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정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아니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랑은
괴물이 줄을 끊어 고목에서 떨어진 뒤였다. 괴물이 괴로워하며 어딘가로 사라진 뒤였다
하두의 비가 느릿느릿 내렸다
사람들이 도망갈 때 던지고 간 팝콘이 길가에 부스러져 있었다
먹고 싶었던가
랑은
당신은 비에 젖은 새인 것 같았다고
집 근처에 다 와 가자 몇몇 또래 애들이 날달걀을 던졌다
머리에 맞추면 10점. 인정?
그들이 담장 앞에 있어 날달걀을 맞았을 뿐
껍질을 떼고 마당 잔디를 밟았다
개가 죽어 있었다 개를 그대로 지나쳐 집에 도착했다
TV가 켜져 있었다
씻고 싶었다
물이 끊겨 있었다
거실로 다시 나왔다
TV가 켜져 있었다
익숙한 듯 익숙하지 않은 아빠의 얘기로 거실이 채워지고 있었다
아무도 없었다
냉장고에 붙은
메모만 하나
다음에 또 보자고―
엄마의 깔끔한 필기체가
랑은 큰 집에 혼자 남아
불타오르는 슬픔의 적막을 본다. 연기 하나 없이 매캐할 수 있는 감정의 솔직함을 본다
그리고 실제로 불에 탄다
집은
랑은 죽은 개를 안고
깃털은 어디에나
학교에도
집에도
거리에도
아지트에도
잔뜩 빠져 있었다고
랑은 도처에서 자신을 해하는 악마 같은 괴롭힘에도 개를 안고 있었다
더 이상 그것이 무언가로 보이지 않을 때까지도
랑은 어느 길가
표지판 아래
개를 묻어주었다
좋아했던 건 아니었던 것 같아
학교 집 사람들 거리 도시조명 재수 없다고 쫓겨난 극단 아지트에도 없다 곁에 아무도
언젠가 랑은
아지트에서 새를 연기했는데 2.2평에서 날아다닐 수 있다는 것
월세 입금 계속했다는 것
컨테이너 창문의 철창이
자유의 안쪽이 아닌 새장이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