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조
 
 
 
   랑은 잠시 하려 했던 < 애프터 셀렉트 >를
   평일엔 새벽
   주말엔 내내
   하게 되었다. 자유라고 하는 것

   지금 멀쩡해 보인다고 아무렇지 않은 게 아니다
   우리는 현재와 손을 잡으려고 얼마만큼 아파야 하나

   랑이 캐릭터 커스터마이징할 때 토끼탈을 선택하고 당근을 쥔 건 해소와 관련된 것이다

   다 기억하고 있다고

   도덕이 정말 옳은가

   < 애프터 셀렉트 > 10일 차였던 월요일 새벽
   랑은 아르바이트 마치고 게임에 접속
   도시에 소환되자마자
   경찰들이 쫓아왔다
   난데없이 추격전이었는데
   경찰들의 체력이 꽤 높은 수치를 자랑해
   7km나 뛰어야 했다
   그렇지만 랑은 잡히지 않는다
   이러려고 올(All) 체력으로 스텟을 찍었기 때문
   도망치려고

   랑은 빈 건물
   옥상의 정경을 경찰들 따돌리고
   바라봤다. 시티 라이트
   신고가 누적된 거겠지
   랑은 미온수 한 병을 마시며 생각했다
   과일 가게 사과, 바나나 훔친 것부터 시작된

   사실 랑은 실험해본 것이었다. 여기선 어떻게 할지

   경범죄로 잡히고 평범하게 퀘스트 받으며 몬스터나 잡을 것인가
   취직할 것인가
   혹은 자영업
   아카데미 입학?

   대범죄자가 되어 악명을 떨치고 싶은데? 가상 공간의 목소리에 불과하더라도
   다 기억하고 있다고
   이게 뭐냐고
   누군가에겐 의미가 없을지라도
   그래서 의미인 건데? 복수는

   랑은 잠시 하려 했던 < 애프터 셀렉트 >를 평일엔 새벽 주말엔 내내
   하게 되었다. 게임 내에서도
   커뮤니티에서도
   네임드로 거듭나기 시작한다

   서풍의 토끼탈 혹은 당근좌
   (서풍은 일반적으로 방향성 바람 가운데 가장 온화하고 가장 순조로운 바람으로 간주된다)
   조용한 스텝으로
   상대의 목을 베는
   (무기의 외형은 당근이지만 이는 외형 스킨이다. 당근의 실제 물성은 검이다)
   캐시 아이템은 거의 없고 오로지 컨트롤과 실력만이 전부인
   < 애프터 셀렉트 >에서의 랑의 재능은
   오늘도 빛이 나고

   칼은
   겨눈다는 데 의미가 있는 것. 향한다는 것. 향함은 방향을 안다는 것

   미온수 한 병을 마시며
   토끼탈

   시티 라이트

건조

김병관

2023
시, 53행에 710자. 서풍과 함께 당근좌가 나타났다.

김병관

이야기의 구조를 만들어가는 사람. 시를 쓸 땐 카프카의 문장을 주문처럼 떠올린다.
우리는 바벨탑 아래 굴을 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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