 지르는 곳이었다

   사람들은 모두 소리를 지르며 도망갔다

   고목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랑과
   괴물이

   마주 본 순간

   아름다웠다
* 에스겔 18:1-9.

사랑은 없고 여기 바다와 함께 살아가는 거라면 어떻게 증명할 수 있겠어 모닥불을 피워놓고 춤을 추는 여우와 꼬리를 붙잡고 같이 도는 아이가 총을 맞고 쓰러졌을 때 밀렵꾼은 아직 자신의 이름을 모른다

김병관

2023
시, 142행에 1210자. 저 많은 사람들이 나를…….

김병관

이야기의 구조를 만들어가는 사람. 시를 쓸 땐 카프카의 문장을 주문처럼 떠올린다.
우리는 바벨탑 아래 굴을 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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