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공의 유적지 : 영웅의 시작 2
관중들이 환호했다 관중들이 숨죽였다 관중들이
부추겼다
K가 혼이라도 나간 듯 가만있어서 범위 안으로
랑이 쉽사리 파고들 수 없었다
단순히 데자뷰라 판단할 수 없는 장면들을 K가 보고 있어서였다
세상에서 본 적 없는 거대 개구리와 소용돌이
…크루슈가
관중들이
그들이 부추기는 모습이
경기장
정면에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자가
스쳐 감에
덕분에 덩달아 랑도 머뭇거리게 됐다. 멍하니 멈춰 있는 K를 보고 있는데
지저귀는 새의 울음소리가 들리는 것이었다
처음엔
도륙해버리면 되는 거야, 명命하는
열감이 자작자작 타오르는 장작의 소리인 줄 알았다가
자신을 부르는 구슬픈 소리임을 불철주야의 외로움임을 불길의 검은 연기로부터 달아나는 새가
활주로로 급히 정신을 우회 이용한 것이었을 때(이때 날아가다 한 가닥 떨어지던 이성의 깃털)
정복 실패
둘이 각자의 사정으로 움직이지 못하였을 때. 그렇기에 K가 꿈의 장면을 충분히 바라봤을 때
뜻밖의 장면이 연출되었다
K가
먼저 발을 뗀 것이다
전진한 것이다
신속에 가까운 돌진
오직 단 한 명에게로 가는 여정. 토끼탈에게
권총과 당근의 부딪침
굉음이
두 힘이 섞였을 때의 진동이 관중석으로 넘어가 관중들의 머리가 흩날렸다
단 한 합의 공방으로 모든 관중이 조용해졌다
접근전이었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파괴적인 싸움이 시작되었다
합이 진행될수록
경기장에 균열이 나기 시작했다
두 힘의 거대한 파동에 관중석에서 도망가는 사람들도 생겼다
랑이 웃고 있었다
죽어
좀 전의 께름칙한 마음 대 마음이 아닌
오로지 살육을 향한 당근의 궤적이었다
죽어
부딪힘과 부딪침
죽어
결승전 보이스챗 모드가 켜진 상태에서
랑은
루토나 시티
아파트 공간 협소한 자기 집에서
계속 혼잣말했다
죽어
광기에서 광기로
죽어
랑의 맹공에
죽어
K가 보이스챗으로 다 듣고 있었을 때
죽어
K는 기억이 자신을 쫓는 장면에 괴로웠다
몇 그램의 슬픔이 찾아왔다
죽어
지금껏 단 한 번의 총성도 울리지 않던 천공의 유적지에서
K는
공방의 찰나
상대의 머리에
총알을 박아넣었다
토끼탈의 머리카 터져 피가 쏟아졌다
죽어…
현실인 듯, 랑은
자신이 쓰러져 위에서 내려다보는 해골 가면을 쳐다본다
태양이 위에 떠 있어 빛이 강렬했다
그런 오후였다
영웅의 탄생을 알립니다! GM의 부르짖는 마이크 소리와 함께
랑의 화면이 꺼졌다
어둠이었다
K는 랑의 목소리를 두 번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았다
단 한 번의 총성으로
K가 지금 통과해내는 감정은
-
당신이 이제 꿈에 찾아오지 않았으면 해요
내가 당신의 목소리를 괴로운 것으로
생각할 수 있어
다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