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 이야기
그리고
영상이 바뀌었다
빛의 공간으로 들어가는 세 명의 캐릭터
토끼탈, 해골가면, 요정
빛을 머금고 사라지다
키튼은 자신을 기다렸다는 듯 얘기하던
영상 속 고스트 스토어를 찾아보려 했지만 어디에도
고스트 스토어의 흔적은 남아 있지 않았다
과연 적은 누구인지
이곳은 무엇인지
하물며
자신은 누구인지
무엇 하나 명확해지지 않는
파도 파도 괴담처럼 느껴지는
알 수 없는
징후와도 같은 일들이
어느덧
키튼의 일상에 어울렸고
방금 나타났다 사라진 고스트 스토어도
그런 하루다
영상이 새로 재생되었다
빛을 머금고 사라졌던 토끼탈, 해골가면, 요정
서로 쳐다보다
이게 뭔
당황한 영상 속 토끼탈
해골가면
이때 요정이 말한다. 당장은 믿기지 않을 거라고. 처음엔 자기도 그랬으니까. 요정은 이어 말한다
우리는 이 세계에 빙의된 거야
우리의 캐릭터 안에
각자 자신의 캐릭터 안에 말야
-
이번엔 빙의냐
영상을 지켜보던 키튼은 다시금 비현실과 마주했다
영상 속 요정은
담담히
혼란스러울 거 알아. 그래도 다들 느꼈을 거야. 빛의 공간으로 들어가며
모니터에서 쏟아지는 빛이
모종의 전환을 이끌어냈다는 걸
이 세계의 주민으로 인정하듯
상품 바코드 찍히듯
우리는
영상 속 토끼탈은 주위를 둘러본다. 해골가면은 권총을 만져본다. 그러다 해골가면이 말한다
어떻게 아는 건데?
자칫하면 쏠 수도 있을 것처럼 해골가면은 권총을 만지작거리며 눈앞의 있는 자가 누구인지 식별해보는 듯했다
과연 적은 누구인지
요정은 힐끔 권총을 쳐다보며 말했다
예전 < 애프터 셀렉트 > 클로즈베타 당시 게임 속에 들어와 본 적 있어
초대권을 받았거든
요정은 토끼탈의 눈치를 살짝 보며
크리스탈 크리스탈
그 자에게 받은 거라고
말을 이었다
자신의 삶은
어떤 진실을 향해 나아가는 여정이었다고
그런 세계라서
이곳엔 모든 답이 있을 거라고
요정은
천천히 읊조리듯
나는 2차 보이드의 첫 발생지
미녜스 참사의 유일한 생존자
이즈사
키튼은 잠시 영상을 멈췄다
키튼은
미녜스 참사를 들어본 적 있다
사람들이 어느 날 괴인으로 변해 서로를 죽이고 죽였던
최초의 2차 보이드
미녜스 참사
이 이야기는
새벽을 지새우고
한 명의 소녀만이 그곳에 남아 있었다고 알려져 있다
자기들끼리 싸우다
끝내 피냄새를 풍겨대던 시체들 속에
소녀 한 명만
살았다던 이야기
-
키튼은 노트를 펴고 내용을 끄적여본다
현실과 연동된 이 세계
게임 속 : 환각의 끝에 악마를 보게 된다는 밀딜, 공장에서 월계화에 밀딜을 코팅하던 크루슈들, 폐공장, 병아리 캐릭터의 오트보르자, 눈알 보스, 마녀, 좀비들, 고스트 스토어, NPC들, 이 세계를 구해달라는 말과 함께 연기가 되어 사라진 뻐꾸기 34_크루슈
현실 : 1,2차 보이드, 사기꾼 고든, 현자와 독수리의 사념탑, 2차 보이드 감염자들의 석상이 있는 곳 루벡, 마음 단련 시간, 현자를 숭배하는 사람들, 월계화, 플라워데이, < 애프터 셀렉트 > 디렉터 오트보르자, 미녜스 참사, 붉은 달, 크리스탈 크리스탈(배후?)
이 사이의 연관성
키튼은 다시 영상을 재생한다
요정은 말한다
내 인생은 그들을 찾는 거였지
내가 살아남았을 때
불타는 마을과
그 불길 속에 있던
가면 2인조를 기억해
2차 보이드는 명백한 조작
나는 그들을 찾기 위해 존재했어
그들은 대놓고
나를 귀여워했거든
불길 속에서
내 볼살을 만지는 이들
그 말을 어떻게 잊겠어
-유일한 생존자인 아이야. 이 모든 건 우리의 장난이란다. 너는 이 이야기를 써 내려갈 펜. 진실을 향해 쫓아오렴. 너의 글씨를 따라, 발자취를 따라 길을 걷는 이들이 생길지니
그들의 흔적을 찾기 위해 노력했어
길에 다다름에
크리스탈 크리스탈을 만났지
그 사람이 범인이었을까?
알 수 없었어
단지 그녀는 게임 초대 코드를 주며
이야기는 그곳에 다 잠들어있다 했지
클로즈베타에선 누구를 만났게
고든
알고 있지?
사기꾼 고든
언젠가부터
괴성이 잦아지기 시작한 게
그의 바이러스 유포 때문이라는 뉴스가 퍼졌던
바이러스 학자 고든
세계는 그가 행방불명됐다고 했지
난
마주하게 된 거야
행방불명으로부터 꽤 지난 시점의
그를
게임 속에서
그는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치료제를 만들고 있었어
그때쯤
난
빙의했었다
난 고든과 함께 치료제를 만들기 시작한 거야
바람이 살살 불어오는 섬이었지
고든은 참
좋은 사람이었어
요정의 말이 계속 이어진다. 다른 이들은 말이 없었다. 그곳엔 응시만 있을 뿐이었다
그는 아직 거기 있을지도 모르지
지금쯤이면 치료제를 만들었을지도 모르지
홀로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지
NPC는 기다리는 일밖에 못하니까
그래서 이곳에 오면
난 찾아야 해
현실과 연동되는 이 세계에서
답을 찾아야 해
요정이 말이 영상에서 끝난다. 토끼탈은 담담했고, 해골가면은 만지작거리던 총을 내려둔다
해골가면이 물었다
그럼 당장 해야할 건?
글쎄. 찾아봐야겠지
그 지형에 다다르기 위해 이곳저곳 다녀봤지만
아무런 흔적도 찾을 수 없었어
단지
게임이 우리에게 말하는 방식
우리에게 선언하는 방식
퀘스트
따라가다보면 답이 있을 거야
퀘스트를 따라가니
빙의까지 오게 된 것처럼 말야
일단은 비히 왕을 찾아가야겠지
퀘스트가 여기 온 뒤로 바뀌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