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전 5
눈의 정중앙으로 가 당근을 찔러 넣었다
랑은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눈이 자신을 받아들이는 느낌이랄까?
어떤 따스함을 느끼며 그대로 빨려 들어갔다
포근함을 느끼며
어둠이었다
이 어둠은
컴컴함만 계속되는 좌표 평면의 이동이라 생각하면 되는 걸까?
다리를 움직이면 다리가 이끄는 대로 어두웠다
x값만큼 움직이면
x값만큼의 어두움이었다
랑은 주저앉아 서러운 적 있다
뭐 어쩌라고
어떻게 깨라고
어떻게…
처음 1년이었다
1년이 지나고 랑은 이 어둠에 대해 하나 깨닫게 된다. 그건 상상으로 이 어둠이 표현된다는 것이었는데
예를 들어 이런 식이었다. 나는 따듯한 모닥불이 필요해. 생각하면 따듯한 모닥불이 생기는 식이었다
나는 2층 침대가 필요해. 독서를 할 스탠드가 필요해. 이건 조금 조명이 마음에 안 드는군. 다른 걸로 바꿀 필요가 있겠어. 오늘 점심은 무엇을 먹으면 좋을까. 나는 친구가 필요해
어둠은 더 이상 어둡지 않았다
3년이 지났다
랑에게 이 어둠 공간은 그 어느 곳보다 안락했으며 이제 이 어둠 공간에 환한 도시를 세웠다
시민들이 일자리를 요구하고 은행이 세워졌다. 편의점을 만들었고 도로 공사는 예전에 끝났다
나는 뭔가가 필요해
3년이 지나가고 있었다
랑은 이 어둠 공간에서 다른 이들과 같이 살아가지만, 자신은 신적인 존재라는 걸 알고 있다. 자신의 마음에 따라 이곳은 무엇이든지 변하게 되며 자신을 거스르면 그 무엇도 예외 없었다
저기 산등성이에 거주하고 있는 노인은 이곳에 대해 불만을 말하곤 했다. 이곳은 입지와 시설에 비해 집값이 너무 비싸. 조금만 더 내렸으면 좋겠어. 물론 그는 일반적인 바람을 말했던 것이지만 랑은 자신을 부정하는 듯한 소문? 말본새?에 대해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날 바로 산등성이를 깎아 없애버렸다. 이제 노인의 집은 없다. 노인은 이제 어디로 갈 것인가?
10년이 지나고 모든 건 익숙해졌다. 건물을 지어주고, 불만도 허허 웃으며 귀로 흘리게 됐다. 건설 경영 시뮬레이션의 나른한 신이랄까? 그래 너희 맘대로 짖어대라. 난 내 맘대로 산다. 약간은 이런
1,000년이 지나도
자신은 늙지 않고 이 자리에서 죽어가는 사람들을 보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고 그것은 자신의 생명이며 싹을 틔우고 물을 주고 건설하고 철학이니, 과학이니, 행복이니, 사랑이니 하는 지루한 논쟁을 생각하지 않게 됐다
100,000년이 지나면 무엇이 바뀔까?
나 여기서 뭐 하고 있나
랑은 이곳을 한번 부숴버렸다. 실수는 아니었다. 부숴버리면 뭐 달라지는가
부쉈다 만들었다 부쉈다 만들었다… 무엇이 달라지는가?
랑은 처음 이곳에 왔을 때를 떠올려봤다. 왠지 자신은 게임을 하고 있었던 것 같은데 어느 순간 어둠이었고… 그리고
랑은 주저앉아 눈을 감아보았다. 어둠이었다
1,000,000년*이 지났다
나는 뭔가가 필요해
13,700,000,000년이 지났다
-
단지 너라는 사람을 만나게 될 확률은 몇 퍼센트일까? 이 우주에서 너라는 사람을 만나게 될 확률
우리는 서로 단 한 번의 시간을 지난다
-
어둠의 바깥에서 문이 열리고 그게 너였을 때. 키튼
나는 죽음을 건너온 기분이었어
-
다시 게임을 보고 있는 화면으로 온전히 돌아왔을 때
랑은 둥둥 떠 있는 보스
눈을 오히려 반갑게 생각했다
랑
키튼
이즈사
무언가 많이 지나왔다고 생각했지만 바뀐 것은 어쩌면 아무것도 없을 거라고
정상적으로
이제야 게임처럼 보스는 체력 게이지바를 드러냈다
셋은
서로
얼굴을 바라봤다. 무언가 많이 지나왔다고 생각했지만 바뀐 것은 어쩌면
셋은
다가간다
보스의 피를 깎는다
의도된 죽음이라는 듯
어둠이 걷힌다
랑
키튼
이즈사
어둠이 사라진 후의 눈앞의 찬란한 빛의 공간을 맞이하는 데 있어
셋은
이런 느낌을 동시에 떠올리게 된다
빛이 감쌌다
그렇게 우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