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부터 이들을 멀리서 지켜봤습니다. 친한 사람끼리도 속삭이듯 대화할 정도로 유난히 내향적인 모습에 호기심이 생겼어요. 문학의 쓸모에 대해 회의적이던 저와 치열하게 시를 쓰는 이 사람들과는 차이점이 많은 것 같았습니다. 문학을 좋아하는 마음 하나로 모여 서로의 시를 나누어 읽고 책을 만들고 새로운 실험들을 도모하더라고요. 대책 없이 순수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이 조용한 사람들을 동경하게 되어 점점 가까이서 응원하다가, 저도 하나의 통점으로 공통점에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함께 시를 쓴다는 건 형용할 수 없던 슬픔을 자신만의 언어로 써낼 때까지 묵묵히 곁을 지켜 주는 이들이 있다는 의미입니다. 제가 만난 공통점은 불안 속에서 홀로 시를 써 내려가더라도 그 시에 담긴 마음을 바로 읽어 주고 서로를 위해 언제든지 곁을 내어 주는 공동체입니다. 미숙했던 저도 미완성된 글만 가득 들고 처음 공통점을 만났지만, 조금 늦더라도 나란히 걸을 때까지 기다려 주는 이들과 함께한 덕분에 조금 더 성장하고 문학도 마음껏 사랑하게 되었어요.
공통점이 시작된 지 꼬박 열 번째 해가 되어 오랜 염원이던 동인시집을 엮습니다. 첫 동인시집에는 여덟 명의 시인이 공유하는 다섯 가지 주제로 창작한 시와 산문을 담았습니다. 비슷한 사회·문화적 경험을 하며 성장한 90년대생으로서, 5·18이란 숫자의 의미를 무겁게 배우고 자란 청년들로서, 기후 환경 변화의 문제를 마주하고 있는 세대로서 같은 마음이 되어 시를 썼어요. 아울러 우리를 한데 묶어 주는 공통점이라는 이름의 공동체에게, 또 긴 시간을 함께해 온 서로에게 선물하듯 시를 써서 나누어 읽기도 했습니다.
이 뜻깊은 시집을 엮는 데 함께한 동인의 일원으로서, 다 같이 오래도록 시를 쓰고 읽자던 약속이 변치 않은 것 같아 기쁩니다. 앞으로도 우리가 새롭게 만들어 갈 ‘공-통점’들을 지켜봐 주시길요. 우리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저마다 다른 일상을 살아가더라도, 언제 어디서든 문학이라는 공통점 아래 다시 모일 수 있기를 바랍니다.
2025 가을
공통점을 대표하여
막내 윤소현 씀
추천사
인생이라는 학교에서 힘겹게 부대끼면서도 시가 내준 질문과 숙제를 내려놓지 않는 학생들. 서로의 손을 이끌고 발을 기다려 주며 같은 빛을 향해 걸어온 시인들. 고통을 대신할 수는 없지만 나눌 수는 있다고 말하는 드문 우정의 친구들. 나도 그 통점의 일부라고 말하고 싶어지는 문학의 동지들…… 공통점 동인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애틋하고 뜨거워집니다.
나무처럼 유난히 내성적이고 진지한 이 영혼들은 알고 있을까요. 서로를 발견해 주었기에 더 이상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십 년 넘게 서로의 지옥과 골방을 읽어 주는 동안 그곳이 어느덧 시의 환한 정원과 울창한 숲이 되었다는 것을. “통증의 군락이 이루는 연대”(김원경)의 한 방식을 너무도 아름답게 보여 주고 있다는 것을. 통증이 계속되는 한, 우리의 시도 끝나지 않겠지요. 시 앞에서 우리가 처음 느꼈던 두근거림과 열정을 늘 햇곡식처럼 간직하기를! 부디, 공동 언어를 향한 이들의 꿈과 실험이 오래오래 향기롭기를!
나희덕 시인
아주 오래전, 광주의 어느 볕 잘 드는 광활한 강의실에서 이들의 시를 처음 읽었다. 시인의 여러 요건들을 이미 넉넉하게 갖추고 있어서 어떤 종류의 조언도 무색했다. ‘공통점’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활동하기로 했다는 말은 학기가 끝나갈 무렵 전해 들었다. 학기는 끝났지만, 이들의 빛나는 시를 계속해서 읽을 수 있겠다는 기쁨을 안고 나는 서울로 가는 기차를 탔다. 이후로 공통점의 행보를 기대와 신뢰로 지켜보았다. 은은해서 더 빛났고 오롯해서 더욱 자랑스러웠다. 공통점의 여러 실험은 우리의 일상과 현실을 세심히 챙기며 성큼성큼 독자들을 매료시켜 왔다. 『우리는 같은 통점이 된다』는 미래에서 날아온 시집 같다. 두터운 과거를 선명히 되살리고 미래를 경유해 부메랑처럼 현재로 되돌아오는 언어들. 같은 통점으로 더 멀리까지 회귀해 보려는 노력들. 노력이라고 적지만, 이토록 맑은 노력은 무어라 불러야 옳을까. 목격해 본 적 없는 선선함과 단단함과 자연스러움. 유유幽幽한 언어들. 어깨를 겯는 방식조차 유유한 공통점. 이들에게 시가 있어 기뻤던 마음이 이제는 시에게 이들이 있어서 기쁜 마음이 되었다. 공통점을 생각하면 미래가 환해진다.
김소연 시인
2015 - 2025
공통점이 걸어온 길…
2025
10
동인시집 < 우리는 같은 통점이 된다 >(걷는사람) 출간
08
공통점 X 정윤주 콜라보 여름 반소매 티셔츠 발매
06
라이브러리 피치 느린학습자 문예창작 프로젝트 < 시작에 자격이 필요해? > 시즌2 공동 기획 및 운영
01
인터뷰 콘텐츠 < 월간 사람책 > 연재 시작
2024
12
이서영 시산문집 낭독회 < 네가 이 세상의 후렴이 될 때 > 개최
12
김병관 현대판타지+연작시 '사념' 3부작 제1부 < 가우시안 블러 > 완결
12
이기현 시집 < 슬픈 토우는 고래만큼 >(파란) 출간
11
2024 문학나눔 도서 보급사업 추천도서에 낭독시집 < 활자낭독공간 > 선정
06
라이브러리 피치 느린학습자 문예창작 프로젝트 < 시작에 자격이 필요해? > 공동 기획 및 운영
05
연구논문 < 시 낭독의 예술적 가치에 대한 인식 연구 >(한국문예창작학회) 게재
2023
12
이서영 시산문집 < 네가 이 세상의 후렴이 될 때 >(유미주의) 출간
12
기억재개발협동조합 팀 협업 < 리디큘러스! 두려움에 맞서는 문학 > 개최
11
온라인 문학 전시 및 낭독 프로젝트 < 활자낭독공간 > 개최 낭독시집 < 활자낭독공간 > 발간, 낭독앨범 < 활자낭독공간 > 발매