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칭
주말이 끝나고 학교
랑은 게임 세계의 주민을 뒤로하고
교실로
들어갔다
< 애프터 셀렉트 >에 대한 얘기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무한 자유도 RPG
랑은 주말 동안 즐겁게 세상을 누볐다
그건 누빈 것이었다. 이게 가능한가 싶을 정도로 게임이 이상했기에
자유는 미래처럼 정해져 있지 않고
스토리는 캐릭터를 끌고 온 뒤 답을 인간의 의지에 맡겼다
랑은 현실 시각으로 일요일 오전
과일 가게에서 사과를 하나 훔쳐 달아났다
과일 가게 주인 NPC가 쫓아왔다
그러나 과일 가게 주인 NPC는 스텟으로 체력을 찍지 않아 금방
지쳤다
숨을 헉헉거렸다
야 이 좀도둑아! 다시 보이면 그땐 죽어!
랑은 사과를 베어 물며 HP를 회복했다. 사과 꼭지를 땅에 휙 던졌다
커뮤니티에서 들은 얘기였다
무한 자유도 RPG < 애프터 셀렉트 >는 우리의 의지로 흘러갑니다
총괄 디렉터 오트보르자는 게임 설명에 대한 마무리 멘트로
1초간 고민한 뒤
이것은 혁명입니다
그 장면을 모두 보고 있었다. 오트보르자는 < 애프터 셀렉트 > 총괄 디렉터 이전
병아리
정확하게 말하자면 화면상으로만 드러나는 병아리 캐릭터. 그의 정체나 존재 모두
온라인으로만 만날 수 있었다
그날 프레젠테이션 역시 맵을 돌아다니며, 가상 공간에서의
그러니까 정말 인간의 의지
도망치는 것도 잡히는 것도 잡히지 않는 것도 구차한 것도
랑은 현실 시각으로 일요일 오후
과일 가게에서 땀 흘리고 있는 주인 NPC를 보았다
여름이었다
그의 땀이 목젖을 타고 흐른다
옷 안으로 흐른다
가만히 있어도 더운 여름 상에서
랑은 이번엔
1.5kg 바나나를 들고 도망쳤다. 야!!
과일 가게 주인은 신고 있던 슬리퍼를 랑에게 던졌다
랑이 뒤통수를 맞았다
토끼탈을 쓰고 있었으나
일반 슬리퍼의 데미지로 HP가 미미하게 깎였다
달렸다
가만히 있어도 더운 여름 상에서
랑은
한 손엔 당근을
한 손엔 바나나
이상한 희열을 온몸으로, 땀으로 느끼고 있었다
스텟으로 체력을 찍지 않아 과일 가게 주인이 주저앉았다
랑은 과일 가게 주인을 쳐다보았다
과일 가게 주인의 표정을 모르겠다
커뮤니티에서 들은 얘기였다
오픈 첫날
경범죄로 조사받은 사람들이 있다고. 중범죄로 잡히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고. 그 중엔 살인죄도 있어
이 점으로 PK(Player Kill)도 자연스러운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런 게 게임?
교실 뒷자리에서 한 무리가 떠들고 있었다. 나 이번에 리시드로 부캐 팠잖아
나쁜 짓 좀 하려고
그거 위험한 거 아님? 2차 보이드 어떡함?
게임은 괜찮을걸? 가짜잖아
교실 안의 소리가 제각각이었다. 역사의 뒷머리가 자라는 소리였다
한쪽에선
2차 보이드에 관한 얘기도 있었다, 유명한 배우가 마침내 돌이 되었다는
랑은 아버지 고든을 떠올렸다
유포자라던 고든은 여전히 행방불명이었지만 현자라는 인물이 나온 뒤 빠르게 묻혀갔다
그들은 잊지 못할 것이다
모두가 끔찍한 시기를 겪었던 그 시간을
2차 보이드에 걸리면 누구든 괴성과 함께 괴로웠다. 일정 시간에 거쳐
서서히 돌이 되어가는 과정에 이르렀다
석상만 있는 장소가 있다. 애도의 일이었다
그리고
코르타 지역에서 최초로 병을 고쳤다는 얘기가
사람들은 궁금해했다. 누군가가 고쳤어. 사람들은 그를 찾았다. 코르타에 있는 사람을
한 사람을
인스타그램에 사진이 올라왔다. 그는 누구인가?
숲속
베어진 나무에 앉아 돌이 되려는 한 소년의 머리에 자기 손을 얹은
눈을 감고 있는 흰 머리 노인
그의 어깨에 독수리가 앉아 있었다. 그들 모두를 햇빛이 감싸고 있었다
이 장면(사진)은 인스타그램 역대 최고 '좋아요' 수를 기록하게 된다
현자는 언젠가 이것은 우리에게 깃든 마음입니다
저는 눈을 잃었으나 그곳에 빛이 있었습니다
종이 쳤다
1교시가 시작되었다
1교시는 마음 단련 시간이다
선생님은 없고
스피커로 잔잔한 음악이 교실의 자유로운 소리 속에 끼어든다
바르게 살아요
바르게 살아요 우리
학생들은 눈 감는다
랑은 눈 감는다
1교시는 마음 단련 시간
우리는 마음이 강해져야 합니다. 현자의 말씀을 읊습니다. 1장 제4절. 미움을 꽃처럼 버립시다. 바르게 살아요. 바르게 살아요 우리…
랑은
과일 가게 주인의 표정이 떠오른다
나는 이 시절을 보내고 있었어
1교시가 끝날 무렵
스피커로
서서히 눈을 뜹니다
소리가 들려왔다. 랑은 생각했다. 우리를 부르는 소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