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수감 생활은 나름 보람찼다
같은 취미반 범죄자들과 야밤에 촛불을 켜두고 뜨개질하는 시간
이게 게임이 아니었더라면
눈 내리는 하늘을 보며
언젠가 가상 현실 게임이 나온다면 자신은 이런 분위기를 좋아하게 될 거라고
랑은 생각했다
당신은 왜 수용되어 있나요? 화장실 문에 붙어 있는 코팅지를 오래 보았다
이곳은 내내 눈이 내린대
K가 면회를 오는 날이면 둘은 마주 볼 수 있었다
늘 겨울이란 컨셉이구나
하루도 빠짐없이 눈이 내리니까, 궁금했던 내용이었다
(둘은 말을 놓기로 했다)
이런 생활이라면
삐걱거리는 차가운 복도를 걸을 때면 폭죽처럼 터지는 기침 소리가 들려왔다
저곳엔 누가 있는 건가요? 어느 날 친해진 수감자와 얘기를 나누는데
거긴 빈방이라고
그런 일도 있었다
랑은
K가 개인 이벤트일지도 모르겠다며 귀띔해준 뒤로
혼자 삐걱거리는 차가운 복도를 걷는다
그곳은 다른 방과 근본적으로 같은 방
수용자가 있었다. 죄수복을 입고 있었으므로
노인이었다
늙고 아픈 노인이 말없이
다 깨진 이로 방긋 웃는 모습이. 어디선가 맞은 건지 얼굴에 피멍 든 모습이
아빠
캐릭터 디자인이
자신의 아버지 고든이 늙는다면, 저런 모습이지 않을까
생각하다 속이 안 좋아졌다
우연…이겠지
캐릭터니까
노인 캐릭터는 랑이 감옥에서 나갈 때까지 말없이 웃을 뿐이어서
늘 처음인 것처럼 그래서
대화를 이어갈 수 없었다
그리고 출소 날이 되었을 때
이제 착하게 살라고, 교도관의 말을 뒤로하며 정말로 죄를 벗어난 거 같은 기억을 지웠다
눈이 어느 정도 쌓이면 리셋되는 시스템 덕에 얼지 않은 길을 내려갈 수 있었다
쌓이지 않고 눈이 계속 내리는 곳
랑은 뒤를 돌아, 노인 캐릭터에게 잘 계시라고 속삭일 뿐이었다
떠날 수 있는 철창
자유의 문 앞에서
K가 두부 한 모를 케이크처럼 들고 있어서
랑은 잠깐
옛날
아지트 생각이 났다
당시
새를 연기하며 2.2평에서 날아다닐 수 있었던 것
월세 입금 계속했던 것
철창을 벗어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