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승부를 겨루게 됨
한가로운 새벽
랑은 마우스를 딸깍거리고 있다
던전을 클리어했습니다
보스 몬스터가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미궁의
미노타우로스
랑은 클리어한 던전을 바로 나가지 않고
발로 벽을 툭툭 치거나
죽은 미노타우로스를 쿡쿡 손가락으로 찔러보거나
갑자기 좁은 보스 방에서 인터벌 러닝을 하기도
물구나무서서 맵을 돌아다니기도 했다
푹
바닥이 꺼졌다
떨어졌다
일그러지는 이미지들
픽셀이 깨지듯
랑은 낙하하며 봤다
일그러지는 이미지들 사이에서 염탐하듯 쳐다보는 거대한 눈을
랑은 생각했다
복선이라면 빨리 나와라. 시시해서 죽고 싶어졌다
랑은
숨겨진 장소에 도착한다. 흰빛의 공간이다. 바닥에 작은 달걀이 놓여 있다
랑은 바로 까서 먹었다. 모든 능력치가 골고루 소폭 상승했다
< 애프터 셀렉트 > 총괄 디렉터 오트보르자가 게임 곳곳에 배치해둔 요소였다
이러니 레벨이 똑같더라도
차이가 있다
히든
숨겨진 것에 도달하기 위하여
랑은 < 애프터 셀렉트 > 한다
랑은 자신의 아지트
폐건물로 복귀해
하얀 식탁 하나 펴놓고 미온수 한 병 마신다. 도시의 전광판에선
닌자 캐릭터 오신카가 밤의 그림자를 사용해 마녀를 단독으로 잡아내는 장면이
광고로 나오고 있었다
난 당신이 괴로워서 잊을 수 없어요
K의 말이 틈새로 떠올랐다
현생의 일 때문에 제대로 생각할 시간이 없던 랑이었지만
이제는 가능하다
오랜 꿈에서부터 자신을 본 사람
왠지 뻘줌했다
-
진위가 어찌 됐든
랑은 K를 떠올리고 있었다. 보고 싶기도 했다
다시 한번
승부를 겨뤄보고 싶었다
승부욕이 8이라면
단순히 보고 싶은 마음은 2
랑은 객관적으로도 더 세지고 강해졌으므로
결승전 때와는 달리 정신력도 온전하므로
귓속말했다
-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
맵 이름이 좀 그렇지만 여기가 1:1 특화 맵이라서
골라봤어요
달밤
외나무다리 양쪽에 둘은 서 있었다. 다리가 흔들리고 있었다
일부러 근접 딜러 캐릭터가 유리한 장소를 고른 거겠지
랑은 생각했다
그렇지만
이기고 싶다!
늑대의 울음소리를 신호음으로
당근과 권총이
다시 마주친다
승부는 갈릴 것이다. 둘의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