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
 
 
 
   키튼은 계속해서 이 세계를 돌아다녔다
   자신과 말을 해줄 누군가를 찾는 행위였다
   님 아직도 함?
   어떤 유저는 마을에 있는 키튼을 알아봤다
   키튼은 존재하고 있었다
   K로서
   
   따봉 표시를 날려주고 갈 길을 갔다
   이전과 한 가지 달라진 게 있다면 좀비들이 따르기 시작했다는 거다
   친밀함일까
   좀비들은 키튼이 어디를 가나 졸졸 따라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좀비들이 앞을 막아서기 시작한다
   길을 갈 수 없었다
   장벽처럼 그들이 막았다
   난사 스킬을 누른다면 모든 게 사라지겠지
   지금껏 뒤를 졸졸 따라다닌 좀비들에게 할 짓은 아니었다
   특정 방향
   모든 길을 막은 것은 아니었다
   특정 방향으로
   그들은 키튼을 이끌기 시작했다
   인도되는 것처럼
   좀비가 모이고, 좀비들이 길을 만들었다. 키튼은
   길을, 그들이 만든 길을 따라 어디론가 향할 수 있었다
   
   장로 좀비와 만난 건 그 길의 끝에서였다
   장로 좀비라고 불리는 그는 좀비들의 우상인 듯했다
   그는 언어를 다룰 수 있었다
   인간의 언어를. 소통할 수 있었다
   
   우리를 인간으로 대해주는 건 자네뿐이었구먼
   장로 좀비는 씁쓸하다는 듯 수염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세 명의 용사 중 한 명이여
   우리는 어떤 사실을 말할 수는 없다네
   
   그날 이후 자네는 왜 도망쳤는가
   
   장로 좀비는 슬픈 눈으로 물었다
   키튼은 대답할 수 없었다
   
   나는 이곳을 지키는 좀비
   도망친 자를 끝내 기다리는
   
   따라오게나
   
   키튼은 장로 좀비의 뒤를 따라간다
   오솔길 안으로
   비밀의 숲 같은 오묘한 오솔길 안으로
   
   동굴이 보였다
   
   장로 좀비는 끝없는 어둠을 가리키며 키튼에게 말했다
   
   검은 입으로 들어가다 보면
   진실한 자는 거룩하리
   그러나 진실되지 않다면
   우리는 하염없다
   
   장로 좀비는 빨리 동굴 속으로 들어가라고 키튼에게 재촉했다
   찰나
   그가 하나의 흉폭한 좀비가 되어 키튼을 쫓았다
   
   난데없는
   추격전

   [퀘스트] 도망가자
   이제는 말이 안 통하는 좀비가 되어버린 장로 좀비!
   끝없는 어둠의 동굴을 달리세요
   잡히지 않으면 좋은 곳에 도달합니다
   
   실패시 : 죽음

   키튼은 냅다 달렸다
   좀비는 쫓아왔다
   좀비의 체력이 무한 수치를 자랑해
   70km나 뛰어야 했다 (뛰다 보니 밖은 아침이 찾아오고 있었다. 출근 시간이다)
   그렇지만 키튼은 잡히지 않았다
   그건 진실한 자였기에
   모든 어둠에서
   도망칠 수 있었다
   
   [퀘스트] 완료
   
   키튼은 자신이 도달하였음을 느꼈다
   어떤 진실에
   전시회처럼 여러 영상이 재생되고 있는 장소였다
   
   지지직
   여러 유저의 영상이 깨진 듯 보여졌다
   그중 유일하게
   깔끔하게 송출되는 영상
   
   키튼은 익숙한 캐릭터들을 볼 수 있었다
   랑의 일기에서 끝없이 묘사된 캐릭터들
   
   토끼탈과 당근, 랑
   해골가면과 권총, 키튼
   요정 캐릭터, 이즈사
   
   그들은 엠비언트가 흐르는 카페에서
   한 사람의 얘기를 듣고 있었다
   
   키튼은 기억을 떠올려본다
   
   묘진…이었나?
   
   일기를 찾아본다. 한 카페에서
   파리가 꼬였다던 카페에서, 주인장이 꼬박꼬박 졸고 있다던 카페
   이즈사의 옵저버는 진실만을 기록하고 있었다
   시체가 되어 썩어있던 카페 주인을
   그리고 학생이라 묘사되어있던 묘진
   학생이 아니었다
   아니 정확히는 평범한 학생이 아니었다
   뒤에 또 누군가 있었다
   실 같은 거로 조종하는
   유령들이 묘진의 뒤에서
   인형 놀이하듯
   그들의 조종에 따라
   실의 이동에 따라
   묘진은 움직이고 있었다
   유령들이 묘진의 목을 자신들의 작은 손으로 치기도 했다
   유령들이 펀치로 묘진의 목을 툭툭 칠 때마다
   묘진은 말을 더듬거렸다
   …말을 더듬고 있었다
   
   키튼은 잠시 또 일기장을 뒤적거려보았다
   이것은 어딘가 익숙한 묘사였으므로
   
   가방을 멘 캐릭터
   유령이 등 뒤에서 솟아오르는
   그건
   
   맑은 눈의 광인으로 표현된
   웃음이 해맑게 표현된
   
   고스트 스토어
   
   지금 이 영상을 바라보고 있는 키튼을 향해 웃으며 소리쳤다
   
   아! 진짜! 기다리다 목 빠지는 줄
   너무 느리다고요. 키튼 씨!

진실

김병관

2023
시, 144행에 1,347자. [퀘스트] 실패 시 : 죽음!

김병관

이야기의 구조를 만들어가는 사람. 시를 쓸 땐 카프카의 문장을 주문처럼 떠올린다.
우리는 바벨탑 아래 굴을 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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