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봐 아림



   술에 취하면 노래방을 피뢰침으로 여기는
   나의 가난한 욕망은
   기차처럼 소리를 지르고 싶거나
   정확하게 말을 잇고 싶은 거였어
 
   소리 인간이라 할까
   조그마한 연못 옆에 집을 짓고 살아가는 내 꿈
 
   한 겹의 소리가 쌓이자 파충류가 알을 낳기 시작했다
   열심히 쫓아다니며 주워보던 날도 있었다
   금방 손이 무거워졌다
 
   어느덧 탑처럼 쌓인 알들 속이야
   굳이 말을 잇지 않아도 나는 홀로 중얼거리며
   이상하지
   누군가에게 건네는 말을 연습했다는 것은
 
   첩첩산중으로 쌓인 알들 속에서 틈으로만 세상을 봤다
 
   너를 처음 본 게 그쯤이었나
   너는 외발 전동 휠을 타는 것처럼 알을 타고 가더라
   어깨엔 반려동물처럼 파충류를 올려두고
   고통을 시도 때도 없이 낳던 모습이 거긴 없다니
 
   이상했어
   누군가는 이토록 쉬이 원망하며 알 속에 갇혀 버리는데도
   아림, 너는 단 한 번도 힘들다 얘기한 적 없었지
 
   알 탑에 살던 나는 햇살 아래 서 있던 너와 얘기하는 게 좋았다
 
   내 꿈은 이뤄질 수 있을까?
   조그마한 연못 옆에 집을 짓고 살아가는 내 꿈
 
   내일 봐,
   그런 말은 소리를 지른 것도 정확하게 말을 이은 것도 아니었지

내일 봐 아림


김병관


2025

시, 35행에 393자. 조그마한 연못 옆에 집을 짓고 살아가는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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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억 구멍
   


   너를 불렀다는 사실만 남았다 
   지나가던 강아지가 
   내 다리를 멈칫 바라보았다 

   문득, 손을 뻗으면 
   그 자리에 있던 것이 없다는 걸 
   아주 늦게 깨닫는 날들이 있다 
   배게 밑 안경이나 
   혹은 
   가지런한 방아쇠 같은 

   말을 삼키면 목구멍만 남는다 
   한번도 울지 않은 얼굴에도 
   눈물기관이 있고 
   엿가락처럼 구멍이 송송 뚫려있다 

   너는 그 자리에 있었다 
   명확히 말하자면 
   나는 없는 걸 지우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생각이 계속될수록 
   그런 생각만이 남았고 
   그 자리 
   그 흔적 
   김치와 두부처럼 흐물흐물해지고 
   윤곽조차 닳아지다 
   검은 구멍으로 사라지는 것이다 

   이제 남은 사실은 
   대체로 오래 곁에 있던 것들이었다 

   칼자루를 쥐어보면 서늘한 감각이 
   잃어버린 줄 몰랐던 것 
   그런식으로 사람도 되돌아오기도 한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면서 나는 너를 찾으려다 구멍만 만들었군 
   무수한 너의 구멍을 더듬거리며  

   네가 있다는 사실을 
   아님 없던 사실을 어떻게든 있는 것처럼 생각해야 하는 고민도 들고 
   잃어버린 줄 몰랐던 것 
   그럼 그건 잃어버린 게 아닌 걸까? 

   나는 오늘 
   네가 없던 자리를 
   또 한 번 지나쳤다 
   잊었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방식으로

기억 구멍


신헤아림


2025

시, 48행에 404자. 잊었다는 사실을 기억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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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관


이야기의 구조를 만들어가는 사람. 시를 쓸 땐 카프카의 문장을 주문처럼 떠올린다.

우리는 바벨탑 아래 굴을 판다.


Instagram : @melonanearme

e-mail : comfortvelocit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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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헤아림

문학동인 공통점의 리더. 시를 중심으로 다양한 창작 활동을 하고 있다.

e-mail : shinheari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