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공의 유적지 : 영웅의 시작
크루슈의 동공이 탁해지며 뒤돌아섰다. 그대로 자신의 꽃집이 아닌
숲속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랑은 오랫동안 생각했다
불러 세우지 못했다
당시 입은 꽃을 피우기에 적합한 기관이 아니어서
왜 그랬지? 랑은 이해할 수 없는 그 날의 모습에
죄책감을 붙여뒀었다
스티커처럼
기억이 허가한 죄처럼
게임에 접속할 때마다
크루슈에게
연락했다. 대답은 오지 않았다. 연락처에만 남아 있는 이름이 되어버렸다
랑은 이 일이 자신의 일상에 궤도와 같이 오르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눈에 영 힘이 빠진 채로
복도에서
누군가와 어깨 부딪쳤을 때
사과하지 않았다. 기분을 축내지 않았다
자신을 보며 수군거리는 시선을 느끼고 있었다. 히네가 쉬는 시간
랑을 더는 찾아오지 않을 무렵
랑에겐 최종전이 남아 있었다
중대한 문제는 그것뿐인 것처럼. 이 일이 다 지나간다면 뭐가 달라질 수 있나? 묻고 싶은 것처럼
대기실의 문이 열리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
축구 경기를 직관한다 생각하면 이 이미지를 떠올리는 일이 수월할 것이다
그들은 빈 콜로세움 경기장을 지금은 주목하지 않고 수다를 떨고 있었다
경기를 기다리는 관객들은
모두 천공의 유적지 관중석에 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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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의 문에선
랑이
다른 한쪽의 문에선
K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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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의 콜로세움 경기장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둘은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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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골 가면의 권총
K
토끼탈
당근 모형의 칼
랑
-
K는 기다렸었다. 당근을 든 토끼탈과 마주하는 순간을
꿈과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이 장면을
해답을 얻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랑은 기다렸었다. 이해할 수 없는 감각이 다시 자신을 붙잡기를
열감이 자신을 덮어 그 무엇도 연관 없어지는 이 장면을
해답을 얻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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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에게 겨누는 타점은 분명 달랐다
운명이 겨우 한 움큼 섞인 것이다
그들이 아주 오래전
싸웠던 전장
서로 죽이지 못했던 그 장소에서
마주 봐서
달라진 것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