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전 4
점을 보다 갑자기 난입한 이즈사에게 칼에 찔리고
히아신과 오토바이를 타다 트럭에 치이고
다시 줄 서고
줄에 서 있다 왜 끼어드냐며
괴한에게 칼에 찔리고
오랜만이네?
또 시답잖은 얘기나 나누면서
랑은
다음 죽음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번 빨간 천막 예언자는 따듯한 차를 랑 앞에 놔두었다
빨간 천막 예언자는 홀짝홀짝 차를 마셨다
랑은 테이블 위에 놓인 차를 멍하니 보고만 있었다
너는 왜 안 마시니? 라는 눈빛으로 빨간 천막 예언자가 쳐다봐서
어쩔 수 없이 한 모금
랑은 차를 삼킨다
주변이 되어간다는 느낌
기능한다는 느낌
자신은 지금
랑은 왠지 의욕이 생기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졌다
차만 마시고 갈게요
-
터덜터덜 걸었다
왜 그래
뭐 안 좋은 얘기 들었어?
히아신의 물음에 랑은 뒤를 돌아봤다
아니. 그냥
오늘은 먼저 집에 갈게
다시 고개를 휙 돌리고
걸었다
집에 도착했다
어 왔니?
밥 먹으렴
밥을 먹었다
랑은 탄 밥을 먹고 먹었다
한밤중에 연극을 보러 갔다
후드집업을 입고 모자를 푹 쓰고 뒷좌석에서 졸았다
공연에 집중 안 하냐고
주연 배우가 무대에서 내려와 랑의 목을 그었다
-
오랜만이네?
-
오랜만이네?
-
오랜만이네?
-
오랜만이네?
-
어느새 세이브 포인트가 여기로 고정되었다. 어떤 일을 해야 하는 걸까?
머릿속으로 희미하게 생각이 번졌지만 실행할 힘이 없다
랑은 그냥 앉아 있었다
말이 없는 빨간 천막 예언자
말이 없는 랑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히아신
몇 시간이 지나간다
-
어떤 게임의 히든엔딩은 [아무것도 안 했을 경우] 이뤄진다
몇 시간이 지나갔다
-
너 독하구나?
이런 캐릭터였어?
빨간 천막 예언자는 자신이 졌다는 듯 양손을 들었다
랑은 멍하니 있다
뭐지? 하는 눈빛으로 빨간 천막 예언자를 쳐다봤다
축하해
깼다고
빨간 천막 예언자는 친히 손뼉까지 치며 축하를 전했다
갑자기 천막을 걷고
사람들이 들어와
랑에게 고깔 모자를 씌어준다
그리고
축하 파티가 시작되었다
??
-
어느새 즐거운 파티다
모든 사람(줄 서 있던 사람들)이 빨간 천막 안에서 즐거운 듯 술을 마시고 있다
아마 내 주량을 넘어서서 내가 여기 픽 쓰러지면 넌 다시 돌아갈 거야
빨간 천막 예언자는 눈이 풀린 채 병나발을 불어대며 흐흐 웃었다
그러면 끝인 건가요?
랑이 물었다. 정말 끝인가, 아니면 이것도 개판인 스토리 중에 하나인가
응응 끝. 디 엔드… 디 엔드…! 정신 공격은 끝이라 이거지
근데 눈깔이(최종 보스를 빨간 천막 예언자는 이렇게 부르는 듯하다)는 그거 빼면 암것도 없어. 암것도. 으흐
가서 그냥
정신이 들자마자 눈 정중앙을 콱 찔러버리라는 조언과 함께 빨간 천막 예언자는 쓰러졌다
쿵-
주변의 시끄러운 분위기
먹고 죽어! 라며 흥분한 사람들
점차
소리가
사라진다
그래픽이 하나둘 으스러져 간다
이내 어둠이 된다
정신이 리메이크된 듯 맑아진다
-
눈을 보았다
랑은
조언대로 정신이 들자마자 눈 정중앙을 향해 나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