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Round - 꽃집 담화 3
 
 
 
   크루슈가 마을의 많은 꽃집 보고 자신은 무엇일까 생각해야 했을 때
   이토록 꽃이 많은 동네
   세포가 뜨거워짐을
   단순히 감정 문제로 단념해야 했을 때
   셋은 나란히 손잡고 산책하고 있었다
   
   크루슈는 양쪽의 마주 잡은 손
   진심을 흘린다
   조금 땀이 나네요. 더운 여름이 아니라
   손이 아니라면 걷기 힘들었을지도 몰랐을 테니까
   
   셋은 사진을 찍었다
   고스트 스토어의 핸드폰으로
   셀카 모드
   팔을 쭉 뻗어서
   
   바람이 찍혀 머리카락이 흩날리는 걸 볼 수 있었다
   
   크루슈! 너무 잘 나왔어요. 정말. 정말. 이따 사진 보내드릴게요. 우리 친구 추가해요. 고스트 스토어는 들떴는지 핸드폰을 건네며 연락처 교환을 원했다
   크루슈는 번호를 찍어주며,
   오늘은 슬프지만, 분명 기쁠 거예요
   
   헤어짐은 멀지 않으니까
   
   띠링-
   크루슈의 핸드폰 알림 소리가 공기 중에서 울렸다. 고스트 스토어로부터 온 메시지였다
   
   우리는 친구니까
   곧 볼 수 있을 거예요 :)
   
   크루슈는 자신에게 친구란 머나먼 섬이라 생각했다. 뭔지는 알겠는데, 갈 수 있을지는 확신이 안 드는
   멀다는 거리감
   이해할 수 있던
   크루슈는 고스트 스토어와 눈이 마주친다. 가까이에 있다
   
   랑도 얼떨결에
   고스트 스토어와 연락처 교환을 마치고 이제 헤어질 시간
   
   저는… 두 분 모두 좋아서요. 모두 통과를 드리고 싶은데
   이 메시지가 안 보이실 테지만, 안 된다고 해요.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국룰은 가위바위보니까요. 이걸로 정하는 게 어떨까요?
   고스트 스토어가 랑에게 말했다
   랑의 말은 듣지도 않고 어깨를 빙빙 돌리며 몸을 풀고 있는 모습이었다
   랑은
   별 상관없었다
   여기서 떨어져도 오히려
   좋을지도 모르겠다고
   그런 생각이 들기도
   왜. 피로 때문은 아닌 듯한
   지끈거림이 머리를 순찰하며 돌아다녀
   왠지 몸까지 뜨거워지고 몽롱해지는
   밖에 나온 뒤부터
   그런 느낌이 들었으므로
   상금이 있으면 좋지만, 명예가 따라오면 물론 좋지만, 최강자란 말은 기분이 너무 좋지만
   
   저는 가위를 낼 거예요. 고스트 스토어가 말했지만
   야릇한 기분 덕에 심리전이 통하지 않았다. 주먹을 낸 랑
   가위를 낸
   고스트 스토어
   
   고스트 스토어 패배
   
   이길 줄 알았는데! 아쉽다. 그래도 좋은 승부였다…
   배시시 웃는 고스트 스토어를 앞에 두고 랑은 최종 라운드에 진출한다
   
   시스템에서 ‘크루슈의 징표를 획득했다!’ 메시지가 떴다
   고스트 스토어는 꼭 결승에서 보고 싶단 말을 랑에게 끝으로, 바이 바이
   떠났다
   
   이토록 꽃이 많은 동네. 꽃집이 많은 동네
   몸이 뜨거워지고 몽롱해지는 느낌을 두 사람이 동시에 느꼈다
   오늘. 고마웠어요
   크루슈가 말했고
   저야말로 감사해요
   랑이 답했다
   랑은 왜 이 일이 처음이 아닌 것 같은지, 어디선가 왜 본 것 같은지, 일어났던 일 같은지
   알 수 없었다
   그럼 가보겠습니다. 랑이 어쨌든 인사할 때
   망설이는 크루슈가
   저,
   혹시 저희는 어디선가 만난 적이 있었나요?
   어지럼증을 계속해서 느낀 랑이
   했던 말
   왜 그런 말이 나왔는지

   당신은 진짜가 아니잖아요

3 Round - 꽃집 담화 3

김병관

2023
시, 92행에 1053자. 국룰은 가위바위보, 하지만 당신은, 진짜가 아니잖아요.

김병관

이야기의 구조를 만들어가는 사람. 시를 쓸 땐 카프카의 문장을 주문처럼 떠올린다.
우리는 바벨탑 아래 굴을 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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