곁에 머무는
 
 
 
   세 명의 영웅
   그것은 필히 자신들의 이야기일 거라고 키튼은 짐작할 수 있었다(일기로 습득한 기억들 혹은 토막이 난 채 머릿속을 기어 다니는 능구렁이들)
   어떤 얘기를 들을 수 있을까, 키튼은 서사를 기대한 거였는데
   MMA 체육관 관장이 멋쩍게 웃는다
   이야, 이상하네요? 씁 뭐지? 생각이 안 나는데? 예? 에?
   정말 뭔가를 잃어버렸다는 듯 그는 당혹스러워보였다
   머리를 벅벅 긁었다
   그는 머리에서 피가 나도록 벅벅 긁다가 갑자기 체육관 창문으로 떨어져버렸다
   키튼은 시체가 된 MMA 체육관 관장을 창문으로 내려다보았다
   
   그런 게임이었다
   불순물처럼 떠오르는 텍스트가 있었다. 일기장의 경력
   
   우연이지만 어렵게 찾아왔는데 키튼은 다시 밖으로 나선다
   
   길가에 나서면 창문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들
   좀비들을 피해 숨어 있으며 좀비들을 향해 총을 쏘기도 하는
   
   그러다 어떤 총알은 머리에 팅- 키튼을 때리고 그것은 아프지 않다
   
   이제 어디로 가야 하나
   
   망가진 세계에서 개같이 구르기
   
   마녀와 세 명의 영웅 이야기는
   어디에도 나오지 않으면서
   
   좀비들은 곁에 있어 주었다
   좀비라서


곁에 머무는

김병관

2023
시, 21행에 401자. 망가진 세계에서, 이제 어디로 가야 하나.

김병관

이야기의 구조를 만들어가는 사람. 시를 쓸 땐 카프카의 문장을 주문처럼 떠올린다.
우리는 바벨탑 아래 굴을 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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