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남
복도엔 꽃을 한가득 든 학생들이 많았다
플라워데이
한 달에 한 번 꽃을 전해주는 날이었다
랑은 엎드려서 힐끔
서로 주고받는 관계의 얼굴을 본다
꽃의 둥지 혹은
성지라 불리는 코르타 지역의 꽃들은 유독 이날 향기가 더 짙다
상징인 것이다
흰 머리 노인이 눈을 감고 한 소년의 머리에 자기 손을 얹은 것으로
돌이 되는 것을
막았다는 이유로
월계화가 유명하다고 하죠
리포터가 꽃의 둥지에서 분홍, 빨강, 노랑, 흰색의 층을 이루는 월계화의 계단을
카메라를 통해 보여주며 사람들을 인터뷰하는 모습을 랑은 본 적 있다
현자의 탄생을 기리며
월계화는 특히 마음에 좋은 성분이 깃든다고 해요
고마워
너무 예쁘다
교실에선 커플이 탄생했다. 한 달에 한 번 고백하기에도 좋은
여자애는 꽃에 얼굴을 파묻었다
랑 근처엔 누구도 오지 않았다. 이 익숙함을 랑은 안다
K 생각이 났다
결승전이 끝나고
만나자던 밤의 길거리에서
둘은 벤치에 앉아 음료수를 따
짠
캔끼리 부딪치는 소리가 나며
왜 그때 살려준 것인지
지금은 좀 어때요?
조금, 지쳤
랑은 타자를 치다 백스페이스를 누르고
지금은 괜찮아요
둘은 어색한 침묵을 공유했다. 이럴 땐 스몰토크가 좋은데
음료수… 맛있네요
랑이 K를 쳐다봤다
K도 랑을 쳐다봤다
K가 랑을 벤치에서 밀쳤다. 총알이 날아와서였다
경찰이에요. 우리는 뛰어야 해요
밤의 길거리에서 둘은 어둠을 넘고 넘어
드문드문
시티 라이트가 닿는
폐건물 꼭대기에서
난 당신이 괴로워서 잊을 수 없어요
-
오랜 꿈에서부터 내가 나왔다니, 랑은 책상에 엎드려 알 수 없는 기분에 잠긴다
햇빛이 세다
머리가 띵한 기분이 들었다
날달걀이 터진 것이었다
헐. 미안
맞힐 생각 없었는데 맞았네? 어떡해
처음 보는 애가
랑의 머리에 날달걀을 던진 것이었는데
그래도… 조금 익숙하지?
같은 반 애들이 킥킥 웃었다
처음 보는 애가 날달걀을 맞히고 생글생글 웃는 모습에 랑은
그 애에게 다가가
뺨을 때렸다
교실이 아수라장이 됐다
1교시는 마음 단련 시간
바르게 살아요
바르게 살아요 우리
학생들은 눈 감는다
달걀 냄새가 아직 완전히 걷히지 않은, 창문에서 바람이 다가오지 않는 날에
랑은 K를 떠올렸다
아르바이트를 위해 걸음을 옮기는 날이었다
어물쩍거리는 우울감이 자기소개를 제대로 안 한 날이었다
햇빛이 센 날이었다
따갑다,
태양을 바라보는데
검은 그림자가 자신을 향해 날아오던 날이었다
굉음이 귓속을 잠시
왔다 간 날이었다
충격파로 주변 건물이
모두 무너진 날이었다
랑만이 공간에서 아무 영향 없이 단지 놀라 멈춰 있던 것이었을 때
괴물이었다
랑이 옛날 고목에서 떨어졌을 때
마주쳤던 기억이 있는, 붉은 초승달 형태의 상처가 안면에 있는
경보음이 시끄럽게 울렸다. 1급 위험 경보였다
괴물이 뭐라 뭐라 짧게 말하며
랑에게 다가왔다. 손을 뻗었다. 경보음이 울리고 있었다. 랑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괴물은 랑의 머리칼에 자그맣게 붙어 있는 달걀 껍데기를 떼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